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이 늦어지면서 초산 시기도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임신 중에 안전한 시기는 없다는 말이 있지만 노산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의외로 임신이 유지되지 않고 유산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았는데요. 산전 운동이나 마사지, 태교 여행 등은 꿈도 꾸지 못하고 무사히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리며 노심초사했습니다.
먼저 임신 초기를 살펴보자면, 이때는 태반이 온전히 형성되기 이전이라 약한 자극에도 쉽게 유산될 확률이 높습니다. 태반은 대개 임신 15주를 전후해 완성되는데요. 15주 이전에는 태반이 단단히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임신 초기의 출혈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 선생님의 표현에 의하면 “임신 6~8주 사이에는 생리하듯 유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기의 탯줄이 엄마의 자궁벽을 뚫고 안정되게 착상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습니다. 엄마의 자궁벽이 부드러운 상태여야 약한 탯줄이 자리 잡기 쉽습니다. 착상이 잘 되지 않아 임신이 안 되거나 임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분들을 보면 대개 생리 주기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자궁벽이 한 번 헐어 생리혈이 쏟아지면 이때가 자궁벽이 가장 부드러운 시기인데요. 따라서 생리 시작 후 12~14일경에 수정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보다 늦은 시기에는 자궁벽이 단단해져 착상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초산 시기가 늦어진 경우 역시 자궁벽이 노화돼 부드러운 상태가 아니라면 착상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아기 탯줄이 엄마의 자궁에 단단히 고정되기 위해서는 태반을 통과하는 혈행(血行)의 속도가 빨라야 합니다.
태반의 혈관은 굉장히 가느다랗기 때문에 임신 초기의 혈액순환이 매우 중요한데요. 혈액순환이 아기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생명줄인 탯줄이 태반에 단단하게 자리 잡는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에서는 임신부에 따라 혈액을 묽게 하는 주사제나 알약을 처방하기도 합니다. 임신 초기에는 혈행을 느리게 하는 요소를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예를 들면, 간식거리로 먹는 탄수화물은 혈당량을 올려 혈행을 느리게 합니다. 따라서 임신 초기에는 밀가루 음식이나 과당을 많이 함유한 과일을 적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해야 합니다. 출혈이나 유산에 대한 걱정 이외에 임신 초기에 고생하는 것이 바로 입덧인데요. 입덧을 하는 이유는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임신 시 변화된 호르몬의 영향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입덧이 없는 임신부도 있지만 임신 기간 내내 고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12~16주 이후에는 입덧이 사라집니다. 입덧을 하면 냄새에 민감해지고 평소 먹지 않던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때론 몸에 해로운 음식이 당기기도 해서 엄마들은 이 때문에 고민하게 됩니다. 이때 적은 양이라면 무엇이든 다 괜찮습니다. 다만 먹기 싫어지면 반드시 젓가락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드라마에서 보면 임신부가 한밤중에 딸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막상 딸기를 사다 주면 별로 먹고 싶지 않다고 밀어내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는 변덕이 아니라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한 현상이므로 임신부 몸의 요구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입덧으로 소화기에 문제가 생기면 대개 눈, 코, 목과 머리 쪽으로 열이 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임신 초기에는 비염 증상이 심해지거나 가래가 생기고 어지럼증이나 두통, 불면증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입덧이 아주 심하다면 치료가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엄마들은 이를 ‘12~16주의 기적’이라고 표현합니다. 임신과 출산을 통해 엄마가 되는 과정이 쉽지 않은데요. 임신 중기와 후기의 증상과 주의 사항에 대해서는 다음 달에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수경은…
진료 전문 11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8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