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감마마’ ‘중전마마’ ‘세자 저하’…. 사극에서 단골로 등장하지만, 알 듯 모를 듯 헷갈리기만 하는 왕실 관련 호칭들, 오늘 확실하게 정리해보겠다.
우선 왕족을 부르는 수많은 이름을 먼저 정리해보자. 국왕은 보통 상(上), 상감(上監), 대전(大殿), 주상(主上) 등으로 불렸다. 여기에 존칭어인 ‘마마’나 ‘전하’를 붙이면 ‘상감마마’ ‘주상전하’ 등이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자상(自上)이나 대조(大朝)라고도 불렸다. 왕비의 대표 호칭은 ‘중전(中殿)’이다. 이는 왕비의 처소가 궁궐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리고 곤전(坤殿), 내전(內殿), 중궁전(中宮殿), 후(后) 등도 왕비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대비(大妃)는 왕의 어머니나 할머니를 통칭하는 말이다. 어머니는 왕대비(王大妃), 할머니는 대왕대비(大王大妃)가 된다. 왕대비는 웃전, 대비전(大妃殿), 자전(慈殿)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왕과 왕비의 맏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원자(元子)’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리고 세자로 책봉되면 동궁(東宮), 춘궁(春宮), 국본(國本) 등으로 불렸다. 연로한 왕을 대신해 대리청정을 맡게 되면 호칭이 저군(儲君)이나 소조(小朝)라 바뀌었다. 세자의 아내인 세자빈은 빈궁(嬪宮)이라고도 불렸다. 왕의 적자, 그러니까 왕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대군(大君)이고 딸은 공주(公主)라 했다. 후궁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들은 그냥 군(君), 딸은 옹주(翁主)라 불렀다. 그렇다면 왕세자의 아들, 딸은? 군(君)과 현주(縣主)라 불렀단다.
대원군(大院君)은 왕실의 직계가 아닌 방계에서 왕이 나왔을 때, 그 생부를 일컫는 말이다. 조선 역사를 통틀어 대원군은 모두 4명이 있었는데, 그중 살아서 대원군이라 불린 사람은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 유일했다. 이쯤에서 호칭이 정리됐으면 존칭으로 넘어가자. ‘마마’는 남녀를 막론하고 왕족의 명칭 뒤에 붙는 최고의 존칭어다. ‘상감마마’ ‘대왕대비마마’ 등으로 쓰인다.
(왼쪽) 후궁의 자식이었던 영조는 연잉군으로 불렸다.
(오른쪽) 살아서 대원군이 된 인물은 흥선대원군이 유일하다.
그럼 여기서 퀴즈 하나. 마마와 마마님은 같은 말일까, 다른 말일까? 정답은 다른 말. 마마는 왕족에 대한 극존칭, 마마님은 궁녀가 상궁을 부를 때 쓰는 존칭이었다. 그러니 마마님보다 마마가 훨씬 높은 존칭이 된다. 비슷한 말로는 ‘마노라’가 있는데, 마마보다 한 단계 낮은 존칭어였단다. ‘아기씨’는 ‘원자 아기씨’ ‘공주 아기씨’처럼 결혼 전 왕의 자녀에게 붙이는 존칭이다.
마지막으로 ‘~하(下)’ 자 돌림 존칭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폐하(陛下, 황제)>전하(殿下, 왕)>저하(邸下, 왕세자)>각하(閣下, 고위 관리)=합하(閤下). 하(下) 자를 붙이는 것은 상대방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어 부르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호칭은 장소와 관련이 많다. 폐는 황제가 오른 계단을, 나머지 ‘전, 저, 각, 합’은 건물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 예전에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른 것은 엄밀히 말하면 격식에 맞지 않는 말이었다. 공화국에서 왕조시대의 호칭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말이다.
글쓴이 구완회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역사학도로서 저서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이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청소년 권장도서, 경기도 교육청의 수행평가 추천도서 등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역사책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중학생을 위한 딱 2시간 한국사>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