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미만의 아이 중에 밥을 입에 물고 삼키지 않는 아이가 있는데요. 바쁜 아침 시간에 밥을 넘기지 않고 있으면 엄마는 울화통이 터집니다. 엄마가 보기에 멀쩡한데 일부러 뭉기적거리는 것으로 보이니 아이를 혼내고 맙니다. 그러고는 아이가 식욕부진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식욕부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목 안쪽을 살펴보면 음식물이 내려가는 ‘식도’와 공기가 드나드는 ‘기도’가 있어요. 공기가 다니는 길에 음식물이 흡입되면 안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뚜껑(후두개)이 달려 있습니다. 숨을 쉴 때는 뚜껑이 열려 있다가 음식물이 들어올 때는 뚜껑이 스르르 밀려 닫혀야 하지요.
그런데 5세 미만의 아이들은 구조물이 작고 오밀조밀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목에 열이 있는 아이는 이 뚜껑이 비정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작용에 불편함이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그래서 바삭한 음식이나 시원한 물은 잘 삼키는데 밥처럼 침과 섞여 떡이 된 질감의 음식을 잘 삼키지 않는 습성이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밥을 물고 있는 아이는 대개 편도가 자주 붓고 감기를 달고 사는 특징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적으로 목에 열이 있으면 인후염과 감기를 잘 앓게 되기 때문입니다. 밥을 삼키지 않는 아이를 보면 목에 열이 쌓여 생긴 감기 증상이 있는 전후로 밥을 물고 있는 경향이 심해집니다.
이는 다만 면역력이 떨어져 식욕부진으로 밥을 안 먹는 것이 아니고 감기가 다 나은 상태에서도 5~7일간 밥을 물고 있는 증상이 지속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밥을 물고 있는 증상은 감기나 편도선염에 자주 걸리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과 치료법이 동일합니다.
사실 밥을 물고 있는 아이를 보고 엄마들은 속이 타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은 만 5세가 지나면 저절로 호전됩니다. 아이가 크면서 목 안쪽 구조물이 커지면 음식물을 더 원활하게 삼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러한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진짜 식욕부진일 경우에는 소화기의 치료에 집중해야겠지요. 그런데 밥을 물고 있는 아이는 식사량이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화 효소의 원료가 부족해집니다. 그러면 진짜 식욕부진과 밥을 물고 있는 증상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한데요. 이때는 밥을 삼키지 않는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런 아이의 습성을 보면 단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맛은 열이 나는 것을 조장하고 열은 인체의 위쪽으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목에 열이 걸려 편도선염이나 감기, 밥을 물고 삼키지 않는 증상, 코 쪽으로 가면 콧물이나 코피가 나는 등의 증상이 유발됩니다.
‘단맛’은 음식에 광범위하게 들어 있는데요. 과자의 단맛은 설탕, 과일의 단맛은 과당, 곡류의 단맛은 탄수화물에 들어 있습니다. 요즘 환절기 감기로 인해 잠깐 밥을 물고 있는 아이, 혹은 평소에도 밥을 삼키지 않는 아이는 혼내기보다 음식을 조절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는 정제된 설탕은 되도록 줄이고 비타민과 미네랄은 과일 대신 채소로 대체해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인 빵과 면, 고구마나 감자 대신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이 있는 고기를 한 점 주는 것이 더 나은 간식거리가 됩니다.
한의사 김수경은…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7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