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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에 이런 곳이?

배우 최민수의 비밀기지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배우 최민수가 자신의 비밀스러운 아지트로 우리를 초대했다.

On March 14, 2016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공간. 통유리로 장식된 내부와 고풍스러운 문양의 문이 눈에 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공간. 통유리로 장식된 내부와 고풍스러운 문양의 문이 눈에 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공간. 통유리로 장식된 내부와 고풍스러운 문양의 문이 눈에 띈다.

"지하 창고를 바(bar)로 개조했어요. 건물 구조가 좀 특이하죠? 전문가들이 도저히 도면상으로는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나라는 사람의 특색을 살려서 만든 장소예요"

"지하 창고를 바(bar)로 개조했어요. 건물 구조가 좀 특이하죠? 전문가들이 도저히 도면상으로는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나라는 사람의 특색을 살려서 만든 장소예요"


금요일 오후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최민수의 아지트로 가는 길. 다세대 주택이 줄지어 있는 골목길을 지나며 이 거리를 오고 갔을 그를 상상해봤다. 스포츠카만큼 빠른 모터사이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전국을 질주하던 그가 이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네와 친해진 건 밴드 활동을 시작한 3년 전부터다. 그는 상수동에 새로 생긴 식당에서 홀로 늦은 점심을 먹기도 하고, 햇살 좋은 날 동네 곳곳을 산책하며 이곳에 정을 붙여가는 중이라고 했다.

최민수와 상수동. 쉰이 넘은 배우와 젊은이들이 모이는 공간의 낯선 조합 때문일까. 요즘 SNS에서는 이 근방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담이 자주 올라온다. “지금 내 뒷자리에서 식사하고 계신 민수 형님”이라거나 “오늘 홍대 거리에서 최민수 아저씨 봤어요!”라는 발랄한 글을 올리는 사람 대부분은 20대 청년들이다. 최민수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1990년대 히트작 <사랑이 뭐길래>나 <모래시계> 같은 드라마를 보았을 리 없는 젊은 세대에게도 최민수는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이자 스타로 존재한다.

그가 동생들과 함께 꾸몄다는 18평 남짓한 공간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사람을 압도하는 머스크 향기, 조명의 조도, 평범하지 않은 소품까지.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는 말처럼 그곳은 완벽하게 ‘최민수스러운’ 곳이었다.

“인테리어 하는 지인 ‘인호’의 도움을 받아서 버려졌던 지하 창고를 바(bar)로 개조했어요. 건물 구조가 좀 특이하죠? 전문가들이 도저히 도면상으로는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우리의 상황에 맞게, 나라는 사람의 특색을 살려서 만든 장소예요.”

그는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망치질을 하며 이 공간을 만들었다. 벽에 걸린 액자 하나, 선반 하나까지도 손수 신경 써서 골랐다.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망치질을 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물론 힘들긴 했지만,(웃음) 그래도 살면서 내 손으로 어떤 곳을 고치고 만드는 경험이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열심히 했죠.”

이렇게 탄생한 최민수의 아지트는 그의 작업실이자 ‘36.5℃’ 밴드의 연습실, 누구든 들러서 술 한잔 할 수 있는 바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최민수의 삶과 취향이 담긴 물건들의 집합소 역할도 한다. 그의 아내 강주은의 표현을 빌리자면 “별의별 거를 다 가져다 놓았다”던 소품들은 알고 보면 사연을 간직한 보물들이다. 드라마 <무사 백동수>를 찍던 중 발견한 강가에 떠내려온 고목은 훌륭한 테이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느 고택 지붕을 받치고 있었을 서까래는 지금 최민수 아지트 천장에 달려 예스러움을 더해준다.
 

가죽 공예를 즐기는 최민수의 책상 위. 각종 공예 도구가 구비되어 있다.

가죽 공예를 즐기는 최민수의 책상 위. 각종 공예 도구가 구비되어 있다.

가죽 공예를 즐기는 최민수의 책상 위. 각종 공예 도구가 구비되어 있다.

그가 여행을 하며 모은 각종 소품.

그가 여행을 하며 모은 각종 소품.

그가 여행을 하며 모은 각종 소품.

최민수가 손수 디자인해 만든 화장실.

최민수가 손수 디자인해 만든 화장실.

최민수가 손수 디자인해 만든 화장실.

그가 직접 만든 가죽 벨트들.

그가 직접 만든 가죽 벨트들.

그가 직접 만든 가죽 벨트들.


“이 서까래는 옛날 아지트에 있을 때 얻어서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거예요. 물건도 자기가 들어가야 할 알맞은 위치가 있는 법이라, 지난 공간에서는 쓰지 못하다가 여기로 오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네요.” 자신은 인테리어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공간 곳곳에 애정이 넘치는 그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그의 손때 묻은 물건들은 때때로 삶의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이런 사물들은 각기 나름의 의미를 갖고 우리 삶에 묵묵히 가르침을 던져줘요. 예를 들어 내가 어느 물건을 30년 정도 가지고 있으면, 굉장히 낡고 오래된 거잖아요? 사람들은 그게 지겹고 지루해 새로운 것을 찾죠. 하지만 더 이상 세상에 완벽하게 새로운 물건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 사물을 다른 측면에서 들여다보고 ‘이런 점도 있구나’ 하는 걸 찾는다면 그게 바로 새로움인 거죠. 아마 제가 돈을 주고 인테리어 업자한테 시공을 맡겼으면 공간에 대한 통찰은 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건 오로지 이곳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깨닫는 부분이니까요.”

누군가는 이곳을 특별하다거나 특이하게 느낄지 모르지만 최민수는 여기가 자신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라고 했다. 자신은 어디서든 이런 모양으로 살아왔다고. 강남 한복판에 살 때도 산 속에서 움막을 짓고 살 때도 그러했노라고 말이다.

2015년 1월 종영한 드라마 <오만과 편견>을 끝으로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던 그는 3월 방송하는 역사 드라마 <대박>을 통해 안방극장으로 컴백한다. 최민수 외에도 장근석, 여진구, 전광렬, 임지연 등이 출연을 확정 지으며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오른 작품. 그는 절대 권력을 가진 숙종 역할을 맡아 특유의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사극 들어가기 전이라 수염을 기르고 있어요. 나는 가짜 수염 붙이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 작품 들어갈 때 특수 분장 외에는 메이크업도 잘 안 하려고 해요. 연기라는 게 그래요. 뭔가를 인위적으로 하면 안 되고, 캐릭터가 나라는 사람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표현돼야 하죠. 다시 말하자면 그 인물을 연기하지 말고 그 인물이 돼야 한다는 뜻이에요.”
 

할리데이비슨을 즐겨 타는 그는 한쪽 벽면을 오토바이 엔진으로 장식했다.

할리데이비슨을 즐겨 타는 그는 한쪽 벽면을 오토바이 엔진으로 장식했다.

할리데이비슨을 즐겨 타는 그는 한쪽 벽면을 오토바이 엔진으로 장식했다.

이곳에는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는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는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인디언풍의 조각 장식품.

인디언풍의 조각 장식품.

인디언풍의 조각 장식품.

오랜만의 사극 복귀작, 용포를 입은 최민수가 어떤 서늘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을 표현해야 하는 만큼 배우로서 준비와 각오도 남다를 것이다.

“사극이건 현대물이건 모든 작품을 다 오래 생각하고 준비하고 들어가죠. 장르를 떠나서 작품은 ‘진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니까요. 나이 들수록 연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연기는 ‘가짜’고 관객이나 시청자는 그걸 뻔히 알잖아요. 게다가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투영해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해야 하니까 참 힘들어요. 그래서 연기하는 사람은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해요.”

연기라는 단어만 나와도 눈빛부터 바뀌는 천생 배우 최민수. 늘 작품 속의 누군가로 기억되던 그가 이번에는 큰 결심을 했다. TV조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엄마가 뭐길래>를 통해 그와 가족의 사생활을 공개하기로 한 것.

“아내가 나오는 프로그램에 저희 가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있어요. 굳이 말하자면 이번 출연은 캐나다에 계신 장인 장모님께 보내는 선물이에요. 그분들 외동딸을 제가 빼앗아 온 거잖아요. 딸이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립겠어요. 그래서 ‘저희들 이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고 방송을 통해 보여드리는 거예요.”

원조 터프가이 최민수가 보여준 아내를 향한 순애보는 이제 온 국민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지금도 집에 돌아와 아내 앞에 서면 순한 양이 된다. 실제로 인터뷰 말미 그의 아내 강주은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최민수는 “예~ 마님~!”이라고 응답했다. 20년의 결혼 생활 동안 그는 좋은 남편으로, 아빠로 가족들을 충실히 사랑하며 살아왔다.

“최근에 제작진이 우리 집 창고에서 큰아들 유성이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했어요. 두 시간 분량인데, 제가 직접 캠코더로 유성이가 크는 모습을 찍어서 모아뒀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가족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나 생각했는데, 난 처음부터 그렇게 지질하게 우리 마님과 아들들을 섬기면서 살아온 거야.(웃음) 한편으로는 그렇게 변함없이 살아온 나 자신한테 고맙더라고요.”

겉치레나 가식을 싫어하는 그의 성격대로 <엄마가 뭐길래>는 100% 리얼한 그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요즘은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나는 짜고 치고 이런 건 누구보다 못 하는 놈이잖아. 지금도 설정하고 가식 떨고 그런 것 하나도 없어요. 카메라가 하루 종일 돌면서 우리가 어떻게 사는 지 촬영하는데 방송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뭐야, 내가 저런 행동을 하고 표정을 짓나?’ 하는 거죠. 재미있어요. 그런 발견들이.”

최민수의 인생 후반기에 떼놓을 수 없는 몇 가지 존재, 가족 그리고 음악이다. 본인이 수장으로 있는 ‘36.5℃’ 밴드를 향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함께 밴드 활동을 하는 동생들은 ‘형제’라고 부른다. 음악 이야기가 깊어지던 무렵 그가 기타를 들었다. 줄을 몇 번 튕기던 손끝에서 연주가 시작되고, 적막한 공간이 기타 소리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그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이 공간은 우리 형제들이 같이 공유하는 곳이에요. 음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놨어요. 방음 장치도 철저하게 갖춰져 있어 새벽에 아무리 크게 연주해도 괜찮아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36.5℃’ 밴드의 정기 공연이 있는 날이다. 그와 형제들은 이곳에서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을 만난다. 음악으로 하나 되는 짜릿한 교감, 최민수는 그 맛에 음악을 한다고 했다.

“요즘 공연 시장이 어려워서 소극장이건 대극장이건 티켓이 팔리지를 않아요. 그래도 우리는 매달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면서 꾸준히 팬들을 만나고 있어요. 한번 와서 봐요. 재미있을 거예요.” 그는 ‘노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음반이 잘 팔리고, 차트에 이름이 올라가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노래하고 싶을 때 노래하고, 기억해야 할 일들을 음악으로 만들면 그가 밴드를 하는 이유로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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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없는 것, 나한테 절대 어울리지 않는 것. 탐심(貪心)이에요. 난 별로 욕심이 없어요. 돈 많이 벌고 음반이 잘되고 그런 것도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어요. 이 세상에 자기 것이 어디 있나요? 부나 명예도 스쳐가는 것일 뿐, 내가 죽을 때까지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의 인생이 그랬다. 무언가를 욕심내고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한 걸음 떨어져서 관망하며 살아온 삶. 학창 시절, 또래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 때도 하루 종일 헌책방에 틀어박혀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했던 그다.

“중학교 때부터였나? 혼자 틀어박혀 책 읽으면서 인생무상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거지. 그래서 오해도 많이 받으면서 살아왔어요. 젊은 나이에 그런 마음을 가지니까 주변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보는 것도 당연해요. 나이가 들고 보니까, 주변에서도 내 삶의 자세나 생각을 불편해하지 않더라고.”
누가 뭐래도 최민수의 방식대로 살아온 인생,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세상의 성공이나 실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자기 인생을 돌보고 삶을 가꿔 가라”는 인생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자신의 삶 앞에서 후회하지 마요. 자기가 걷는 길이 어둡고 칙칙하고 굽이굽이 돌아갈지라도 그것이 본인이 선택한 길이라면 의미는 있거든. 돌아가는 길마다 사연이 있고 의미가 있고 풍경이 있는 거예요. 난 젊은 친구들이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최민수의 공간에서 그와 나눈 이야기들. 어떤 대화는 잔잔한 물결 같았고, 어떤 대화는 성난 파도 같았다. 평생 자신답게 살아온, 한순간도 거짓인 적 없는 최민수와의 시간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 같다.

CREDIT INFO
취재
서미정 기자
사진
이진하
2016년 03월호
2016년 03월호
취재
서미정 기자
사진
이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