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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은 그 집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인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드라마만큼 화제를 모은 극 중 ‘한정호’의 집에 다녀왔다.

On May 06, 2015

가건물 3동으로 이루어진 세트는 약 2640m²(8백여 평). 한옥을 선택한 것은 이철호 미술감독의 아이디어다. 일제강점기부터 근대, 현대까지 상류층으로 살아온 가문의 집으론 한옥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TBC <밀회>의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의 신작으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속 한정호 가족의 호화 저택 세트가 관심을 받고 있다. 자체 제작비만 약 7억원이 들었고 소품에 4억원 가량 들었다는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소문대로 규모가 크다. 가건물 3동으로 이루어진 세트는 약 2640㎡(8백여 평).

거실의 옛날 음향기기, 공부방의 계단식 사다리, 각종 도자기와 족자 등 소품을 구경하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렸다.


등장인물들이 늘 거니는 긴 복도를 지나면 왼쪽에 거실이 있다.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소파와 테이블, 음향기기가 배치되어 있다. 그 오른쪽은 식당이다. 긴 식탁 위에 놓인 웨지우드 티포트 세트는 작은 소품 하나에도 정성을 들이는 스태프의 공이 느껴진다. 한옥 지붕에는 진짜 기와를 얹었고 서까래도 전부 목재를 사용했다. 서까래 아래 놓인 항아리가 예스러운 느낌을 낸다. 여닫는 문도 진짜 유리라 무겁다.


한옥을 선택한 것은 이철호 미술감독의 아이디어다. 일제강점기부터 근대, 현대까지 상류층으로 살아온 가문의 집이라 한옥이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 ‘과거를 과시하는 현대의 인물’로 설정해 기와집과 현대 건축양식을 붙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안판석 감독도 동의했다. 거실의 옛날 음향기기, 공부방의 계단식 사다리, 각종 도자기와 족자 등 소품을 구경하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렸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에 가장 많이 신경 썼다. 도자기나 족자 같은 옛 물건들은 인사동을 돌거나 고미술상을 찾아가 직접 구했다.


한정호의 서재에는 진짜 영자 신문이 놓여 있고 서가에 꽂힌 책은 진짜 법전이다. 서봄과 한인상이 함께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공부방에도 교재와 필기도구가 펼쳐져 있다. 미술팀 스태프는 “안 감독님이 워낙 리얼리티를 중시한다”고 귀띔했다. 문득 드는 궁금증, 가장 비싼 소품은 무엇일까? 소품팀은 침실, 거실, 서재, 작은 거실의 모든 가구를 최고급 제품으로만 꾸몄다. 그런 까닭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스태프들이 항상 조심한다고.


대대손손 상류층으로 살아온 인물의 집이니만큼 옛것과 새것의 조화에 많이 신경 썼다. 도자기나 족자 같은 옛 물건들은 인사동을 돌거나 고미술상을 찾아가 직접 구했다. 샹들리에부터 작은 스탠드까지 다양한 조명기구도 눈에 띈다. 안판석 감독은 ‘설정이 밤인데 낮처럼 환한 화면’ 같은 부자연스러운 것을 지양한다. 창에서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활용해 낮에는 환하게 밤에는 어둡게 촬영한다. 벽의 재질감이 더 돋보이는 효과도 있어 전체 조명보다는 간접 조명을 주로 사용한다.

 

정성 들인 세트는 배우들의 연기에도 영향을 줬다. 한정호(유준상)가 서재 내부에 있었던 등채를 손에 쥐면서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도 소품을 사용한 애드리브였다.


정성 들인 세트는 배우들의 연기에도 영향을 줬다. 한정호(유준상)가 서재 내부에 있었던 등채를 손에 쥐면서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도 소품을 사용한 애드리브였다. 한정호가 사돈 앞에서 자신을 욕보이는 아들 한인상(이준)을 잡아채려고 누마루의 난간을 넘어가다가 가랑이가 낀 ‘낭심 사건’도 마찬가지다. 배우들도 드라마 세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유호정은 “이렇게 잘 만들어진 세트는 처음 본다”고 말했고, 유준상도 “진짜 우리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웃었다.


드라마가 끝나면 세트는 어떻게 될까?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 제작 업체 몇 군데에서 세트를 구입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 상태. 구입한 소품에 대해서는 이벤트 업체들과 드라마가 끝난 후 경매를 논의 중이란다. 이철호 미술감독은 “이번 세트가 좋은 반응을 얻어 보람이 있다”면서도 “일반적인 현재 드라마 제작 과정의 시스템에서는 미술팀이 시간을 충분히 들여 작업하기는 어려워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CREDIT INFO
기획
이예지
취재
정지혜
사진
강민구,SBS
2015년 05월호
2015년 05월호
기획
이예지
취재
정지혜
사진
강민구,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