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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피우는 시간 윤세아

윤세아는 요즘 삶의 행복을 곱씹는 중이다. 마음만 조급했던 겨울처럼 추운 시간을 보내고 봄의 문턱으로 들어선 지금, 그녀는 조금 느린 속도로 여유롭게 세상 보는 법을 알게 됐다.

On March 03, 2016

숄 라펠 체크 재킷·팬츠 모두 에스카다, 벨벳 초커·실버 링 모두 피 by 파나쉬, 블랙 튜브톱 데무 박춘무.

숄 라펠 체크 재킷·팬츠 모두 에스카다, 벨벳 초커·실버 링 모두 피 by 파나쉬, 블랙 튜브톱 데무 박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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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가죽 프린지 장식 재킷 맥앤로건, 블랙 튜브톱·블랙 쇼츠 모두 데무 박춘무, 화이트 러플 커프스 소매 LAFETE, 블랙 뱀피 버클 워커 캐서린 말란드리노.

블랙 가죽 프린지 장식 재킷 맥앤로건, 블랙 튜브톱·블랙 쇼츠 모두 데무 박춘무, 화이트 러플 커프스 소매 LAFETE, 블랙 뱀피 버클 워커 캐서린 말란드리노.

블랙 가죽 프린지 장식 재킷 맥앤로건, 블랙 튜브톱·블랙 쇼츠 모두 데무 박춘무, 화이트 러플 커프스 소매 LAFETE, 블랙 뱀피 버클 워커 캐서린 말란드리노.


아직은 쌀쌀한 2월의 어느 날. 스튜디오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는 그녀의 걸음 뒤로 봄이 따라온 듯했다.

봄처럼 맑게 웃고 봄바람처럼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윤세아를 보며, 왠지 모르게 새침할 것 같다는 이미지는 그저 오해였음을 깨달았다. 바빠서 점심을 걸렀다며 김밥 한 줄을 10분 만에 야무지게 소화시킨 뒤, 운동화를 신고 촬영 현장을 누비며 스태프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모습은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사실 여배우는 직업 특성상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기고 포장하기를 강요받는다. 그래서 인터뷰 때 나누는 대화도 고상하고 예쁜 단어로 한껏 치장되곤 한다. 하지만 윤세아는 예외였다. 누구보다 호탕하게 웃었고, 얘기할 때도 어떤 수식이나 가식 없이 담백했다.
 

화이트 셔츠 TAILORABLE FOR WOMAN, 블랙 하이웨스트 더블 단추 팬츠 에스카다.

화이트 셔츠 TAILORABLE FOR WOMAN, 블랙 하이웨스트 더블 단추 팬츠 에스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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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더블 재킷·팬츠 모두 TAILORABLE FOR WOMAN, 블랙 슬립온 데이라잇 뉴욕, 실버 스틱 귀고리·볼드 링 다비데초이.

화이트 더블 재킷·팬츠 모두 TAILORABLE FOR WOMAN, 블랙 슬립온 데이라잇 뉴욕, 실버 스틱 귀고리·볼드 링 다비데초이.

화이트 더블 재킷·팬츠 모두 TAILORABLE FOR WOMAN, 블랙 슬립온 데이라잇 뉴욕, 실버 스틱 귀고리·볼드 링 다비데초이.


이런 그녀의 본모습을 그동안 왜 몰랐던 걸까? 아마도 윤세아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맡은 미녀 골퍼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다. 갖고 싶은 건 반드시 가져야 하고,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는 도도한 ‘세라’와 그를 연기한 윤세아가 비슷할 거라는 착각에 빠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후 <내 사랑 나비부인>과 <구가의 서> 그리고 지난해 10월 종영한 MBC 드라마 <이브의 사랑>까지, 부지런히 달려온 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녀를 마주하고 앉았다.

3월호 표지 모델인 윤세아와 봄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쑥 좋아해요? 봄에는 쑥 튀겨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봄나물 조물조물 무쳐서 한 끼 건강하게 먹으면 보양식이 따로 필요 없다니까요. 참, 냉이도 빼놓을 수 없죠. 얼른 봄이 와서 냉이된장국 끓여 먹고 싶네요.”

요즘 ‘미식(美食)’에 관한 토크쇼인 tvN 예능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패널로 자주 등장하는 그녀가 맛에 대한 철학을 펼쳐놓았다. 봄나물을 먹고 싶어 이 계절이 좋다는 소박한 모습이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제가 욕심이 별로 없는 성격인데, 유일하게 식탐이 많아요. 며칠씩 잠을 못 자는 건 버틸 수 있어도 먹는 건 못 참겠더라고요. 몇 달 전에 복근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고강도 PT를 받으면서 식이 조절을 병행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식상한 질문을 던지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완벽한 몸매와 외모 그리고 배려심까지 겸비한 여자가 눈앞에 있을 때 같은 여자들은 못난 질투에 휩싸이지 않는다. 그저 이 아름다운 피사체를 감상하기 바쁠 뿐이다.

“먹어도 안 찐다는 말은 거짓말이에요. 저도 매일 1시간 30분씩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는걸요. 살을 빼고 싶으면 외식을 줄이세요. 집에서 건강한 재료로 차려 먹으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쪄요.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맵고 짜서 체중 관리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안 될 거예요.”

자신이 가진 에너지의 원천은 밥심이며, 맛집 탐방이 취미라는 이 여배우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최근에 TV를 보다가 김치찌개 맛있게 끓이는 법을 배웠다며 비법 전수에 나섰다.

“심영순 선생님 아시죠? 항상 한복 곱게 차려입으시는. 그분이 방송에 나와 김치찌개 정말 맛있게 끓이는 법을 알려주셨어요. 비법은 말린 사과를 넣는 거예요. 제가 직접 만든 말린 사과를 찌개에 두 움큼 정도 집어넣었더니 찌개가 너무나 맛있는 거예요. 양파의 단맛과는 다른 상큼하고 신선한 맛이 나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요리를 섭렵한 이 여배우는 살림꾼 면모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북유럽 스타일로 꾸민 집은 놀러 오는 친구들마다 감탄할 정도라고. 시간 날 때마다 방을 쓸고 닦으며 자신의 공간을 단장하는 그녀다.

“별로 크지 않은 집이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 봤어요. 어렸을 때부터 청소하고 집 꾸미고 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는 스타일이라 예전엔 청소할 때 벽지까지 박박 닦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적당히 하고 있어요.(웃음) 그런데 땀 뻘뻘 흘리면서 청소할 때 기분이 참 좋지 않나요? 뭔가 정리되는 것 같고 잡념도 사라지고….”

이렇게 밝고 씩씩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지만, 사실 그녀는 최근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오랫동안 병환으로 고생하던 아버지께서 두 달 전 돌아가신 것. 등대 같던 아버지의 부재가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쓸쓸했다.

“오래 아프셨어요. 그래도 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셨는데…. 좀 더 버텨주시길 바랐지만 주무시다가 조용히 가셨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 아빠는 마지막까지 참 착한 분이셨네요. 엄마랑 자식들 고생하지 말라고 그렇게 가신 것 같아요. 어려운 일 겪으면서 깨달은 게 많죠. 주위에서 전해준 따뜻한 말 한마디가 힘이 많이 됐어요. 앞으로는 제가 받은 만큼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도 됐고요.”

아버지는 떠났지만 그녀는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는 중이다. 누군가가 간절히 살고 싶었을 오늘, 이 하루를 사는 우리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큰일을 겪고 나니 매일이 소중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일상을 채워갈 수 있을지 고민해요. 최근에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수요미식회> 녹화를 위해 지방에 있는 맛집을 다녀와야 하는데, 그때 보통 가족과 함께 가거든요. 맛있는 것 먹고 좋은 이야기하면서 더 끈끈하게 서로를 챙기게 되는 것 같아요.”

아픔을 극복하고 삶을 배우며 윤세아는 지금을 사랑하고 만족하는 법을 알게 됐다. 감정의 굴곡이 요동치던 어린 나이를 지나 이제야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됐고,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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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비즈 디테일의 시스루 숄더 드레스 에스카다, 화이트 로퍼 ATTITUDE;L, 골드 반지 피 by 파나쉬.

블랙 비즈 디테일의 시스루 숄더 드레스 에스카다, 화이트 로퍼 ATTITUDE;L, 골드 반지 피 by 파나쉬.


“갑작스러운 성공이나 행운은 체할 것 같아 싫어요. 유명한 배우가 되기보다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누구를 만나든 밝은 에너지를 주는 그런 사람 말예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주고받는 ‘기운’이 있거든요. 우울하고 부정적인 기운 대신 상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기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앞으로는 도도하고 까칠한 캐릭터보다는 푸근하고 따뜻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녀.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되기에, 결코 어려운 도전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짧은 만남으로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사랑스러운 12년 차 여배우 윤세아의 지금. 그녀의 삶이 꽃피기 시작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인터뷰
서미정 기자
사진
덕화
헤어&메이크업
서언미·김수희(BOBORIS)
스타일링
고민정·이마음
2016년 03월호
2016년 03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인터뷰
서미정 기자
사진
덕화
헤어&메이크업
서언미·김수희(BOBORIS)
스타일링
고민정·이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