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유정 풍문여자고등학교 3학년 정의혁 울산외국어고등학교 중국어과 3학년 신현섭 대경산업고등학교 벤처 창업과 2학년
유정│수험생이 되면서 부쩍 식욕이 늘었어요.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어제도 수업 시간에 도시락을 까먹었어요. 우리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과자나 음료수를 먹어도 혼내지 않으시거든요. 물론 눈치껏, 적당한 메뉴로 먹어야겠지만요. 배만 계속 고픈 고3 수험생이랍니다.
의혁│수능 끝난 고3이니까 당연한 거죠. 근데 저희 학교는 먹다가 들키면 뺏어가요.
유정│우리는 고1, 고2 때도 그랬어요. 과자나 빵 같은 것도 수업 시간에 다 먹었죠.
현섭│유정이네 학교만 그런 것 같아요.
유정│아니에요. 저희 학교 명문고예요. 근데 여고라 그런가? 식탐이 남다르긴 해요.
현섭│우리는 여전히 수업 시간에 뭘 먹으면 혼나요. 음료수는 물론 물 정도도 안 된다고 하는 선생님도 계세요. 껌이나 사탕은 절대 안 되고 먹고 있는 거 걸리면 반 애들한테 다 돌려야 하죠. 그래서 껌 돌리고 사탕 돌리고 이런 일이 자주 있죠.
유정·의혁│물도 안 된다고 하는 건 심한 것 같아요. 좀 억지스럽네요.
의혁│저희 학교도 비슷해요. 하지만 물 정도는 자유롭게 허락해주시는 편이죠. 근데 음식 냄새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유정│우리 반은 쾌쾌한 냄새도 나긴 하는데 음식 냄새쯤이야 뭐 아무것도 아니죠. 저희 학교는 매점이 없어 아침에 미리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등교하거든요. 아니면 학교 뒤 담 맞은편 가게에 전화해서 주문하면 가격을 말해주세요. 그럼 돈을 준비해 담 사이로 거래하는 거죠.
현섭│저희 학교 정문 경비실에는 선생님 두세 분이 계시는데, 잡아서 어디 가느냐 어느 선생님이 허락해줬냐고 묻죠. 완전 철통방어. 배달 음식 먹는 건 하늘의 별따기죠.
유정│꼭 저희 아침 등굣길 같네요. 완전 철저하죠. 오전 8시 10분까지 등교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지각하면 다 모아서 학생부실로 불려가거든요. 거기서 오전 8시 30분까지 한자를 빼곡하게 쓰고 올라가요.
현섭│맞아요. 벌점 많이 받은 애들은 한자 빽빽이 쓰고 그거 다 외워 테스트 보는데, 사자성어 테스트를 통과해야 집에 갈 수 있죠. 저희는 등교에 대해서 딱히 심하게 혼내진 않는데 규율이 엄해 교복을 다 챙겨 입지 않아도 바로 불려가고 학생증 미소지도 안 되죠. 또 요즘 기본적으로 하는 화장도 용납이 안 돼요. 진짜 벌점투성이죠.
의혁│근데 여자애들은 화장을 왜 그렇게 진하게 하는 거지?
현섭│화장해도 예쁜 애들은 예뻐요. 어떤 애는 얼굴이 시커먼 색이었다가 하얗게 되고. 좀 연하게 화장하면 예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왜 그렇게 진하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연스러운 게 예쁜데 말이죠. 아무튼 여자얘들에 대한 환상은 깨진지 오래예요.
의혁│저희는 아침에 모여 점호를 하거든요. 기숙사니까. 그때 보면 여자애들 4분의 3이 머리 다 헝클어져 있고 눈꼽 껴 있고…. 지금은 환상이 다 깨졌죠. 그래도 그 안에서 어떻게 눈 맞아 연애하는 거 보면 신기하다니까요.
유정│소수의 애들이 생얼이 예쁘니까. 솔직히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건 두발 단속이에요. 저희 학교 여학생들은 긴 머리 하고 싶어도 묶으면 뭐라고 하진 않는데, 1학년은 귀 밑 15cm거든요.
현섭│사실 남자들은 투블록 스타일을 많이 하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극명하게 자르면 단정하지 않다고 한마디 듣기도 해요. 남자는 대부분 머리 규제는 심하지 않은 편이죠. 염색이랑 파마만 안 된다뿐이지. 딱히 뭐라고 안 해요.
의혁│머리에 대한 규제 자체가 이해되지 않아요. 머리 길이가 수업에 방해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런 걸로 벌점을 받고 나면 괜히 억울하다니까요.
유정│저희 학교 벌점은 60점이 최대예요. 한 학기 동안 60점이 쌓여도 2학기가 되면 다시 없던 일이 되니까 의미가 있나 싶죠. 복장은 2~3점이고 흉기나 라이터, 담배 소지 이런 건 5~7점, 지각은 1점이라 거의 아무렇지 않은 수준이죠. 수업 분위기 방해는 3점 정도니까 그것도 얼마 안 되죠.
현섭│저희는 ‘칭찬카드’라는 게 있거든요. 수업 준비를 도와줬다거나 청소를 했다거나 그럴 때 선생님이 하나씩 주세요.
의혁│맞아요. 상점을 받아서 벌점을 면제받기도 하죠.
유정│저흰 상점을 아예 안 줘요. 벌점만 있죠. 사실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봉사만 하면 끝이니까요.
현섭│요즘은 선생님이 체벌을 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니까요. 애들도 선생님을 무서워하지 않고 그냥 벌점 받으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유정│안 걸리면 되는 거죠 뭐. 어차피 벌점 쌓인 거 봉사하면 되고. 그래서 큰 의미가 없어요. 그냥 봉사만 하면 끝이니까요.
의혁│근데 솔직히 담배에 대한 건 더 엄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정│맞아요. 저희 학교 화장실에서는 담배 냄새 엄청 나요. 1학년 때 총 여섯 반을 검사했는데 압수된 담배의 양이 세 반의 분량이었으니까요. 담배를 피우다가 현장 검거되면 교내 봉사 5일, 사회 봉사 5일 정도 받는다고 그러더라고요.
의혁·현섭│고작 그것밖에 안 돼?
유정│그냥 혼내는 의미인 거지. 벌점 주고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또 벌점이 누적되면 퇴학이나 징계로 이어져 특별 교육도 가고 그렇게 해도 나아지질 않으니까 문제지.
현섭│저희는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묵사발이 돼요. 저희 학교가 금연학교로 주변에서 꽤 유명하더라고요. 그래서 절대 유정이네 학교 같은 처벌은 상상도 할 수 없죠. 담배를 소지하거나 학교 안이든 밖이든 피우다가 걸리면 1·2교시부터 점심시간까지 체육복 입고 운동장을 뛰면서 말 그대로 기합을 받아요. 금연 교육이라고 애들 머리를 반삭으로 밀게 해요. 여학생은 귀밑 단발이고요. 가끔 학교 끝나면 남산까지 뛰어갔다 오기도 하는데, 체육 선생님도 같이 동행하세요.
유정│장난 아니네. 그래도 체육 선생님이 잘생기면 그 시간도 좋을 것 같은데?
현섭│무슨소리야 너 7년 동안 짝사랑하는 형 있잖아.
유정│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지. 사실 내년이 7년이 되는데 고백 한 번도 못했어요. 첫사랑인데…. 그 오빠가 아이돌 데뷔 준비하고 있어 연애가 금지돼 있거든요.
의혁│저희는 기숙학교라서 애들끼리 많이 사귀죠. 남녀 기숙사가 따로 있긴 하지만 계속 같이 지내다 보니 서로 좋아하는 한 학생을 두고 경쟁하기도 해요.
유정│저희는 여고라서 남고 애들과 단체로 만나기도 해요. 저희 반이랑 다른 남학교 한 반이랑 같이 만나죠. 동아리 같은 경우에는 대면식을 통해 다른 학교 아이들과 이어지는 게 많아요. 짧게는 일주일 사귀는 애들도 있지만 4년 넘게 오래 사귀기도 해요.
현섭│요즘엔 남자보다 여자 쪽이 더 적극적인 것 같아요. 대시도 여자가 먼저 하고 그래서 사귀는 친구들 보면 거의 다 잡혀 살고 그러거든요.
유정│맞아요. 제 친구들도 장난 아니에요. 저도 장난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여보 여보’ 하기도 하니까요. 사실 많이 친해서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러다 진짜 사귀기도 하거든요. 주변 친구들도 ‘얘가 너한테 관심 있대’, 어떤 애가 관심 있대’ 이렇게 밀어줘요.
의혁│저희는 따로 밖에서 데이트하지 않고 거의 학교에서 노는 편이에요.
현섭│기숙학교라니 뭔가 부럽다. 여자애 남자애 막 사귀면 한방에 있을 수도 있어?
의혁│에이, 그런 건 못 하지. 아무리 사귄다 해도 못 하게 하지.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웃음) 어쨌든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까 몰래 만나서 데이트하고 그러죠. 완전 재밌어요 오래가면 1년 정도 가더라고요.
현섭│저도 470일 정도 사귀었어요. 같은 동네기도 해서 친구들끼리 만나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돼 데이트 많이 하고 그랬죠.
유정│보통 데이트는 거의 당구장이나 노래방 가는 편이에요. 포켓볼 치러도 많이 가죠. ‘오래방(오락실 노래방)’ 가고 카페 가고, 가끔 영화관 데이트도 하고 그렇죠 뭐.
현섭│짧게 여행도 가고 그래요. 데이트하러 삼청동에 자주 가고요. 인사동이나 이태원, 명동, 동대문에도 가요. 영화 보고 같이 놀기에 명동이나 동대문이 편하니까요. 같이 디스코 팡팡도 타고.
유정│저흰 여고라서 같은 반 애들끼리 사귈 일이 없어서 어색할 일도 없네요.(웃음)
의혁│근데 여고라서 더 재밌는 것도 있지 않아? 말뚝박기 해도 눈치 볼 일 없잖아.
유정│요즘 애들은 다들 스마트폰을 들고 있지, 그런 놀이는 잘 안하는 편이죠.
의혁│하긴, 저희도 스마트폰을 주로 이용하죠. 항상 손에서 떨어뜨리질 않으니까요. 휴대폰을 걷어 가면 영 허전해요.
현섭│맞아요, 저희도 등교하면 수업 시간 전에 내고 종례 때 다시 나눠줘요. 그래서 쉬는 시간엔 애들 모두 둘러앉아 마피아 게임 같은 거 하죠.
의혁│저희도 마피아 게임 많이 해요. 가끔 친한 선생님들은 함께 게임에 참여하기도 해요.(웃음) 근데 엄마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선생님들 무섭지 않으냐면서 놀라시더라고요. 너희는 선생님들이 무서워?
현섭│직접 때리는 체벌이 사라지고 다 벌점제니까 무섭진 않아요.
유정│체벌이 없어진 게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중학교 때만 해도 체벌이 있었거든요. 한 번 맞고 끝내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해요.
의혁│체벌이 없어지면서 분위기도 붕 떠 있고, 얘들도 말 안 듣죠. 선생님들이 못 건드리니까요. 근데 그냥 그때그때 맞으면 차라리 편하지 벌점이 쌓이면 심리적으로 더 불안해요. 그게 다 생활기록부에 남으니까요.
현섭│학교에서 뭘 못하게 한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저희 사이에서 제일 스트레스 받는 부분은 하고 싶은 걸 무턱대로 반대하는 부모님이죠.
유정│맞아요. 전 배우가 꿈인데, 부모님 반대가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저는 하고 싶은 건 끝까지 해야 하는 성격이라 결국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의혁│저는 외교관이 꿈이라 부모님이 적극 지지해주시는 편이지만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현섭│사실 전 작곡이나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어 쭉 배워오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은행원이나 금융감독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솔직히 관심 있던 분야는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잘 맞을 것 같다고 하고 저도 제법 잘하는 것 같아서 열심히 해보려고요.
의혁│친구 중에 나쁜 길로 들어선 아이들을 보면 부모님이 아예 터치를 안 하든지, 혹은 너무 강압적으로 요구하던지 둘 중 하나죠. 일단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안 좋은 일만 아니라면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하는 건 한 번쯤은 해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본인이 직접 느끼게 하는 거죠. 다 해보면 잘하는 게 있고 못 하는 게 있잖아요. 무턱대고 반대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로 대화로 풀고 신경을 써주면 어긋날 일은 없을 거예요. 자녀들의 의견을 좀 더 존중해주는 게 좋을 것같아요. 부모님들이 우리를 좀 더 믿을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을 해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