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이사의 계절이 다가왔다. 그 말인 즉, 전세난의 칼바람이 또다시 불어올 거란 얘기다. 국민은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7월을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0.3%. 이는 2012년 12월과 비교해 15% 이상 상승한 수치다. 한마디로, 집값에 비해 전셋값이 턱없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올가을의 전세 대란이 지난봄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전세난의 여파는 연립주택으로까지 퍼지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연립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제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선호도가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전세 가격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는 것은 요즘 같은 전세난에 굉장한 장점이다. 7월 말 서울의 연립주택 전세금은 전월 대비 0.76%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7월 기준). 이른바 ‘전세 풍선 효과’다. 지난봄, 사람들은 전세 대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알면좋아요
집값 대비 전세가가 높아지면 집값이 상승한다? YES
집값과 전셋값의 격차가 좁아지면 집값이 자연스레 따라 상승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주춤했던 2008년에는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리지 못했다. 인구 감소와 저성장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당시에는 아무리 비싸도 전세가 낫다는 인식 때문에 주택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최근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서울의 경우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선 2013년 10월부터 아파트값 하락세가 멈췄다. 전세가율이 70%를 돌파한 지난 7월 말 아파트값 상승률은 2.68%에 달했다.
거래가 늘면 가격도 오를까? YES
전세난과 낮은 금리가 맞물리면서 아파트 거래량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2012년 6만8백40건이었던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상반기 8만2백78건을 기록했다. 이는 2006년 서울 실거래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다. 그럼에도 작년에는 집값 상승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였다. 주택담보대출, 분양가 등과 관련된 규제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올 들어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거래량 증가에 비례해 집값 상승 폭도 커지는 추세다.
낡은 아파트가 새 아파트보다 싸다? NO
대답에 많은 이들이 “진짜?”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요즘 분위기는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던 2000년대 중반과 비슷하다. 당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낡은 아파트의 가격이 새 아파트보다 비싸게 거래되곤 했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런 낡은 아파트들이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미 반포동이나 잠원동, 청담동 등 한강을 끼고 자리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최대 10년 단축하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목동 등의 아파트도 최근 1년 사이 최고 1억원 가까이 뛰었다.
앞으로도 전세난이 계속될까요? YES
정부가 각종 정책으로 수급 물량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전세난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정기예금을 들어봐야 그다지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한다. 자연스레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세 대란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전세’라는 제도 자체가 곧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임대 주택 공급도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2016년 정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하반기 부동산 시장 어떻게 될까?
전세난 어떻게 될까?
지난 상반기에는 서울 강동구나 강남권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살던 사람들이 재건축 이주를 했다. 인근 아파트의 전세 수요가 급증해 전세난을 더욱 증폭시켰던 것이다. 올 하반기에는 전세가 자체가 하락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지난 상반기처럼 전셋집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를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기다.
전세 대책, 효과가 있을까?
사실상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 매매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었지 전세 시장을 배려한 정책은 아니었다. 전세 수요자들을 위한 정책으로는 행복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 등을 들 수 있지만, 사실 목동이나 송파 지역에 이런 주택을 짓는다고 해도 최소 2년은 걸린다. 지금 당장의 불을 끌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전세가 없어진다?
점점 더 월세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전세가 사라지는 것은 무리한 예측이라고 본다. 전세와 월세가 모두 있지만, 점점 더 월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띠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을 사야 하나?
모든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라 말하고 싶고, 실수요자들은 무리한 대출은 피하는 선에서 사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유는 거시 경제에 아직도 불안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경제 성장 둔화 등을 두고 생각할 때 당장 이 타이밍이 기회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5년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70.3%
생생 생존기
전셋집 구하기, 나만 힘든가? 다른 사람들은 하늘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살아남은 사람들의 전세 대란 생존기를 공개한다.
1. “평수를 줄였어요”
저희 부부는 결혼할 때 전세보증금 3억에 35평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결정했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방이 3개는 필요할 것 같아 약간의 대출을 끼고 전세로 들어간 거죠. 처음 6년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지난봄, 재계약 시점을 한 달여 남기고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1억 가까이 올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게 시세라면서요. 서울에 집 한 채 없는 서러움을 그제야 깨닫게 된 거죠. 결국 저는 쓴 눈물을 삼키며 아이를 들쳐 업고 동네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3억으로는 당최 지금과 같은 수준의 아파트를 구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급한 김에 평수를 확 줄여 방 2개짜리 집을 계약했어요. 이사할 땐 큰 가구를 작은 집에 쑤셔 넣는 꼴이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그래도 뭐 어때요, 어쨌든 살 집은 구한 거잖아요.
2. “6개월 전부터 알아봤어요”
지난 5월 결혼식을 올린 새댁이에요. 저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게 신혼집을 알아보는 일이었어요.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기에 서둘러야겠다 싶었죠. 친구 중에는 결혼식을 올린 후에도 전셋집을 못 구해 이산가족 같은 신혼 생활을 하는 애도 있었거든요. 저는 결혼 얘기가 오가자마자 오만 일은 다 제쳐두고 주말마다 집을 알아보러 다녔던 것 같아요. 결혼식은 5월이었지만 저희 부부는 1월에 적당한 아파트를 계약했어요. 신혼집 구할 생각이라면, 좀 더 부지런히 알아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3. “평수를 확 늘렸어요”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싱글남입니다. 원래 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슬슬 결혼도 해야 할 것 같아 일단 혼자 살 전셋집을 알아보기로 했어요. 처음 집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많이 비싸더라고요. 40평대와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차이는 없어 혼자 사는 남자치고는 꽤 큰 집을 계약하게 됐어요. 단점이 있다면 쓸데없이 평수가 크다 보니 관리비를 많이 낸다는 것. 지금은 집에 세간이 없어 휑한 느낌이긴 한데, 그래서 더 빨리 결혼하고 싶어질 것 같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4. “시댁으로 들어갔어요”
전세 생존법이라는 게 뭐 별거 있나요? 저는 전셋값도 비싸고 아이들 양육에 부모님 도움도 좀 받자는 생각에서 ‘쿨하게’ 시댁으로 들어갔어요. 저희 가족이 살던 30평대 아파트 보증금을 빼서 시부모님과 함께 60평대 아파트로 이사한 겁니다. 사실 중소형 평수의 아파트 전세난이 심할 뿐 대형 평형은 매물이 많아요. 값도 중소형 평수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고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돈 들어갈 일이 많아질 텐데 이런 거라도 아껴서 다음에 보태야죠!
5. “전세금 돌려막기 했어요”
제가 가진 빌라는 전세를 주고 저는 아파트에 4년째 세 들어 살고 있어요. 그런데 아파트 집주인이 3천만원 정도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아이들 키우느라 버는 족족 써버렸더니 탈탈 털어도 2천만원밖에 안 나오더군요. 저희 가족도 말로만 듣던 ‘전세 난민’이 된 겁니다. 별수 없이 제 집에 세 든 새댁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보증금 얘기를 꺼내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한숨부터 들리더군요. 그래도 어떡해요, 나도 살아야 되는데!
6. “아예 샀어요”
전세라고 하면 아주 진절머리가 납니다.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되는 현실이 참 슬프더라고요. 지난봄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5천만원을 올려주든지, 아니면 집을 비워달라고 하는 겁니다. 혹시라도 집주인이 싫어할까 봐 벽에 못 한 번 안 박고 살아왔는데 솔직히 서운했죠. 이것저것 알아보니 사상 초유의 저금리라더군요. 결국 이번 기회에 덜컥 사버렸습니다. 이제 전세 스트레스에서 해방이에요!
7. “친구랑 살림을 합쳤어요”
저는 원룸에 사는데요, 집주인은 재계약 때마다 꼭
1천만원씩 보증금을 올려 받습니다. 사실 그럴 때면 늘 대출을 받아서 비용을 충당해왔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슬금슬금 올린 게 벌써 세 번째다 보니 슬슬 분통이 터지더라고요. 이번에는 아예 반전세로 돌리겠다면서 으름장을 놓는 겁니다. 그런데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대학 동기가 있는 겁니다. 이때다 싶어 냉큼 살림을 합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죠. 지금요? 한 명 더 섭외해 셋이서 2룸짜리 아파트에 전세로 살아요~!
8. “외곽으로 옮겼어요”
사실 전 무조건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서울 외곽 지역으로 한번 벗어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런데 지난봄 전세 난민이 될 뻔한 시기를 거치면서 그런 고정관념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치게 됐습니다. 경기도 구리로 이사를 가게 된 겁니다. 솔직히 처음엔 출퇴근할 때 교통이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서울 사는 친구들보다 제가 더 가까운 것 같더라고요. 도로도 굉장히 편하고요. 떠밀려 오게 된 외곽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만족해요. 잘 생각해보면 서울보다 외곽 지역이 더 유리한 점도 분명 많다니까요!
- TIP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임대주택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민간업자가 추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비롯해 행복주택과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 등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1. 공공임대
공공임대는 일정 기간(5·10년) 임대로 사용하다 기간 경과 후 분양 전환받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주택이다. 무주택 가구주로서 청약통장과 소득,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국민임대는 임대 기간이 30년으로,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무주택 가구주에게 저렴한 임대 조건으로 공급된다. 단, 분양 전환은 안 된다.
2. 뉴스테이
정부가 지난 1월 주거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정책. 민간업체가 중산층 이상에게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분양주택과 비슷한 품질의 주택을 세입자가 원하면 최장 8년까지 쫓겨날 걱정 없이 계속 살 수 있다. 임대료도 연간 5% 이상 올릴 수 없다. 입주 자격이나 청약 자격도 없다. 유주택자라도 거주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국민임대, 공공임대와 달리 대학생과 신혼부부, 중산층까지 확대돼 선택의 폭이 넓다.
3. 장기전세주택
서울 시민의 경우 SH공사가 공급하는 시프트(장기 전세주택)도 있다. 이 임대주택은 최장 20년간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거주할 수 있다. 조만간 재건축·재개발 등 입지가 좋은 곳도 대거 공급될 예정이다. 자격은 모집 공고일 기준 서울시에 거주하며 본인은 물론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이고, 소득과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청약통장도 필요하다.
4. 행복주택
행복주택은 공공용지 등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이나 직주근접이 가능한 부지를 활용해 주변 전·월세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이다. 입주 자격은 인근 대학교에 재학 중인 무주택자로, 본인과 부모 합계 소득이 평균 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지난 7월 올해 첫 입주하는 행복주택 8백47가구의 입주자 모집 결과 8천7백97명이 신청. 평균 10.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송파구 삼전 전용면적 20㎡는 최고 경쟁률이 208.5대 1, 서초구 내곡 전용면적 20㎡는 62.6 대 1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