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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유부 월드 입성기

팔방미인 안선영이 카메라 앞에 섰다. 촬영을 위해 하루에 자몽 한 개씩만 먹으며 꼬박 나흘을 버텼다는 은근히 완벽한 여자, 안선영을 만났다.

On October 30, 2014


안선영의 이름 앞에 ‘배우 안선영’ ‘개그우먼 안선영’ 하는 등의 수식은 왠지 어색하다. 개그우먼이면서 배우이기도 하고, 라디오 DJ이기도 했다가 요즘에는 한 프로그램의 메인 MC를 맡고 있다. 거기다 작년에는 책도 냈는데, 3만 부가 넘게 팔렸다. 그만큼 안선영이 다방면에 재능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안선영이 펴낸 책 <하고 싶다, 연애>는 미혼 여성들의 연애 바이블로 꼽힌다. 5월쯤 책을 발간한 그녀는 같은 해 10월 세 살 연하의 훈남 사업가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를 추종했던 열렬한 모태 솔로 팬들은 ‘아, 이 언니 가는구나’ 하고 부러워했을 것이고, 가슴 한편에는 묘한 배신감도 들었을지 모른다.

‘언니가 결혼 후 방송을 쉰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잠시. 신혼여행을 겸한 한 달간의 달콤한 휴가를 보낸 그녀는 이후 줄기차게 대중에 얼굴을 비췄고, 얼마 전엔 TV조선 <대찬인생>의 MC를 맡기도 했다.

“데뷔 후 15년간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었어요. 제 별명이 ‘완소녀’였거든요. 완전 소처럼 일하는 여자요. 결혼하고는 엄청 많이 놀았어요. 신혼집이 부산에 있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부산에서 보냈고, 녹화 일정이 있을 때에만 서울에 와서 지냈어요. 덕분에 신랑이랑 신혼은 아주 알차게 즐겼고, 몸에 살도 좀 붙었어요.”

그녀는 활기차 보였다. 결혼 전엔 힘든 일이 있어도 ‘파이팅!’을 외치며 그저 앞으로만 내달렸는데, 결혼 후엔 든든한 남편이 있어 하루하루가 마냥 행복하단다. 사랑받는 여자에게서만 나온다는 행복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듯했다.

안선영은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그녀의 남편은 부산을 기반으로 한 F&B 사업체의 대표다. 얼마 전엔 결혼 1주년을 기념해 여행을 다녀왔는데, 인스타그램에 올린 인증샷 때문에 훈남 남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병헌(부산 이병헌)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이병헌씨가 아니라 정두홍 무술감독님을 닮은 거예요. 그래서 부두홍(부산 정두홍) 아니시냐고 했더니 막 웃더라고요. 신랑은 제 나이가 몇인지도 정확히 몰랐대요.

나중에 제 나이를 알고 누나라고 부른다기에 ‘누나라고 부르면 남자로 안 느껴진다’고 이야기했죠. 그랬더니 ‘그럼 선영씨로 정리하겠습니다’ 하면서 귀엽게 웃더라고요.”


그렇게 그들의 달콤한 연애가 시작됐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데이트했고, 가끔씩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결혼을 꼭 해야 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남편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저는 사실 비혼주의자였어요. 어려운 형편의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 또래 여자 친구들보다 자립심도 강했고, 행복한 가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신랑이 세뇌 교육을 시키더라고요. ‘결혼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결혼은 좋은 거다’라고요.

남편과 저는 겉으로 보기에도 굉장히 다른 스타일이에요.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무언가에 쉽게 도전하지만 그만큼 금방 질려서 잘 그만두는 스타일인 반면, 남편은 굉장히 지구력이 강하고 오래가죠. 데이트할 때 남편이 부산에서 서울로 차를 몰고 왔는데, 무려 14만6천km를 뛴 냄새 나는 차더라고요.

그뿐 아니라 남들은 다 스마트폰을 쓰는데도 남편은 모토로라 스타텍 2G 폰을 열 번씩 케이스만 갈아서 쓰는 남자였어요. 저와 영상통화를 하려고 휴대폰을 바꾼 거였죠.”

의외였다. 결혼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자라면 나보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해 순식간에 비호감 캐릭터가 되어 대중의 차가운 눈총을 받았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때 현장 분위기가 연하남은 연상녀의 경제력을 보고 만난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거든요. 당시 연하남을 만나던 저로서는 조금 화가 나더라고요. 저는 가난이 얼마나 힘든 건지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에요. 저희 집 빚을 제가 일한 돈으로 갚았고, 엄마한테 집을 찾아드렸어요.

그러느라 남들이 연애하고 노는 시기에 저는 제대로 된 연애도 하지 못했고, 늘 당하는 연애만 했죠. 제 또래 연예인들이 비싼 노래방 가고 외제차 탈 때도 저는 한 번도 그런 데를 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남자의 생활력을 우선순위로 본다는 의미로 얘기한 건데 사람들의 오해를 샀죠.”


그녀가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그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였다. 사업이 번창하면서야 벌이가 좋을지 몰라도 기반을 다지는 시기에는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았을 터.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안선영은 남편과 통하는 게 참 많았다고 한다.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겉멋 부리지 않고 진국인 남자예요. 지인들은 남편을 짠돌이라고 놀리는데, 프러포즈할 때는 비싼 목걸이를 주면서 말하더라고요. ‘너는 이걸 받을 자격이 있다’고요.

남편이 예전에 한 번 자기가 좋아하는 형님이 형수에게 주얼리를 선물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고 말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생각이 들면서 남편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안선영은 남편을 ‘마이 베스트 트래블 버디(My best travel buddy)’라고 소개했다. 호기심이 많은 안선영이 거리에서 외국인을 붙잡고 맛집의 위치를 물어보고 있으면, 남편은 어느새 짐을 챙겨 식당을 찾은 다음 자리를 잡아 놓는 식이다.

“결혼 전에 방송을 한 달 정도 쉬고 혼자 여행을 가려고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그러지 말고 같이 신혼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혼자 여행하는 것보다 남편과 함께할 때 더 즐겁다는 걸 깨달았어요. 해외여행도, 인생도 말이죠.”

안선영은 얼마 전, 결혼 1주년을 맞아 남편과 함께 7박 8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와이너리 농장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먹고 마셨다고 했다. 돌아오는 여행 가방에 햄과 소스를 한가득 사 와서 집에 쌓아뒀다며 깨소금 냄새를 폴폴 풍겼다.

“신랑이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어요. 저는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고요. 먹고 마시는 데 금상첨화 아닌가요? 신랑이나 저나 외동으로 자라 사람 욕심이 많아서 사람 모으는 걸 참 좋아해요.

결혼 전 데이트할 때도 둘이 시작해 열 명으로 끝나는 만남을 즐겼죠. 또 제가 손이 큰 편이라서 한번 뭘 만들면 엄청 대량으로 만드는 스타일이에요. 양초, 피클, 잼 등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게 취미거든요.”

안선영의 주변엔 사람이 많기로 유명하다. 개그 프로그램부터 드라마, 라디오, 예능 등을 종횡무진 했으니 그만큼 인맥의 폭도 넓다. 하지만 20대에는 사람 위주가 아니라 돈 위주의 삶을 살았다고 고백했다.

“20대 때는 어려운 집안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에 일을 사납게 했어요. 엄마를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죠. 어떻게든 고정을 따내려고 안간힘을 썼고, 출연료를 조금이라도 많이 주는 곳이 있으면 프로그램도 막 갈아탔어요. 돈 때문에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거죠. 개그 프로그램, 드라마, 라디오, 예능 등 가리지 않고 다 하니까 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좋지 않았어요. 어딜 가도 발 뻗을 곳 없는 박쥐 인생이었죠. 사람들이랑 못 어울려서 그런지 다행히 돈은 모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30대가 된 게 정말 좋았어요. 나이를 먹고 형편에 여유가 생기고 나니까 그제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5년 전부터는 저처럼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돕는 봉사활동은 안선영이 세운 그녀의 인생 계획 중 하나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정기 후원 약정 지원을 받는가 하면, 해마다 연말이면 바자회를 열고 있다.
“제가 사람들 모으는 재주는 좀 있잖아요. 오지랖을 조금만 부리면 다른 사람을 쉽게 도울 수 있겠더라고요. 오는 11월 말에는 자폐를 앓는 화가가 그림을 그린 컵에 제가 만든 초를 넣어서 파는 바자회를 열 예정이에요.”

계획한 것은 꼭 해냈다는 안선영의 말투에서 결연한 의지까지 느껴졌다. 결혼한 지 1년, 이제 내년이면 마흔에 접어드는 그녀에게 앞으로의 인생 계획에 대해 슬쩍 물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가족을 하나둘 정도 만들고 싶어요. 전에는 엄마가 될 자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 첫 단계로 우선은 좋은 보호자가 되는 법, 어른이 되는 법을 공부해보려고요.

또, 일에 있어서는 이제 공격수보다는 수비수의 역할을 좀 연마할 계획이에요. 공수 전환이 잘되는 방송인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음, 그리고 내년쯤엔 <하고 싶다 연애>의 후속작도 써볼까 해요. 제목은 <해도 될까 결혼> 어때요?(웃음)”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사진
이진하
스타일리스트
김래영
헤어&메이크업
미영,다연
의상협찬
데무, 자라 우먼, 지니킴, 라비상, 디자이너 문영희
2014년 11월호
2014년 11월호
취재
정희순
사진
이진하
스타일리스트
김래영
헤어&메이크업
미영,다연
의상협찬
데무, 자라 우먼, 지니킴, 라비상, 디자이너 문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