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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공감 백배 포인트

너무 예쁘지도, 너무 멋있지는 않은 두 사람이 주변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를 연기한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On May 31, 2016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어

드라마는 ‘그냥 오해영’(서현진)분이 결혼 전날 애인에게 차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밥 먹는 게 꼴 보기 싫다”는 황당한 이유로 차인 ‘그냥 오해영’은 울며 매달리는 대신 한 가지만 부탁한다. “내가 먼저 결혼 깬 걸로 해줘.” ‘뭔가 문제 있는 여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자존심 방어전으로 ‘먼저 찬 것’처럼 행동하는 것, 여자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상처를 감추려 아무렇지 않은 척 더 크게 웃고 떠들다가, 혼자 있을 때에야 비로소 울게 되는 경험도.
 

예쁜 오해영 vs 그냥 오해영

학창 시절, ‘예쁜 오해영’(전혜빈)과 늘 비교당했던 ‘그냥 오해영’은 회사에서 그녀를 또 만나게 되자 일단 피하고 본다. 하지만 ‘예쁜 오해영’은 자꾸만 ‘그냥 오해영’에게 친한 척한다. 혼자 있어도 예쁘지만 ‘그냥 오해영’ 옆에 있으면 ‘더 예쁜 오해영’이 되기 때문이다. <또 오해영>은 여자라면 더 섬세하게 느꼈을 그 ‘상대성 오징어 이론’의 무시무시한 효과를 동명이인 해프닝으로 극대화하며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돋보일 대상이 있어야 사는 여자들의 숨은 심리다.
 

짜게 굴지 마요

떠난 사람 욕할 거 없다는 말에 ‘그냥 오해영’은 대답한다. “여잔 떠난 남자 욕하지 않아요. 자기한테 짜게 군 남자 욕하지. 짜게 굴지 마요. 누구한테도.” 그렇다. 여자는 배려심 없는 남자에 더 화가 난다. <섹스 앤 더 시티>의 ‘포스트잇’ 이별 통보남이 두고두고 ‘씹혔던’ 이유도 그 무례함 때문. ‘그냥 오해영’이 박도경(에릭)을 사랑하게 된 건 단순히 미모 때문만은 아니다. 모두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줄 아는 남자여서다.
 

애증의 ‘구여친’

실연남의 교과서로 불리는 영화 <500일의 썸머> 포스터 문구는 이랬다. “우리는 모두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 썸머는 남자주인공 톰을 대책 없이 사로잡고 미스터리하게 떠나간 애증의 ‘구여친’이다. 톰은 끝까지 이별의 이유를, 아니 썸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박도경 역시 아무 말 없이 갑자기 곁을 떠난 구여친에게 깊은 상처를 입는다. 그녀는 계속해서 미스터리의 대상이다. 아련함과 애증의 구여친 대명사로 손색이 없다.
 

‘가오’가 제일 중요한 남자

“그럼 쪽팔리게 이 꼴 보여주면서 기다려달라고 그래?” 결혼 전날, ‘그냥 오해영’을 찬 ‘구남친’의 속사정은 이러했다. 잘나가던 사업가에서 하루아침에 망하고 사기죄로 구속까지 된 모습을 차마 보여줄 수 없어 가시 돋힌 독설로 이별을 통보했던 것. 딴에는 ‘그냥 오해영’을 위한 연기였으나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이별을 감수해야 하는 애인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나쁜 남자다. 곧 죽어도 ‘가오’가 제일 중요한, 이런 남자 의외로 많다.
 

챙겨주고 싶은 여자

박도경에게 ‘그냥 오해영’은 구여친과 이름만 빼고는 모든 게 다른 여자다. 미모도, 조건도, 크게 내세울 것 없는 ‘그냥 오해영’. 짠한 마음에 지켜보다가 그만 마음을 뺐겼다. 실제로 남자들은 여자를 지켜주고 보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공고히 하는 경향이 있다. 가뜩이나 결혼식 당일 나타나지 않은 구여친 때문에 자존감에 상처 입은 박도경으로서는 자꾸만 챙겨주고 싶어지고, 때로는 자신을 챙겨주는 ‘그냥 오해영’에게 점점 물들어간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김선영(프리랜서)
사진제공
CJ E&M
2016년 06월호
2016년 06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김선영(프리랜서)
사진제공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