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도로시 펍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7-12
저녁 7시~오전 6시, 02-323-5897
박명수는 대중을 웃기는 사람이지만,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늘 진지했다. 물론 흑역사도 있다. 그의 ‘유로비트 음악 사랑’은 개그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의 조롱이나 비웃음에도 끄덕하지 않고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가 작업하는 곡은 대중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가사는 코믹했지만 멜로디와 비트는 제법 귀에 감겼다.
DOROTHYPUB
박명수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늘 말했다. “나는 언젠가 최고의 디제이가 될 것”이라고. 개그하랴 사업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박명수가 시간을 쪼개고 쪼개 영어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그저 농담인줄 알았다. “문장 10개를 배우면 8개는 잊어버리는데, 그래도 계속 영어 수업을 들어요.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세계적인 DJ가 되고 싶거든요.”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중년의 열정’을 봤다. 그런 그가 새로운 공간을 열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있나.
금요일, 홍대 거리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젊음의 열기가 느껴진다. 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려는 청춘 남녀들이 저마다 멋 부린 차림새로 앉아 술 한잔에 수다를 안주 삼아 즐겁게 떠들고 있었다. 천장을 수놓은 레이저 광선을 시선으로 좇다 보니 2층 난간 쪽 박스에서 DJ찰스가 한창 디제잉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커다란 환호성이 일었다. 이제는 어엿한 프로 DJ의 행보를 보이는 박명수, 아니 DJ G-Park이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마치 순례라도 하듯 손님들은 줄지어 계단을 올라 박명수가 앉은 소파 쪽으로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을 것을 요청했다. 함께 셀카를 찍고 주먹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라니, ‘까칠한 명수 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밤 11시가 되기 5분 전, 박명수가 턴테이블 앞에 섰다. 그가 선사하는 음악에 모두가 소리 질러 화답했다. 박명수는 웃지 않았다. 떨어지는 땀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턴테이블을 만질 뿐이었다.
‘도로시 펍’에서는 박명수뿐 아니라 DJ 찰스를 비롯한 다른 DJ들도 디제잉을 한다. 물론 가장 인기가 많은 사람은 박명수다. 금요일 밤 10시 30분부터 갑자기 많은 인원이 펍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11시부터 시작되는 박명수의 스테이지를 즐기려는 젊은 남녀들이었다. “문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예쁜 여자 손님이 많이 온다고 소문이 났다”고 한 스태프가 귀띔했다. 그러고 보니 2층에서 박명수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줄 선 사람들의 대부분이 여자다. ‘쭈구리 박명수’는 이제 옛날이야기가 된 것 같다.
강석우 롱 브레드
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 22길 28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02-3477-1255
LONGBREAD
지하에 위치한 식당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나무로 만든 긴 테이블이었다. 고소한 파니니 냄새가 공간에 가득했다. 바구니에 담긴 과일과 달걀을 보니, 1970년대 미국 농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요즘 <아빠를 부탁해>에 소개돼 부쩍 손님이 늘긴 했지만, 이곳은 맛있는 파니니샌드위치와 향 좋은 커피, 독특한 느낌의 공간 때문에 이미 단골이 많은 카페였다.
바쁜 아침에 아이들을 막 학교에 보내고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강남맘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아이들을 위한 단체 간식으로 샌드위치를 사 가는 엄마도 많다고. 유기농 재료를 쓰므로 건강에 좋고 맛도 있어 반응이 뜨겁다. 이날도 중년 여성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벽 한편에 걸린 정물화가 유독 눈에 띄었다. 누가 그린 그림인지 물으니 강석우의 아내 나연신씨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 한다. 평소 강석우씨도 가게에 자주 들르는데 손님들에게 직접 커피를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돈을 조금 더 내면 모든 메뉴에 유기농 달걀이 추가된다는 ‘롱 브레드’. 한산한 오후 시간대에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수다를 떨려는 주부들이 주로 찾는다. 파니니가 맛있다고 소문난 덕분에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주문도 제법 많다.
선우은숙 키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235 에이치스퀘어 엔동,
오전 11시 30분~밤 12시, 031-696-7717
KITCHEN
햇살 좋은 날 ‘선우은숙의 키친’을 찾았다. 선우은숙은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소한 식재료, 조미료, 데커레이션도 저에게는 특별해요. 연기도 포기할 수 없지만 음식과 관련된 일도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라며 음식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과연 공간 이곳저곳에서 주인의 정성이 느껴졌다.
그릇 하나 수저 하나 그냥 놓인 것이 없었다. 과감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공간이니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겠나.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미국의 한 유명 레스토랑을 모티브로 삼아 메뉴 하나하나를 개발할 정도로 음식에 대한 열정이 큰 선우은숙의 아들 이상원씨는 매일 매장을 지키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인터넷에 ‘선우은숙의 키친’을 검색하면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는 네티즌의 리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직접 제조한 소스로 만든 샐러드가 아주 별미라는 여자 손님들의 호평이 눈에 띈다.
단기적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사람들에게 트렌디하고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모자의 신념이 그대로 녹아 있는 ‘선우은숙의 키친’. 소소한 식재료부터 그릇까지 음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일일이 체크하는 선우은숙과 아들 상원씨 때문인지 이곳은 2011년 문을 연 이래 미식가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통한다.
윤종신 카페 로브
서울시 종로구 평창 30길 17 디엠조형,
오전 10시~오후 11시, 02-396-1367
CAFE ROBE
인적 드물고 고즈넉한 평창동 길을 걷다가 만난 ‘카페 로브’. 윤종신·전미라 부부가 가족과 함께 운영한다. 아담하고 운치 있는 카페에는 유난히 식물이 많다. 전미라의 어머니가 살뜰하게 관리한단다. 여기저기에 놓인 귀여운 아기 신발들의 정체는 그들의 자녀인 라익이와 라임이의 것이었다.
가족들의 손길과 역사가 담긴 공간인 셈. 벽에 걸린 그림들은 멋스럽다. 인상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의 그림으로 매달 교체하기 때문이다. 과연 ‘월간 윤종신’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음반 창작을 시도한 윤종신답다. 유독 눈에 띄는 그림이 하나 있다. 나란히 놓인 긴 코르크와 짧은 코르크. 알고 보니 조영남이 부부에게 결혼을 축하하며 선물한 그림이다.
직접 담근 레몬청을 팔기도 한다는데, 과연 인스턴트 가루를 탄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진하고 달콤한 차다. 유명 셰프에게 전수받은 맛있는 파니니샌드위치도 이곳의 명물.
삐삐밴드 박현준 라 바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3길 32 1층, 평일 오후 7시~새벽 3시, 주말 오후 7시~새벽 4시, 02-337-0296
LA - BAS
공간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들어선 이라도 이 공간의 주인에 대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한편에 놓인 드럼과 기타, 공간 전체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예술가의 혼을 느끼게한다. 조금 생경하지만 듣기 좋은 음악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이곳은 ‘라 바(La-bas)’, ‘삐삐밴드’ 기타리스트 박현준과 영화 미술감독인 정은영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낡고 지저분해도 친구들과 함께 늦게까지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며 만들었다. 골목과 공간을 보자마자 파리 뒷골목의 작은 선술집을 떠올렸다는 주인장은, 이 공간을 찾는 이가 어느 곳에 앉더라도 영화의 한 장면을 느낄 수 있도록 꾸미려 했단다. 홍대 거리의 뮤지션, 시인들의 아지트가 된 이곳은, 주인장의 독특한 음악 취향 때문에 단골손님도 제법 많다. 술집이면서도 한 사람당 세 잔 이상 팔지 않는 이상한 장소지만, 계속 맘이 가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