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이 그림 그리기에 푹 빠졌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그녀는 하루 일과를 붓과 함께 시작한다. 사진 속 그녀는 붓을 들고 열심히 유화 작품을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공간은 집 인테리어를 꾸밀 당시 그녀 남편이 특히 신경 썼다는 그녀만의 아틀리에다. 거실 공간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장식품은 그녀가 직접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현대미술 작가 ‘코헤이 나와’의 작품이다.
“제발 미술 학원에 보내달라던 학창 시절. 경제적으로 그리 여유롭지 않았던 나이 드신 엄마는 스케치북을 다 버리셨죠. 마음속 깊은 곳에선 ‘언젠가 그리게 되겠지’ 하면서 지냈어요. 그리고 2년 반 전부터 배우지 않아도 ‘열정’으로 그릴 수 있다는 걸 ‘프리다 칼로’로부터 배웠어요. 그 후 거의 매일 그립니다. 유명한 화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매일 이곳에서 행복을 느낄 뿐이에요.”
이혜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말이다. 그녀가 영향을 받았다는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의 여류 화가로, 1984년 그녀의 작품들이 멕시코 국보로 지정되기도 했다. 프리다 칼로는 주로 가족과 친구들을 그렸고 전체 작품 중 3분의 1이 자화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이혜영의 작품에도 자신과 가족, 반려견인 부부리가 등장한다. 작품 수준이 프로 작가 못지않게 뛰어나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파워 인스타그래머로 손꼽힌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작품 제목과 그녀의 부연 설명이다. 가령 외할머니와 용의 모습이 등장하는 ‘내가 태어난 이야기’라는 작품에는 “늦둥이를 지우기 위해 부모님이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외할머니가 나타나 ‘용꿈을 꿨으니 무조건 낳아라!’라고 하셨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 자신의 탄생 비화를 재치 있게 그림으로 풀어내고 그것을 대중과 함께 소통하는 식이다.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삶이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그녀. 조만간 그녀의 작품을 갤러리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