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투자용 부동산에 관심이 많던 40대 남성 A씨. 소형 아파트나 상가를 사기에는 종잣돈이 부족했다. 그런 그가 눈을 돌린 것은 빌라 두 동 사이에 있는 36.3㎡(11평)짜리 화단이었다. 날이 맑게 갠 날이면 빌라 주민들이 빨래를 널거나 노인들의 쉼터 정도로 사용되는 곳이다. 그가 이 화단을 사는 데 들인 돈은 단돈 2백80만원. 무용지물처럼 보이는 이 화단을 A씨는 대체 왜 사들인 걸까?
A씨가 주목한 것은 바로 ‘대지지분’이었다. 대지지분은 평소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않지만,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지에 대한 지분에 따라 재건축한 건물에 대해서도 지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부터 청담동 낡은 연립주택에 거주하던 유명 연예인 B씨가 1백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빌라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대지지분 때문이었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처럼 한 건물에 대해 여러 사람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평형 수에 따라 각 소유권자들이 대지에 대해서도 지분을 나눠 가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층수가 적은 건물일수록 한 사람이 갖게 되는 대지지분이 커진다. 재건축 시장에서 고층의 압구정 현대아파트보다 저층의 개포 주공 아파트나 가락 시영 아파트가 더 인기가 좋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A씨가 매입한 36.3㎡의 화단은, 바로 옆에 있는 3개층으로 이루어진 108.9㎡(33평)의 빌라 한 채를 소유한 것과 동일한 대지지분을 갖게 된다.
만일 이 구역이 재건축되면, 2백80만원짜리 화단이 1억원짜리 빌라와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셈이다. 또 다른 50대 남성 C씨는 2년 전쯤 88평가량 되는 도로를 약 2억 4천만원에 매입했는데, 이곳 인근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요즘은 7억원 이상으로 가격이 올랐다. 화단, 도로 등의 부동산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어린 자녀의 명의로 이런 알짜배기 소액 부동산을 매입하곤 한다. 현행법상 5천만원 미만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이런 소액 부동산을 자녀 명의로 사두면 상속세 절감뿐만 아니라 훗날 집 한 채를 물려주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요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유치원생 손주의 명의로 이런 부동산을 매입하곤 한다. 아이가 결혼할 때쯤 되면 그 부동산의 가치가 크게 증가할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라고 하면 작은 평수라도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지지분’이 가진 막강한 효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낡아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주택, 무용지물처럼 보이는 화단과 도로 등에 눈을 돌린다. 왜 사람들은 모를까? 소액으로도 얼마든지 부동산 투자를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박 원장의 어드바이스
보통 부동산 투자를 계획하는 아마추어 소액 투자자들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아파트에 투자하려고 한다. 아파트는 은행권에서 대출 받기도 쉽고 상대적으로 관리하기가 쉬울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 소액 투자자들은 전세를 낀 낡은 연립주택을 산다. 그러면 3천만~5천만원 정도의 자본만으로도 내 명의의 집을 한 채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혹시라도 세입자가 나간다고 할까 걱정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부동산 소액 투자를 계획 중이라면 대출은 전체 투자금의 30% 이하로 받고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매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요즘 괜찮은 투자처로는 서울 관악구가 손꼽힌다. 관악구 일대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10분 거리로 강남 생활권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만큼 투자가치가 높으며 재개발 이슈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곳이다.
글쓴이 박종복 원장은…
19년 경력의 미소부동산연구소 원장으로 업계에서 ‘빌딩 박사’로 손꼽힌다. 배우 전지현, 가수 이승철, 농구선수 서장훈을 비롯한 스타들의 빌딩 매매를 담당했으며 현재 MBN 〈황금알〉, TV조선 〈법대법>에 출연하며 상위 1%의 정·재계 인사를 비롯한 연예인의 부동산 투자를 컨설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