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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통학도우미 떴다!

아이를 혼자 두기엔 너무 험한 세상. 학교와 학원, 학원과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실어주는 통학도우미 전문업체가 등장했다.

On March 18, 2015

아이들의 통학을 돕는 선생님은 모두 신분이 보장된 전문 경호인으로 유사시 범죄 용의자를 제압할 수 있다.

 

이미 강남에서는 알 만한 엄마들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전문 경호원이 아이들을 학교에서 학원으로 실어다 주는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어린이를 상대로 한 강력범죄와 왕따, 폭력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 트렌드에 눈이 밝은 강남 엄마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보호하고 등·하교를 도와주는 서비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올 3월부터 서울시에 있는 3백53개(전체 초등학교의 58.7%)의 초등학교에 ‘9시 등교’를 실시하면서 출근 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던 직장맘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통학 전문 서비스를 찾는 학부모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D사는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설립 1년여 만에 회원이 2백여 명까지 늘어난 것. 이용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대부분이지만 학원과 학원을 옮겨주는 서비스는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이용 가능하다. 설립 당시 9인승 승합차 2대로 시작한 D사는 현재 20여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업체가 등장하기 전부터 승합차로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가 먼 학생들을 모아 데려다주는 서비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단순히 학생들을 데려다주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Door to Door’, 즉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1층 아파트 문 앞이나 주차장까지, 일반 주택의 경우엔 대문 앞까지 보조한다. 아이들이 학교 교문과 학원 입구로 들어가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까지가 라이더의 임무다.

 

부모들은 차량 내부의 CCTV 를 통해 이동 중인 아이들을 살필 수 있으며 아이들의 이동 경로는 문자로 수시로 보고 받을 수 있다.

 

또한 아이들 경호와 보안에도 신경을 쓴다. 업체는 범죄경력증명서를 통해 신원이 확실하게 보장된 사람만 선생님(라이더)으로 채용한다. 또한 모두 경호학이나 체육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유사시 범죄 용의자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신체적인 능력과 무술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 주말에는 아이들의 체육교실 등을 직접 지도하고 있어 선생님 특유의 노련함으로 아이들을 다룰 수도 있다.

차량 내부에는 CCTV를 설치해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부모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해 더욱 안심할 수 있다. 한 선생님당 1~2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어 한 달 평균 이용료가 30만~50만원에 달한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학부모는 “1회 1만3천원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라 처음에는 좀 비싸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이의 안전을 생각하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 딸 가진 부모는 아들 가진 부모보다 안전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와 학원을 다니고 집까지 무사히 돌아온다면 비용이 더 들어도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처음에는 나도 너무 유난 떠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다른 엄마들도 많이 고민한 뒤에 별다른 대안이 없어 결국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동행 취재기

오전 8시, 선생님(라이더)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를 학교와 학원으로 옮겨주는 걸 ‘라이드’라고 하는데, 아이가 사는 집 앞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가 아파트 현관을 나오면 선생님이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를 맞이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선생님이 입은 조끼를 보고 통학도우미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차에 오른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CCTV가 눈에 띈다. 학부모는 이 CCTV를 통해 아이가 이동 중에 다치지는 않는지,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는지 지켜볼 수 있다. 일종의 ‘감시 서비스’인 셈이다.

차량을 운전하는 선생님은 아이가 출출할 땐 간식을 꺼내 주기도 하고, 기분을 살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혹은 학부모가 부탁한 DVD 강의나 교육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기도 한다. 차량이 학교에 도착한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학부모에게 문자가 전송돼 위치를 알려준다. 이 때문에 학부모는 아이의 이동 경로를 시시각각으로 보고받을 수 있다.

아침 시간 학교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아이를 직접 라이드하는 학부모들의 차량이 끊임없이 들어가고 나가고를 반복한다. 그 와중에 통학도우미 서비스 차량이 들어온다. 차량을 라이드하는 선생님은 직접 문을 열고 아이를 교문 앞까지 인도한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면 선생님은 주변에서 대기한다.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이기 때문에 선생님은 아이가 학교를 마칠 시간인 오후 3시 30분경 아이를 태워 다시 학원으로 향한다. 주로 학원이 즐비한 대치동이 목적지다. 이렇게 한두 시간을 기다리고 다시 다음 학원으로, 또 다음 학원으로 아이를 데려다주고 최종 목적지인 집에 도착하면 대부분 오후 9시에서 11시를 넘기기 일쑤다. 하지만 아이는 이동하는 동안 사람이 많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기다리는 시간도 아낄 수 있어 피로가 적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문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아이들을 라이드하는 중간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수시로 울렸다. 1회만 이용할 수 있는지, 거리는 어느 정도 되는지, 이용 가능한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문의 전화였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데 인력적인 면이나 물리적인 면에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비용이 비싼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아이를 라이드하고 기다리는 시간과 주차비, 기다리는 동안의 커피값 등 나가는 것에 비하면 결코 많은 비용은 아니다. 더구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에게 내 아이를 맡긴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에서는 통학도우미 서비스를 두고 ‘너무 유난 떠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또한 ‘여유 있는 집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점점 험악해져가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지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부모의 심정을 아는 이상 통학도우미 서비스에 대해 비판만 할 수는 없는 세상이 됐다.

CREDIT INFO
취재
전유리
사진
최항석
2015년 03월호
2015년 03월호
취재
전유리
사진
최항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