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장보러 갔다가 남편의 담배 한 보루를 사면서 깜짝 놀랐는데요. 장을 보는 데 든 돈보다 담뱃값이 더 비싸서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금연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사실 담뱃값보다도 건강에 좋지 않아 끊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어쨌거나 요즘은 흡연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아 설 자리가 없음에도 한번 중독된 사람들은 끊기가 쉽지 않아 건강상 문제를 일으킵니다.
빅터 디노블이라는 과학자가 있는데요. 한때는 담배 회사의 직원이었지만 담배의 중독성을 연구한 후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인물입니다. 그는 쥐를 니코틴에 노출시키면 중독에 빠져 이후 스스로 니코틴을 공급하고자 하는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술은 중독성이 5%지만, 담배의 중독성은 90%로 매우 높아서 금연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담배를 지속적으로 피우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먼저 말초 혈관의 순환을 방해합니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이 말초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인데요. 혈관의 통로가 좁아지니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습니다.
혈액순환이 잘되면 우리 몸에 병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노폐물이 빠르게 제거되고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담배를 많이 태운 날은 노폐물 제거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더 쉽게 피로를 느낍니다. 담배를 오랫동안 피운 사람의 피부를 보면 노폐물이 제거되지 않아 거무튀튀하고 칙칙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는 말초 혈관의 순환에 문제가 생겼다는 증거입니다. 폐암 전문의는 입술 색이 검은색으로 변하면 폐나 말초 혈관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니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합니다. 또 담배를 피우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소모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담배의 해로운 물질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필요한데 평소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하다면 뼛속에 저장된 것을 꺼내 쓰게 됩니다. 그러면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대사 과정에서 강력한 촉매제입니다. 촉매제는 성냥과 비슷해 많은 양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없으면 불을 피울 수 없는데요. 그래서 비타민과 미네랄은 적은 양이라도 부족하지 않아야 대사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됩니다. 대사 과정은 인체의 거의 모든 기능을 주관합니다. 소화하고, 세포를 만들고, 면역반응을 하는 등, 다시 말해 비타민과 무기질이 부족하면 소화에 문제가 생기고 성장이 더디고 면역력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흡연가는 비흡연가보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더 많이 보충해야 합니다. 미네랄이 풍부한 잡곡밥으로 대체하고 더 많은 양의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소를 싫어하는 남자들의 경우에는 12곡 이상 되는 잡곡을 불렸다가 쌀과 반씩 섞어 밥을 짓는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금연을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어렵다면 말초 혈관의 순환을 돕도록 운동을 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짜세요.
한의사 김수경은…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 (http://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7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