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거실. 테이블 위에 차 한 잔이 놓여있고 실내엔 기분 좋은 음악이 흐릅니다. 고개를 떨구고 열심히 손을 움직이는 한 여인이 등장하네요. 한 손엔 흰 천을 쥐고, 나머지 한 손엔 색실이 꿰어진 바늘이 있죠. 바늘은 천 위를 부지런히 오가고, 천 위엔 예쁜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수 놓는 여인의 모습입니다. 여자들의 로망이죠. 우리는 종종 수 놓는 행위를 ‘한가한 여자나 가능한 일’ 로 치부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최근 우리나라에 불어닥치고 있는 프랑스 자수 열풍이 놀랍습니다. 프랑스 자수 수업 안내문을 찾기가 어렵지 않구요. 자수를 배우고 싶다는 이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서점의 취미실용서 부문 베스트셀러에 자수 관련 책들이 올라간 현상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효리가 제주도에서 올린 사진 덕에 프랑스 자수가 주목받고, 여자들 속에 잠재된 바느질 본능이 자극 받은 게 분명합니다.
문화 트렌드도 자수 열풍에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하는 아날로그적 행위가 각광받는 요즘입니다. 가족 공방을 찾아 가방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가구 공방에서 나만의 소가구를 제작합니다. 인터넷에는 원하는 사이즈와 종류별로 DIY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넘쳐납니다. 빠르고 간편한 소비 시대를 살고 있지만 실은 우리 본성은 아날로그에 목말라 하는 것이죠.
프랑스 자수 연구가 최정해 선생은 ‘바느질이야말로 대표적 힐링 행위’라고 얘기합니다. 바느질을 하는 동안만큼은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어, 우리의 뇌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게 쉴 수 있다는 거죠. 반복적인 행위를 할 때 심신이 편안해지는 기분, 한 번쯤 느껴보셨을 겁니다.
문제는, 프랑스 자수를 어떻게 시작하냐 입니다. 알고 나면 너무 쉽지만, 막상 시도하려면 막막하죠. 학창 시절 바느질 수업 받던 기억을 소환해보지만 어설픕니다. 인터넷으로 독학도 해보지만 곧 시들해지지요.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건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아닐까요? 실과 바늘을 쥐고, 선생님과 동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얼굴 마주하며 배우는 그런 현장 말입니다. 최근 들어 자수 공방이 부쩍 눈에 띕니다. 지역 모임을 토대로, 한 공간에 모여 수를 놓는 자수 동아리도 속속 생겨나구요.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올 1월에 우먼센스에서 프랑스 자수 스쿨을 진행한 거 알고 계신가요? ‘현명하고 똑똑한 주부 되기’를 캐치프레이즈로 내 건 우멘센스 스쿨이 ‘프랑스 자수 클래스’를 연 건 최근의 자수 열풍을 반영하고 싶어서였지요. 일일이 가르쳐줘야 하는 강의 특성 상 20분 밖에 모실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재능기부 해주신 최정해 선생의 고품격 자수 강의는 우먼센스 자수 스쿨의 격을 한 층 높여주었고요.
기회가 되면 프랑스 자수 기초 과정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건 아니지만, 우먼센스와 여러분들이 웹에서 만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있으리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자수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최정해 자수공방 블로그'를 방문해보세요!
http://blog.naver.com/ilbep7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