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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인들 일곱 번째

책 읽는 여인은 아름답다

On October 21, 2014

르누아르가 절친한 동료 화가 모네의아내에게서 영감을 받아 그린‘<르 피가로>를 읽는 모네 부인’.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세상의 지식을 검색하고, 요즘같이 냉난방 시설이 잘 돌아가는 시대에 책 읽기에 적당한 때가 따로 있나 싶긴 하지만, 그럼에도 ‘가을이면 독서’라는 등식은 절대적으로 유효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책 읽는 여인이 지적이고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은 독서가 여성에게 주는 보너스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화가들도 독서하는 여인의 모습에 매혹을 느끼고, 각자의 화풍으로 글 읽기에 몰두하는 여인의 자태를 아름답게 표현하기도 했다.

화사한 풍광 속 젊은 여인들의 풍만한 누드를 많이 그린 르누아르도 독서하는 여인의 그림을 여러 점 남겼다. 르누아르는 눈에 보이는 모든 움직이는 것들의 변화를 끊임없이 예의 주시하여 빛과 대상의 형태를 그대로 표현하는 ‘인상주의’의 대표 작가. 르누아르가 주요 작품에서 여성을 ‘미(美)’의 상징으로만 여겼던 것을 생각해보면 주체적인 이미지의 책 읽는 여인을 그린 것 자체가 흥미롭다.


물론 르누아르가 혁신적인 가치관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지만, 화류계 여성 ‘마르고(Margot)’의 독서 장면을 그린 ‘책 읽는 여인’(1875년경)은 지성보다는 외모로 소비될 그녀에게서 오직 책에 몰두한 한 여인의 우아함만을 강조해 보여줘 눈길을 끈다.

르누아르의 눈에는 햇살 좋은 창가에서 책에 몰입한 마르고 그 자체가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것이다. 이는 당대 많은 화가들이 후원자인 귀족 여성이 독서하는 그림을 그려 그녀들을 지적이고 우아한 여성으로 포장한 사례와는 사뭇 다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르누아르가 그린 또 다른 지성적인 여성 중 한 명인 ‘<르 피가로>를 읽는 모네 부인’(1872년) 속 주인공은 화가 모네의 부인인 카미유다. 르누아르와 모네는 힘든 무명의 시기부터 각별한 사이였는데, 궁핍한 시기에도 차분하게 신문을 읽으며 지성을 놓지 않은 친구의 아내를 보며 그는 또 하나의 명작을 탄생시킨다. 또한 이 그림은 풍요로움 속에서 빈곤을 느끼는 현대인의 삶을 새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르누아르의 그림 속 책 읽는 여인들은 부와 지위는 없을지언정 당당히 나와 앉아 글을 읽는 여유와 자신감을 보여주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아름다워 보이게 했다. 책 읽는 모습을 그려줄 화가 남편도 없고 늘 바쁜 일상일 터이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 독서를 즐기는 것, 분위기 좋은 가을날 여성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닐까.

글쓴이 이수민씨는…
현재 상명대 외래교수이며 동강국제사진제, 강원다큐멘터리사진사업, 서울사진축제 등 많은 전시와 페스티벌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예술이 우리 일상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고 믿으며, 현대 예술에 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예술평론가다.

CREDIT INFO
기획
이현경
2014년 09월호
2014년 09월호
기획
이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