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 칼라 스타일의 화이트 원피스 프라다, 누드 톤 스틸레토 힐·액세서리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KimSong
“우루루 까꿍” “도리도리 잼잼” 아들의 재롱에 영락없는 아들바보의 모습을 보이던 그녀가 메이크업을 끝내고 나타나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깊은 눈매와 오똑한 코, 이국적인 외모의 그녀는 빛나고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 <엄마의 탄생> 속 펑퍼짐한 엄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당당하게 카메라 앞에 섰다가 열여덟 살 소녀처럼 쑥스러운 듯 이내 미소를 보이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저, 이런 거 못해요. 가수 활동 할 때 앨범 재킷 촬영해본 것 말고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적이 없어요.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데다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활동하는 내내 힘들었죠. 뻣뻣하더라도 잘 봐주세요(웃음). 저 그냥 엄마 할래요.”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 수줍은 몸동작. “포즈가 어색하죠?” “날씬하지 않아서 미울 텐데….” 이렇게 화려한 의상을 입어본 게 언제였더라 싶어 어색한지,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래도 오늘은 아들과 함께하는 촬영이라 특별해요. 몸은 힘들어도 사진은 오래도록 남을 거니까. 엄마가 된 이후 아들에게 어떤 추억을 만들어줄까부터 생각하게 돼요.”
김송은 24시간이 모자라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벽에도 몇 번씩 깨는 아이 때문에 잠은 늘 부족하고, 남편 식사부터 설거지, 빨래, 청소 등 갖은 살림을 마치고 나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넘어간다. 한류 스타의 스케줄보다 더 빠듯한 주부의 일상. 그녀만을 위한 시간은 거의 없다.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라요. 몸이 힘드니까 때로는 마음도 지치죠. 그래도 저는 ‘여자’ 김송보다 ‘엄마’ 김송이 좋아요. 아이를 낳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순간순간 너무 행복해 눈물을 흘린적도 있어요.”
아이가 태어난 후 집안 서열 1위였던 강원래가 이제는 맨 뒤가 됐다. 행동도 변했다. 무뚝뚝하던 남편의 말수가 늘더니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리기도 했다. 이날도 강원래는 특A급 한우를 준비해놓고 아내의 ‘퇴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2000년 강원래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사람들은 10년째 연애 중이었던 김송이 그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절망이 희망을 집어삼킬 때 그의 곁을 지킨 건 다름 아닌 김송이었다. “연애 시절, 남편의 무뚝뚝한 성격이 좋았어요. 나쁜 남자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겉으로는 쌀쌀맞고 차가운데 속은 깊은 사람이에요. 뭘 해주고도 생색내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사고가 났을 때도 그에 대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죠. 오히려 ‘나 오빠 없으면 못 살아’라고 했었으니까요.”
화이트 터틀넥 에디터 소장품, 화이트 롱 재킷 데레쿠니, 블루 슬랙스 쉬즈미스, 화이트 스틸레토힐 헬레나앤크리스티, 자줏빛 컬러의 수술 귀걸이 케이트앤켈리.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고 다이아 반지도 끼고 싶었는데 남편은 반대하더라고요. 서운했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제가 울까 봐 그랬대요. 그런데 막상 결혼식 날 눈물이 한 방울도 안 나는 거예요. 제가 눈물 많은 걸 알고 (박)상민 오빠, (박)미경 언니, 틴틴파이브 친구들이 축가를 엄청 신나게 불러 울 틈을 주지 않았어요”
박시한 싱글 핑크 슈트 루이체, 볼드한 골드 링 모두 주얼리카운티와 젤라시, 팔찌와 귀걸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기에 성공한 강원래와 건강하게 자라는 아들 강선. 김송은 지금의 행복을 찾기까지 숱한 고비를 넘겼다. 여느 부부들처럼 이혼을 결심했다가 마음을 고쳐먹기를 수차례. “제가 예민한 성격이라 작은 일에도 힘들어해요. 결혼 생활도 괜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술이나 담배를 전혀 안 하는데도 위궤양에 걸릴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몇 번을 참다가 폭발해 헤어지자고 한 적도 여러 번 있었죠.”
그녀는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아침에 눈뜨면 ‘오늘도 시작이구나’ ‘몸이 불편한 남편과 평생 어떻게 살지’ 하는 비관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편도 많이 지쳐 있었을 거예요. 제가 이혼하자고 했을 때 그러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이혼하지 못한 건 제가 잘 살고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었어요. 엄마랑 언니가 이혼의 아픔이 한 차례씩 있어요. 그래서 저를 더욱 잡았던 것 같아요. 저 마저 이기지 못하면 안될 것 같았거든요. ‘그냥 내가 감당하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죠.”
그녀는 2006년 친정어머니의 암 판정 이후 전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교회 문턱도 밟지 않았던 그녀, 단골 점집이 있을 정도로 신앙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녀가 어머니의 유언대로 종교생활을 시작했다. “호주에 사는 엄마를 보려고 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어요. 건강검진 하러 간 병원에서 엄마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리더라고요. 폐암이 척추와 뇌로 전이돼 길어야 1년밖에 못 살 거라는 판정을 받았죠.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그때부터 불교신자였던 엄마가 교회를 다니셨어요. ‘하나님, 암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하는 모습을 봤죠. 그러고는 굉장히 행복하게 돌아가셨어요. 엄마는 ‘모든 게 하나님 덕분’이라며 두 딸에게 교회에 다니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나셨어요.”
이후 김송은 매일 성경을 읽었다. 그녀의 휴대폰 사진첩은 아들의 성장 과정이 담긴 사진과 성경 구절로 가득했다. “기도를 하면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우리 집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남편이 저의 십자가죠. 죽고 싶다거나 이혼하고 싶은 생각도 기도하면 사라져요. ‘하나님이 있으면 우리 신랑을 아프게 했겠어? 다 거짓말이야’라고 했던 제가 이제는 이 모든 게 ‘감사하다’고 기도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토록 원하던 손주를 끝내 보지 못하고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 엄마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김송은 눈물을 보였다.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워요. 아들도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해요. 하지만 하늘에서 보고 계실 거라고 믿어요. 나중에 천국에서 만날 거니까, 엄마 생각하면서 더 씩씩하게, 행복하게 살래요.”
그녀는 아들을 위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살면서 마주치게 될 힘든 일, 괴로운 일도 하나님에게 의지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가족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다가 엄마 곁으로 갈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까지. 두 손을 모은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엄마다.
블랙 술 스타일 롱 원피스 탑샵, 술 스타일에 골드 퍼 돌체앤가바나, 글래디에이터 블랙 힐 모노바비, 큐빅 링 프란시스케이.
“인공수정에 일곱 번 실패하고 포기했어요. 그런데 2012년 10월 17일, 그러니까 포기한 지 5년 만에 남편이 다시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날 제가 읽은 성경 말씀이 ‘여호와께서 내가 다시는 그들로 자식을 잃게 하지 않게 하리라’였어요. 다시는 유산되지 않게 한다는 말씀이더라고요. 결혼 10주년 되던 날 병원에서 ‘시험관 아기 1차 피검사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기적 같은 일이었죠”
Photo Sketch
아들의 손짓과 옹알이 모두 감동이었다. 고된 촬영에도 힘이 되는 건 역시 아들이었다.
변신한 엄마가 낯설까 봐 연신 ‘개구진’ 표정을 지어 보이는 김송의 에너지는 대단했다.
오늘만큼은 진한 화장에 화려한 의상으로 카리스마 넘쳤던 17년 전 무대 위 가수 김송을 재현한 엄마 김송. 어색한 듯 “저 괜찮아요?”라고 수줍게 말한다. 5시간째 이어진 촬영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오히려 틈만 나면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을 정도로 파이팅이 넘친다.
아들 선이는 아빠와 엄마의 외모를 적절히 믹스(Mix)했다. 눈은 아빠, 입은 엄마, 보조개는 아빠와 엄마 모두의 것을 닮았다. 변신한 엄마를 보고 신기한 듯 놀란 눈이 됐다가 엄마의 갖은 장난에 꺄르르 웃는다. 세상에 이런 복덩이가! ‘윙크’ ‘만세’와 같은 애교로 어찌나 여심을 녹이던지. 선이는 지쳐가는 스태프들에게도 비타민이 되어주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힘들 텐데도 안 울죠? 제 아들이지만 이렇게 순한 아이는 처음 봐요.”
김송은 친구 같은 엄마를 꿈꾼다. 도란도란 앉아서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엄마. 힘들 때면 언제든 찾아와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싶어했다.
“선이와 지내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니까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어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엄마여야 하는데 제가 몸이 약해요. 임신 중에 당뇨에 걸렸고, 산후에는 갑상선도 왔죠. 둘째 욕심도 생기는데 건강이 안 좋아서 불가능할 것같아요. 간절히 바라는 건 선이가 낳은 아이를 보는 거예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