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모퉁이, '황금알' 세모집이 세워지다
오래된 주택과 빌라가 밀집해 있는 목동의 한 마을. 코너를 돌자 삼각형 모양의 현대식 화이트 하우스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각형 형태의 건물들 틈에 사선으로 곧게 뻗은 남다른 외관도 외관이지만 햇빛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큰 유리창 또한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동네 사람들도 지나다가 한 번씩 집을 올려다보니 이 동네의 명물이 탄생한 듯하다.
집주인 김영주(38세)·황연화(37세) 부부는 네 살배기 아들 하율이와 함께 작년 겨울 이곳에 새 둥지를 틀었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1년 남짓 정성을 쏟아부은, 세 식구의 첫 주택이다.
“처음에는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고 다녔어요. 전세 대란 속에서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빌라와 주택 쪽으로 방향을 돌려 알아봤는데 저희 예산에 맞는 집은 40년 이상 된 낙후된 주택들밖에 없더라고요. 보기만 해도 무서울 정도여서 골조만 남기고 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 지경이었죠. 부동산에서도 지칠 대로 지쳐 마지막으로 이 집을 권했는데 남편이 보자마자 농담처럼 아예 집을 하나 짓는 게 낫겠다고 던진 말이 현실이 된 거예요.”
황연화 주부는 허름한 집의 외관만 볼 게 아니라 남편 말처럼 땅을 사서 주택을 새로 짓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당시 이곳에는 1972년에 지어진 주택이 서 있었는데, 허름한 것도 문제였지만 약 132㎡(40평)의 좁은 대지면적(보통 대지면적의 60%가 전용면적이 되기 때문에 요즘은 235㎡(70평) 이상의 대지면적을 선호하는 추세다)에 가파른 경사가 있는 모퉁이 땅이라 소위 건물 업자들끼리 하는 말로 ‘줘도 안 갖는 땅’이었던 셈이다. 시세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5년이 넘게 매물로 나와 있는데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건축가인 김영주·황연화 부부의 눈에는 ‘황금알’로 보였던 것.
“보는 순간 땅의 이점만 보이더라고요. 온전히 남향을 바라보는 구조에 경사가 있는 대지라 일조권 사선제한에서 건물 평균 높이가 높아지고, 주변을 둘러싼 건물의 창들이 거실로 난 곳이 없어 프라이버시 침해도 받지 않겠더라고요. 게다가 노지가 높아 꼭대기 층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트이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습니다.”
- TIP. 김영주·황연화 부부의 ‘수익형 다가구주택’에 대한 훈수
건축법 규제를 점검하라
토지를 구입할 때 건축법에 영향을 받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일조권 사선제한’은 말 그대로 햇빛을 받을 권리를 말하는데 주변 건축물의 일조권 확보를 위해 건물 높이에 제한을 주는 제도다. 보통 3층 이하로 건축되는 단독주택은 일조권 사선제한이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만 다가구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참고로 도로 폭을 기준으로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던 ‘도로 사선제한’은 올해부터 폐지되었다.
건축비는 임대 세대의 보증금으로 해결하라
집을 지을 때 가장 좋은 건 땅을 소유한 토지주가 직접 건축하는 것이다. 토지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건축비 투자만으로 수익형 건물을 소유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주·황연화 부부는 집 대신 땅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건축비는 임대 세대의 보증금으로 해결할 계획으로 예산을 짜면 부담도 없고 오히려 노후 자금으로 수익금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보다 미래의 주변 건물을 상상하라
주변 건물은 언제든 다시 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비록 지금 주변에 있는 주택이나 빌라가 허름하고 높이가 낮다고 해도 다시 개발될 때 높아지고 용도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것.
아토피가 있는 하율이를 위해 엄마가 가장 신경 쓴 건 벽지, 바닥재, 천장이다. 천연 소재의 독일 에어푸르트 벽지에 친환경 페인트를 발랐고 바닥에는 천연 소재 바닥재를, 천장에는 공기 정화 효과가 있는 규조토를 시공했다.
온전히 아이 중심으로 꾸민 집
김영주·황연화 부부는 대학원에서 함께 건축학을 공부하면서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건축학개론’ 커플이다. 올해 결혼 8년 차 부부로 둘 다 건축 일에 종사하면서도 직접 ‘우리 집’을 지으리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단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건축 일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그래요. 남의 집은 숱하게 만들면서 정작 ‘내 집’을 지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걸요? 아내가 결혼하면서 건축 일을 쉬고 있어서 더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죠. 진짜 신기하게도 농담처럼 던진 말이 새로운 꿈, 우리가 만든 집을 선물해준 것 같아요.”
옥상으로 연결되는 2층 다락방에 하율이 놀이터를 만들었다. 알록달록한 컬러 소품과 나무 소재 미끄럼틀은 아이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부부가 둘 다 건축 전문가다 보니 집을 지으며 싸우는 일이 잦았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전혀 없었단다. 건물의 외관이나 방 구조 같은 굵직한 일들은 남편 김영주씨가 맡았고 인테리어, 마감재, 디테일 등 세심한 부분은 아내 황연화씨가 담당했다. 서로의 분야를 명확하게 분담한 덕에 서로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집을 꾸밀 때 ‘아이 중심’으로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도 집을 완성하는 데 좋은 영향력이었다. 또한 부부는 너른 정원이 있어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곳이길 꿈꿨다.
모서리 코너에 주방 싱크대를 맞춤 제작해 공간을 확보했다. 그 앞에 놓인 식탁을 원목 소재로 만든 덕분에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주방을 완성했다.
“사실 도심 속에서 전원주택을 갖는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물론 돈이 많으면 넓은 대지를 사서 꾸밀 수 있겠지만 저희는 예산이 넉넉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한 게 주택 옥상에 ‘그럴싸한’ 정원을 만들어주는 거였어요. 인조 잔디를 깔아 나름대로 하율이의 운동장은 실현된 것 같아요.”
그 덕분에 한창 뛰어노는 하율이에게 집은 너른 정원이 있고 때론 놀이터가 되고, 때론 높은 책장과 계단이 도서관이 되기도 한다.
아이에게 너른 정원을 선물하고 싶었던 부부는 옥상에 인공 잔디를 깔아 아이의 운동장을 만들어주었다.
복층 구조의 공간으로 계단 아래 데드스페이스를 책장으로 만들어 아이의 책을 수납했다. 계단에 직접 올라서서 책을 꺼내 앉아 독서를 하는 하율이의 도서관이다.
부부와 아이가 함께 지내는 가족 침실. 공간 활용을 위해 침대 프레임을 없애고 매트리스를 연결해놓았다.
콤팩트하게 '미니멀' 하우스
실제 전용면적은 72.72㎡(22평). 작은 땅에 최대한의 면적을 내기 위해 1층부터 4층까지 계단 위치를 통일하고 데드스페이스를 줄이기 위해 코너 공간에 책장과 슬라이딩 도어 등의 아이디어를 더했다.
“최대한 담백하고 미니멀한 공간을 완성하려고 했어요. 동선을 심플하게 짧게 했고 공간마다 필요한 최소한의 가구로만 채웠고요. 너무 단순해 보이지 않기 위해 벽과 방문에 레터링을 장식하거나 패브릭을 달아 재미를 더했습니다.”
1층에서도 아이가 뛰어놀 수 있도록 복도를 일자로 길게 만들어놓았다. 곳곳이 하율이의 놀이터다.
감각 있는 젊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심플한 동선, 블랙과 화이트의 담백한 취향을 반영해 채운 인테리어가 세련돼 보인다. 아이 중심으로 꾸민 만큼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서재와 침실, 아이 놀이방이 이어진다. 넓지 않은 면적이지만 가벽으로 구획해 공간의 분리된 느낌을 주었고 나중에 아이가 크면 가벽을 없애 공부방으로 쓸 계획이다. 또한 입구에서 들어오자마자 가벽으로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유리를 삽입해 시원한 공간감을 부여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벽 공간. 갑갑해 보이지 않도록 유리를 삽입해 창문처럼 연출했다.
“기회가 된다면 또 주택을 짓고 싶어요. 지금처럼 ‘황금알’ 같은 땅을 발견하면 주저 없이 도전할 것 같아요. 아직 이른 것 같긴 하지만 먼 훗날 노후를 생각한다면 도심을 벗어난 외곽에서 한옥을 개조해 살고 싶어요. 남편과 제가 소소하게 건축 작업을 하면서 일도 하는 꿈을 꾼답니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유쾌한 세 식구의 집을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8월 6일 목요일 오전 9시 10분, SBS <좋은아침>에서 만날 수 있다.
감성이 풍부한 아이를 위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국적인 디자인의 텐트와 자동차 도로가 그려진 카펫으로 놀이방을 채워주었다. 북유럽 감성의 컬러와 디자인이 인테리어 효과도 톡톡히 낸다.
아이 방 옆에 마련한 남편의 서재. 한쪽 벽면을 그레이 컬러로 페인팅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우.스> 제작진의 카메라 밖 스토리 목동 모퉁이 세모집
<하.우.스>가 꾸준한 인기를 얻는 것은 제작진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깔려 있기 때문이다. ‘뻔한’ 집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보고 공감하고 배울 것도 많아야 한다는 제작진의 깐깐한 기준 때문에 그만큼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하고 힘든 점도 많다. 이번 호에 실린 목동 모퉁이 세모집은 어떻게 찾았을까? <하.우.스>의 이은정 작가가 카메라 밖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Q. 방송에 나오는 집은 어떻게 찾나?
인터넷 검색으로 찾는 경우가 많아요. 건축회사 사이트를 보거나 일반인들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보고 추적하기도 합니다. 오늘 촬영한 목동 모퉁이 세모집 같은 경우는 건축 시공사에서 올린 공간의 일부 사진을 보고 연락을 했어요. 집 한구석의 뾰족한 모서리 사진이었는데 보는 순간 딱 ‘이 집, 뭔가 특별하다’라는 감이 왔어요. 이 밖에도 지나가다 특이한 집이 보이면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기도 하고 집에 사람이 없으면 명함을 두고 오기도 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제보가 많이 들어올 거란 기대를 하고 있어요.
Q. 시청자들이 방송을 볼 때 관전 포인트는?
초창기 <하.우.스>가 ‘작고 독특한 집 찾기’에 집중했다면 요즘엔 아파트 전세를 대신할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저희 방송에 출연하는 분들도 ‘아파트를 대신할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소개하고 싶다’는 취지에 공감해 출연하는 분이 많아요. 어떻게 보면 저희 방송에 출연하는 분들은 ‘주거계의 트렌드 리더’인 거잖아요? 아파트 말고 주택에 산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니까요. 그분들 나름의 노하우와 용기를 배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이 사는 집을 구경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하.우.스>는 매주 남이 사는 집을 구경할 기회와 함께 집을 꾸미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인테리어 정보도 가득하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1996년 첫 방송을 시작해 매일 주중 아침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SBS 간판 정보 방송 <좋은아침>의 목요일 섹션 프로그램. 올해 1월, 시즌 1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오전 9시 10분에 방영되고 있다. ‘하.우.스’는 ‘하나뿐인 우리 집 스토리’의 줄임말로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특별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도심 속 자투리땅을 찾는 노하우부터 노후한 집을 개조하는 방법, 집 짓기, 최신 인테리어 스타일 등 요즘 주거 트렌드와 정보를 알차게 담고 있다는 평을 들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아나운서 김일중, 김지연, 김환이 MC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