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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떨고 싶은 날

수다가 떨고 싶은 날, 왠지 기분이 울적한 날,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날. 언제든지 두 팔 벌려 맞아주는 언니들이 있다. 한겨울 뜨끈한 아랫목을 떠올리게 하는 노사연과 이성미다.

On January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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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을 인터뷰하러 가는 길에 라디오를 켜니 마침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오 무렵부터 103.5MHz에서 들을 수 있는 <노사연-이성미쇼>(이하 <노이쇼>)다. 노사연의 중저음 목소리와 이성미의 애교 섞인 콧소리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두 사람이 <노이쇼>를 진행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2년. 꼬박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의 매일 한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라디오 생방송을 마친 두 사람이 나란히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척 보기에도 대(大)짜와 소(小)짜. 두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말하자면 노사연은 ‘여장부’, 이성미는 ‘새침데기’였다. 하지만 인터뷰 후에 깨달은 결론은 노사연은 세심한 여자, 이성미는 시원시원한 ‘왕언니’ 타입이라는 것.

라디오를 들어보면 두 분의 호흡이 기가 막힙니다!
노사연
_알고 지낸 지는 수십 년이 됐는데, 2012년에 이성미씨와 더블 DJ로 제의를 받았을 땐 사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성미씨가 캐나다 생활을 마치고 7년 만에 돌아왔을 때는 신앙심이 넘쳐나서 거룩해졌었거든요.(웃음) 그땐 ‘나랑 너무 다른 게 아닐까?’ 싶어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함께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게 제게 축복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제는 뭐, 거의 부부지.(웃음)
이성미_심지어 아파트도 나란히 앞뒤 동에 살아요.(웃음) 언니의 첫인상은 참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이었고 세월이 흘러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나이 들수록 나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고 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라는 걸 느껴요.
노사연_나이 오십이 넘어가면서 ‘삶이 외롭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어요. 서로 눈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들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이성미씨와 함께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그런 부분이 많이 사라졌어요. 제가 작은 실수를 하면 이성미씨가 그걸 바로잡아주고, 이성미씨의 부족한 점은 또 제가 채워주기도 하고요. 우리는 꼭 ‘솜사탕’ 같은 사이예요. 올곧은 이성미씨가 중심축을 딱 잡고 있으면 제가 거기에 살을 붙이는 식이죠.

우리에겐 두 분 목소리가 무척 친근한데, 자신들의 방송을 직접 들으면 느낌이 어때요?
노사연
_남편이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껄껄 웃는 거예요. 자세히 들어보니 내 목소리더라고요.(웃음) ‘어머, 내가 저렇게 웃었나?’ 싶기도 하면서 무척 신기했어요.
이성미_저는 가족과 함께 듣는 게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어요. 라디오는 짜인 대로만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으니까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가족과 함께 라디오를 들을 땐 무척 긴장해요.
노사연_라디오는 소리만으로 웃음과 감동을 전달해야 하는 매체잖아요. 그만큼 DJ의 목소리가 중요해요. 라디오에선 절대로 거짓말을 못 해요. 청취자들이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귀신처럼 다 알아맞히거든요. 자연스레 라디오에서는 제 진심을 말하게 되고 청취자들도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놓으면서 가족 같은 애착이 생기는 거예요.  


송은이-김숙 DJ가 닮고 싶은 선배 듀오로 노사연-이성미 DJ를 꼽았어요.
노사연
_보기보다 안목이 있네요.(웃음) 롤 모델을 누구로 잡느냐가 중요한데 일단 우릴 닮으면 DJ로 3년 이상은 보장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얼마 전에 방송을 들어봤는데 두 사람의 호흡도 기가 막히더라고요. 하지만 걔네들이 아무리 해도 우리한테 안 되는 게 하나 있어요. 결혼 안 해본 거, 애 안 낳아본 거. 그거 참 어려운 건데 걔네는 안 해봤으니까 우리 못 따라올 거예요.(웃음)
이성미_김치로 따지자면 우리는 묵은지죠. 남편이랑 애랑 지지고 볶고 살면서 ‘아 이게 인생이구나’ 하는 사는 맛을 우려냈다고 보면 돼요. 비바람도 많이 맞은 거고요.

두 분 인생에서 비바람을 맞은 건 언제였나요?
이성미
_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요. 건강할 땐 내가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겠다고만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아프고 보니 ‘아, 내가 정작 내 자신은 사랑하지 못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때부터 나를 보듬는 연습을 했고 자연스럽게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도 버릴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 쓰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신기하게도 그러니까 오히려 자유로움을 얻게 되더라고요.
노사연_저는 마흔아홉쯤이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쉰 살이 된다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딱 죽어버리고 싶었거든요. 그때는 방송 일을 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어요. TV 쇼 프로그램에 나가 신나게 웃고 떠들긴 하는데 집에 가서 생각해보면 화가 났어요. 방송에선 제가 이무송씨를 일방적으로 좋아해서 결혼까지 했다는 식으로 캐릭터가 그려지는데 솔직히 그렇게 결혼해서 30년 가까이 함께 산다는 게 말이 되나요? ‘어떻게 사랑하는 마음까지 가짜로 만들 수 있지? 대체 진짜가 있긴 한가?’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어요. 극심한 우울증이었죠. 그런데 쉰다섯 넘어가면서 라디오 진행도 하고 신앙생활도 하면서 활력을 되찾았죠.
이성미_음, 그러고 보면 제게도 마흔아홉이 특별했어요. 7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게 마흔아홉이었거든요. 그나마 아홉수를 덜 겪은 게 한국에 막 돌아와 적응하느라고 바빴거든요. 마흔아홉이 슬픈 건, 40대가 여자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20~30대는 너무 설익었고 40대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적이잖아요. 인생의 맛이 뭔지도 아는 나이고요. 그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껏 ‘엄마’ 소리를 듣고 산 것이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해요. 캐나다에 그때 가지 않았더라면 영영 못 갔을 것 같아요.
노사연_꽃에 비유하자면 40대는 가장 활짝 핀 시기예요. 젊고 예쁜 20대도 물론 좋죠. 솔직히 말하면 너무 오래돼서 내 20대가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요.(웃음) 지금과 비교하자면 그땐 어떻게든 건강을 해치려고 했다면 지금은 어떻게든 지키려고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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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이 생각하는 <노이쇼>의 매력은 뭔가요?
이성미
_‘숨통’이라고 생각해요. 숨통 좀 틔우고 살 수 있게 딱 애교스러운 수준에서 수다를 떨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수다가 루머로 발전하고 그 허무맹랑한 루머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잖아요. 결국 주부들이 스트레스가 쌓이는 이유도 다 상처 때문인데, 그런 의미에서 저희 방송은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 될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는 사람을 살리는 방송이라고 생각해요.
노사연_저는 ‘쿵짝’이라고 할래요. 저희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 중에 퀴즈를 맞히는 코너가 있는데 제가 많이 틀려요. 그럴 때 이성미씨가 여유 있게 받아쳐 오히려 상황을 재미있게 이끌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청취자들이 답답함을 못 이기고 SNS로 답을 적어 보내주시기도 해요. 그런 걸 보면 우리 프로그램은 DJ끼리의 쿵짝, DJ와 청취자 간의 쿵짝이 잘 맞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청취자가 있나요?
이성미
_인천에 사는 김 모씨요! 1분 동안 노사연씨가 문제를 내고 청취자분이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었는데 거짓말 안 하고 단 한 문제도 못 맞히고 끝났어요. 이 코너 이름이 ‘맞히고 내주고’인데 웬만한 분들은 아무리 못 맞혀도 한 문제라도 맞히거든요.(웃음)
노사연_아, 그분? 정말 해도 너무해서 ‘뭐라도 얘기 좀 해보세요’ 하며 안달복달했어요. 공개방송 때 한 번 꼭 뵙고 싶었는데 안 오셔서 아쉬웠어요.(웃음) 그분의 기록은 아직까지도 전무후무합니다.

뭐랄까, 친한 큰언니들이 조언을 해주는 기분이에요.
이성미
_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이고 지고 가는 것이 너무 많잖아요. 아이들도 키워야 하고 남편과 아웅다웅도 해야 하고요. 그럴 때 기댈 수 있는 곳, 깔깔 웃고 때로는 푸념도 할 수 있는 친구이고 싶어요.
노사연_사실 작년에 발표한 제 노래 ‘바램’의 원래 제목은 ‘사연의 마음’이었어요. ‘우린 늙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부분이 가장 와 닿아 펑펑 울었죠. 곡을 발표하기 전에 성미씨에게 들려줬는데 “언니, 이건 우리 또래 모두의 마음인 것 같아” 하면서 제목을 ‘바램’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램’으로 곡을 발표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저 역시 50대의 정점에서 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제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자들도 힘들지만 중년의 가장들도 힘들겠지요.
노사연
_이제는 서로 돌봐줄 나이죠.(웃음) 신혼 초엔 세력 싸움을 하곤 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편이 참 저를 살뜰히 챙겨줬더라고요. 앞으로는 ‘내가 좀 더 잘해줘야지’ 하고 마음먹었을 땐 몸이 안 따라주는 거예요. 갑자기 난청이 오는 바람에 보청기를 껴야 할 정도로 청력이 나빠졌거든요. 뭐든 때와 시기가 있는 법인데 귀가 잘 들릴 때 남편 말을 잘 들어줄걸 그랬나 봐요.(웃음)
이성미_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여유가 생겼죠.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하고 싸우기도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래봐야 서로에게 남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옆에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어요.(웃음)

신년 계획은요?
이성미
_<노이쇼> 청취율 1등? 최화정 DJ는 1등 공약으로 ‘비키니를 입겠다’고 걸었다가 스튜디오 부스 안에서 비키니를 입고 방송하던데. 저희는 내일모레가 환갑이라 비키니는 무리랍니다.(웃음) 신년엔 더 넉넉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누구 하나 넘어지면 일으켜줄 수 있는 어른요.
노사연_우리가 만약 라디오를 그만둔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둘이 ‘가열차게’ 싸웠거나 누구 하나 아파야 하는데 이젠 기력이 딸려 싸우기는 힘들 것 같아요.(요즘) 너나 나나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신년에도 건강이 최곱니다!
이성미_맞아요. 얼마 전에 쇼핑을 갔는데 세 시간 돌고 집에 돌아와서 네 시간 반을 꼬박 자고 일어났어요. 기력이 딸리긴 딸리나 보다 싶어 집 근처 헬스클럽엘 갔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그 자리가 빵집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웃음) 언니, 우리 건강관리 열심히 해서 라디오 더 신나게 하자고!  

 

 

  • 이달의 라디오 스타 

    SBS러브FM 103.5MHz <노사연-이성미쇼> 월~금요일 오후 12시 20분~2시  토~일요일  오후 12시 10분~2시 radio.sbs.kr/noleeshow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기자
사진
최항석
헤어
서윤선(노사연, 로앤로우), 유정(이성미, 까라디)
메이크업
인주부(노사연, 로앤로우), 김은지(이성미, 까라디)
스타일리스트
신우식(이효선, 나피스타일)
의상협찬
샤넬, 프라다, 랄프로렌, 블랙뮤즈, RUGBY 랄프로렌, DINT, 젤라시, 프란시스케이, 나인웨스트, SOOS, UVA, 드라마홀릭, 분더캄머, 케이트앤켈리
2016년 01월
2016년 01월
취재
정희순 기자
사진
최항석
헤어
서윤선(노사연, 로앤로우), 유정(이성미, 까라디)
메이크업
인주부(노사연, 로앤로우), 김은지(이성미, 까라디)
스타일리스트
신우식(이효선, 나피스타일)
의상협찬
샤넬, 프라다, 랄프로렌, 블랙뮤즈, RUGBY 랄프로렌, DINT, 젤라시, 프란시스케이, 나인웨스트, SOOS, UVA, 드라마홀릭, 분더캄머, 케이트앤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