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1 손잡고 산책해요
아이 아빠와 결혼한 지 8년 됐어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는 부부만의 시간이 없었죠. 그러다 보니 단둘이 있을 때면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곤 했지요. 아이가 방학이라 할머니 댁에 갔을 때였어요. 둘이 함께 저녁을 먹고 뻘쭘하게 식탁 앞에 앉아 있었는데, 남편이 일어나더니 소화도 시킬 겸 동네를 한 바퀴 걷자는 거예요. 알겠다며 같이 따라나섰는데 처음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조용히 둘이 걷기만 했어요. 그러다가 남편이 아이 키우느라 고생했다며 말문을 텄죠. 그렇게 시작한 대화가 끝이 날 줄 몰라 결국 한 시간 넘게 걷게 됐죠. 그 뒤로 남편은 한가한 저녁이면 종종 저와 함께 걷자고 했어요. 저도 점점 그 시간이 기다려졌죠. 한번은 손을 잡고 걷는데 마치 연애 시절 처음 손잡던 때가 생각나 손에 땀이 다 차더라고요. 요즘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남편과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걷고 있습니다. 매일 똑같이 느껴지는 동네 골목이었는데 이제는 꽃길 같아요.
(김정화, 41세,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
case 2 추억이 깃든 장소에 가요
남편과 사귈 적엔 밥 먹고 차 마시고, 차 마시고 밥만 먹은 연애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연애할 때는 마냥 좋기만 했어요. 지금은 나가서 맛있는 걸 먹어도 매번 아이와의 전쟁이니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나서 남편과 같이 있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졌어요. 남편은 조그마한 펍을 운영해 가게 문을 여는 늦은 오후까지는 쉴 수 있었죠. 어느 날 남편이 데이트하자며 하루를 비워달라기에 흔쾌히 오케이했어요. ‘뭐 하려고 저럴까? 뭘 준비한 건가?’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대는 거예요. 세차를 마친 남편이 저를 데려간 곳은 연애할 때 종종 갔던 비싼 레스토랑이었는데, 결혼하고는 한 번도 오지 못했죠. 남편이 제게 사귀자고 했을 때 이곳에 데리고 왔어요. 학생이라 여유가 없을 때였는데 돈을 모아 멋지게 프러포즈했죠. 그런 귀여운 남자를 거절할 여자가 얼마나 되겠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부부가 됐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하더군요. 작은 소품부터 메뉴판까지 그대로더라고요. 더구나 그때 들었던 노래가 나오자 그의 앳된 얼굴이 오버랩됐어요. 그리고 우리는 그날 둘째를 가지게 되었죠. 여전히 그는 제게 남편이기 이전에 멋진 애인이랍니다.
(신미정, 30세, 대전시 동구 용전동)
case 3 남자의 성감대는 여자의 미모래요
아이를 출산하고 체중이 30kg 늘어난 뒤로는 신랑이 절 쳐다보지도 않아요. 사실 남편의 마음도 이해해요. 온몸에 덕지덕지 붙은 살은 물론이고 아이를 보느라 빗질조차 못한 헝클어진 머리카락, 화장품을 언제 발랐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 얼굴, 편하다는 이유로 집에서 꼭 착용하는 엉덩이가 해진 바지까지. 제가 봐도 전 매력 제로예요. 옆집 수영이 엄마가 그러더군요. 두 달 전 코를 성형했는데, 남편이 수술하기 전에는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며 말렸는데 막상 하고 나니 태도가 바뀌었다고. 옳거니 하고 저도 바로 성형외과로 달려갔어요. 의사는 제 턱을 잡고 좌우로 얼굴을 돌려보더니 “하시는 김에 다 하시죠.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올 만한 얼굴입니다”라며 눈과 코, 양악 수술 풀 패키지를 권유했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돈이 걱정됐지만 ‘한 번뿐인 인생이다, 철이 없는 엄마를 용서하라’며 덜컥 사인했어요. 그리고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됐죠. 여기서 살 빼지 않으면 코를 세워도 티가 안 나고 턱을 집어넣어도 티가 안 난다기에 돈을 어디다가 쏟아 부은 거냐고 잔소리할 남편의 얼굴을 생각하며 피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죠. 그리고 6개월이 지났어요. 요즘 남편은 어딜 가도 절 데리고 다녀요. 가끔은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죠. 괘씸한 마음도 들지만 아직은 이 좋은 기분, 좀 더 누려보려고요.
(서민아, 32세,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case 4 비결은 끈적한 부부 마사지!
왠지 모르겠는데 두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는 남편의 스킨십이 그 무엇보다도 싫었어요. 피곤한데도 자꾸만 다가오는 남편이 부담스러웠죠. 우리가 뜨겁게 껴안았던 때가 대체 언제냐며 조르는 남편이 어찌나 밉던지. 하루 종일 쌓이는 설거지에 아이들과 한바탕 씨름하고, 엄청난 양의 빨래와 매일 해도 티 안 나는 청소까지, 매일같이 강행군 하는 난데 그까짓 섹스가 뭐라고…. 두 아이가 오랜만에 일찍 잠이 들었어요. 저도 한숨 돌리고 눈 좀 붙이려는데 남편이 큰 수건을 가져와 거실에 깔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기가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실랑이하면 더 피곤할까 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누워버렸어요. 그리고 남편의 마사지가 시작됐죠. 오일을 바른 손이 한 번 두 번 지나갈 때마다 몸에 열이 나면서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남편은 손바닥으로 제 등을 문질러줬어요. 그리고 곧 연주하듯이 제 온몸을 훑어 내려갔죠. 그날은 남편의 스킨십이 정말 좋았어요. 그 뒤로도 종종 제게 마사지를 해주었고 지금은 저도 남편에게 마사지를 해준답니다. 어설퍼서 몸 위로 넘어질 때면 더 좋아하더라고요.
(지윤선, 33세,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case 5 사랑은 춤을 타고 내게 왔어요
우리 양반이나 저나 말이 없고 숫기도 없어요. 충청도 출신의 우리 아저씨는 뼛속까지 양반이라 평소 절대 뛰지도, 크게 웃는 법도 없죠. 저희 부부는 연애할 때도 큰 파동 없이 그냥 그랬어요. 좋은지 싫은지도 모르고 결혼했죠. 특별히 권태기랄 것도 없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두 아들을 모두 장가보내고 우리 두 늙은이만 남았어요. 우리 아저씨가 당뇨 초기 증세가 보여 운동을 안 할 수 없겠더라고요. 나물 한 가지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던 양반이 당뇨가 웬 말입니까? 어찌 됐든 남편에게 맞는 운동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산에도 보내고, 헬스장도 끊어줬는데 도통 하질 않더라고요. 앞집 준하 엄마가 댄스 교습소를 추천하기에 나도 해보자 싶어 둘이 나란히 등록했죠. 처음엔 호통을 치더라고요. 남세스럽게 무슨 춤이냐면서. 그래도 결국 우리 아저씨가 춤을 췄어요. 덩실덩실 댈 줄만 알았는데 몸놀림이 제법 야물더군요. 저도 열심히 배웠고요. 우리가 배운 춤은 퀵스텝이라고 해서 부부가 마주보며 스텝을 밟는 거였어요. 우리 아저씨 요즘 날아다녀요. 그 거친 두 손에 제 손이 포개진 건 말할 것도 없죠.
(김하얀, 59세, 순천시 서면 죽평리)
case 6 그냥 호텔 아니죠~ 러브호텔이에요
섹스리스는 아니지만 남편과의 잠자리는 늘 지루했어요. 10년간 같은 남자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자니 지겨울 만도 했죠. 더구나 남편은 속옷까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새하얀 색을 입어요. 격렬하지만 뻔한 패턴의 부부 관계를 마친 뒤였어요. 둘이 천장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없이 누워 있는데, 남편이 한숨을 깊게 쉬는 거예요. 제가 지루하게 생각하는 건 그럴 수 있지만 막상 남편이 지루해한다는 걸 느끼니 갑자기 마음이 요동치더군요. 남편이 지루함을 느끼는 건 제가 지루한 여자라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죠. 그 뒤로 전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어요. 그 결과 양평에 위치한 한 러브호텔을 찾을 수 있었어요. 월풀 욕조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체위가 가능한 러브 체어, 심지어 방까지 다양한 테마로 꾸며져 있었죠. 처음 이곳에 데리고 오자 남편은 깜짝 놀라더라고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침대에 한참 앉아 있기에 먼저 씻고 나왔는데, 그는 벌써 불끈 달아올라 있더라고요. TV에선 서양 남녀가 카마수트라의 체위를 따라 하고 있었죠. 결혼 생활 10년간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체위를 시도한 적이 없는데 이날 저희는 열 손가락을 꼽았습니다.
(이겨레, 38세, 광명시 소하동)
case 7 뭐니 뭐니 해도 업그레이드된 섹스 테크닉이죠
우리 남편은 잘생겼어요. 키도 크고 옷매무새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죠. 남들이 다 알아주는 애널리스트예요. 저도 예뻐요. 스타일리시하고 우아하고, 기품이 넘쳐흐르죠. 전 잘나가는 패션 브랜드 홍보팀장입니다. 제 바로 아래 직원만 서른 명이 넘죠. 그러다 보니 우리 부부는 조금이라도 품격이 떨어지는 것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아요. 사람들 앞에서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것이 저희 부부를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었죠. 우리 부부는 잠자리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아요. 불은 꼭 끄고 정상체위만 하죠. 불을 켜고 한다거나 후배위를 한다는 것은 짐승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이는 왠지 점점 지쳐 보였어요. 이해하는 게, 저 또한 계속 긴장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부부만의 은밀한 시간에는 좀 더 자유로워지자고 결심, 매주 한 단계씩 색다른 도전을 해보자고 했죠. 첫 번째는 불을 켜는 것이었어요. 환한 불빛 아래 드러나는 그의 둔부를 보는 순간 저는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하기 시작했죠.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남편의 군살 없는 몸매에 어울리는 물건이었죠. 두 번째는 후배위였어요. 그리고 세 번째는 망사 팬티였고, 네 번째는 우리 집 화장실이었어요. 그리고 다섯 번째는 대낮에 거실에서 이뤄진 섹스였어요. 그리고 우린 어젯밤 스물일곱 번째 도전을 마쳤어요. 뭐였냐고요? 우리 아파트 옥상이었답니다.
(차은혜, 39세,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