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이들, 사춘기가 빨라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성조숙증 진료 인원이 3배나 증가했다. 성조숙증 진료 인원은 2009년 21,712명에서 지난해 66,395명으로 매해 1만 명 이상 증가(2010년 28,251명, 2011년 46,250명, 2012년 55,333명)했고, 실제 성조숙증 진단으로 약물치료까지 진행한 총 진료비도 2009년 1백18억원에서 지난해 3백41억원으로 약 3배 정도 급증했다. 이제 성조숙증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내 아이도 위험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할 때다.
‘성조숙증’이란 여아의 유방 발달과 생리, 남아의 고환 발달 같은 2차 성징이 또래에 비해 빨리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적정 연령에 이르기 전에 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또래의 신체 발달 수치보다 키가 크고 골 연령이 빠른 증상이 나타나는데, 보통 여아는 만 8세(7세 364일), 남아는 만 9세(8세 364일)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면 성조숙증을 의심하게 된다.
성조숙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적으로 키가 작을 확률이 높고, 남들보다 빠른 신체적 변화에 부끄러움을 타거나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등 사춘기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부모들은 아이의 빠른 성장이 ‘자연스러운 일’ 또는 ‘월등한 능력’이라고 보거나 ‘부끄러운 일’로 여겨 그 위험성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자신의 몸이 달라졌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을 겪는데 부모는 괜찮다고 간과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성조숙증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만을 믿고 부모 스스로 성조숙증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여아의 경우 80% 이상이 구체적인 근원이나 원인 없이 병이 발생하는 ‘특발성’ 조숙증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의 성조숙증 진단이 내 아이의 성조숙증 진단과 같을 수 없다. 또한 수치의 기준으로 삼는 표준편차도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부모 스스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소아내분비과 전문의와의 상담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거에는 빠른 2차 성징이 유전의 영향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서구화된 생활 습관과 환경호르몬 증가, TV와 인터넷 등 성적 자극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 등 복합적인 원인이 나타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다음 페이지부터는 성조숙증 징후부터 진단과 치료 방법, 평소 생활 습관 등 성조숙증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시작한다.
part1 성조숙증, 제대로 알고 있나요?
성조숙증은 한마디로 여아의 경우 만 8세 이전에 가슴 몽우리가 잡히고 음모가 발달하며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고 수염이나 음모가 발달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하지만 특정 부위의 발달 하나만 놓고 성조숙증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당신을 위해 전문의의 조언을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만 쏙쏙 뽑아냈다.
self check-list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여아의 진료 인원이 남아보다 12.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아는 92.5%, 남아는 7.5%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보면 여아는 5~9세가 72.1%, 남아는 10~14세가 68.8%로 가장 많았다. 남아는 성조숙증 현상을 눈으로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뒤늦게 진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성조숙증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므로 평소 아이의 변화를 눈으로, 대화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 여아
□ 가슴에 몽우리가 잡힌다.
□ 가슴이 간지럽고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아프다.
□ 냉대하 같은 분비물이 발생한다.
□ 엉덩이가 부쩍 커진다.
□ 복부비만 체형이다.
- 남아
□ 고환이 커지기 시작하고 색깔도 검은색으로 변한다.
□ 몽정을 한다.
□ 얼굴에 수염이 나고 변성기가 시작된다.
□ 어깨가 넓어지고 근육이 발달한다.
□ 최근 들어 반항을 한다.
- 공통
□ 겨드랑이와 생식기 주변에 털이 난다.
□ 머리와 겨드랑이 등에서 강한 체취가 난다.
□ 피지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여드름이 보인다.
□ 성적 호기심이 증가하거나 갑자기 예민하다.
□ 외모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숙한 편이다.
□ 최근 들어 발 사이즈가 커졌다.
□ 최근 1년 사이에 키가 갑자기 10cm 이상 컸다.
□ 부모 형제 중 초경이나 변성기 등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난 사람이 있다.
정확하게 정의할 순 없어도, 현대의 성조숙증 원인
성조숙증에 대한 엄마들의 이해가 높아지면서 소아내분비과 전문의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성조숙증을 ‘소아 질환’ 중의 하나로 여겨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앞서 제시한 성조숙증의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할 수 없지만 부모의 사춘기가 빨랐을 경우 유전적인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부모가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키가 작지 않았지만 최종 키가 작다거나 엄마가 중학생 이전에 초경을 시작했다면 아이의 사춘기도 빠를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유전적인 영향 못지않게 환경적인 변화도 그 발생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호르몬 분비 체계에 변화가 생기고 환경호르몬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며, 아이 스스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늘면서 그 위험성이 높아졌다.
먼저, 지방·단백질·탄수화물 같은 영양소에 치중된 서구화된 식단의 영양 불균형은 호르몬 분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 이런 식단은 소아비만으로도 이어지는 것이 더 문제다. 비만으로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체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사춘기가 빨리 올 수 있다.
일회용 식기, 플라스틱 용기, 컵라면 용기, 패스트푸드 포장지 등 환경호르몬에 아이가 자주 노출되는 것도 위험하다.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환경호르몬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기 때문에 성조숙증이나 성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성조숙증, 결국 호르몬이 핵심
성조숙증은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에서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시상하부에서 관장하는 호르몬 중 하나인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이하 GnRH)’은 생식 자극 세포를 자극하는 호르몬을 배출하는 호르몬으로, 분비되기 시작하면 사춘기가 시작된다.
아이의 성장판을 잘 자라게 하면서 2차 성징의 시작점을 지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사춘기 이전까지는 신경세포가 GnRH 배출을 억제한다. 사춘기가 찾아오면 서서히 분비되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분비되는 GnRH는 시상하부 아래에 있는 뇌하수체 생식 자극 세포를 자극해 황체화호르몬(LH), 난포자극호르몬(FSH)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때부터 가슴에 몽우리가 생기고 음모가 나는 등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성조숙증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선 GnRH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이론적으론 유전적인 원인이 가장 크지만 GnRH가 분비되는 시기에는 앞서 언급한 영양 상태, 환경적 요인 등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성조숙증 진단과 판별 기준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는 빨라도 여아는 만 10세, 남아는 만 12세가 평균적이다. 만약 여아가 만 8세 이전에 가슴이 나오거나 만 10세 이전에 초경을 하는 경우,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졌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확실히 성조숙증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별도의 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다.
먼저, 왼쪽 손과 손목의 X-레이 사진을 찍어 골 연령을 측정해 아이의 성장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확인한다. 손목 부위의 수근골과 긴뼈의 끝에 있는 성장판의 형태를 관찰하는 단계로 실제 역연령보다 2년 정도 빠른 경우 성조숙증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첫 번째 촬영 결과만으로 바로 성조숙증이라 진단하지 않으며 시간을 두고 골 연령 검사를 진행 과정을 살펴본다.
1차 검사는 주치의에 따라 오차 범주가 넓기 때문에 문진과 호르몬 검사, 추적 검사도 병행해야 한다. 그다음, 혈액 검사를 통해 현재 영양 상태와 성호르몬 수치를 살펴보고,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자극 검사를 진행한다.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GnRH를 먼저 주사한 후 15~30분 간격으로 3~4회 정도 채혈을 해 성선자극호르몬의 반응을 체크한다. 이때 황체화호르몬 농도 수치가 한 번이라도 5IU/L 이상이 나타나면 사춘기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사춘기 이전에는 2~4IU/L 수준의 상승을 보인다).
현대의 성조숙증 원인으로 꼽히는 영양적 문제와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전문의 면담과 모발검사를 하기도 한다. 케이스에 따라 다른 원인과 질환이 의심될 때 뇌자기공명영상(MRI), 복부 초음파 촬영 등을 더하기도 한다.
성조숙증은 주사 치료와 생활 습관 관리 필요
한창 커야 할 성장기 아이에게 성조숙증이 찾아오면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키가 정상적인 사춘기를 거친 아이들에 비해 작을 수 있다. 특히 여자아이는 생리가 빨리 시작되면 초경 후 5~7cm 정도만 자라기 때문에 성장이 빨리 멈추게 된다.
성호르몬의 빠른 분비는 호르몬 이상을 불러일으켜 각종 성인병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게다가 몸만 성인이 되는 건 아이에게 우울증을 앓게 할 수 있고 성적 충동에 일찍 눈을 뜨기 때문에 미래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의 조기 분비로 발병한 질환이기 때문에 성호르몬 억제가 치료의 핵심이다. 4주에 한 번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유도제(GnRH agonist)’를 피하에 투여해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면서 성호르몬 분비를 줄여야 한다. 이 주사는 유방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등 성호르몬과 관련된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더불어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음식을 피하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음식 섭취와 성장 자극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것도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part 2 고민 많은 엄마들이 묻고 명의가 답했다!
그래도 궁금한, 성조숙증 Q&A
인터넷에 떠도는 성조숙증 관련 정보와 민간요법만 읽어보면 성조숙증도 감기처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성조숙증은 생각보다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할 수 있는 시기가 짧다. 아이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검증된 확실한 정보와 치료법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동안 궁금했던 성조숙증 관련 질문들을 성조숙증 전문의들에게 물었다.
Q 성조숙증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데, 특별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도 적정 나이가 되면 성조숙증 검사를 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성조숙증은 대부분 여아는 만 7~8세에 시작됩니다. 만 6세 이전에 발견되는 사례는 드물어요. 만약 해당 나이 이전에 2차 성징 징후가 없더라도 부모의 사춘기가 빨랐거나, 아이가 2.5kg 이하의 저체중으로 태어났는데 갑자기 커졌다면, 예방적 차원에서 주기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기형
성조숙증은 이미 시작되면 진행된 상황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빠른 발견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여아는 만 5~6세, 남아는 만 6~7세부터 소아내분비과 전문의의 주기적인 진료를 받을 것을 추천합니다. 1년에 1~2회 정도 성장판 X-레이 촬영을 하며 징후를 살펴보는 것도 권장하는 바입니다. -고시환
Q 정상적인 사춘기를 거치는 아이와 성조숙증 아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유아기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커다란 성장의 기회를 두 번 맞는데, 첫 번째는 만 2세쯤에 성인 신장의 25%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하는 시기를 맞습니다. 이 시기가 지난 후 3~4세 이후에는 매년 일정하게 4~6cm씩 성장합니다. 이때부터는 전적으로 성장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이죠.
성조숙증인 아이는 1년에 10cm 이상 성장하기도 해요. 너무 빠른 성장인 거죠. 정상적인 사춘기를 겪는 여아는 만 10~11세 사이에 젖가슴이 나오기 시작해서 2~3년 동안 빠르게 자라고 대개 만 13~15세 정도에 생리를 시작합니다. 사춘기 시작 시점부터 초경까지는 빠른 속도로 키가 크다가 초경 이후로 성장 속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정상적인 사춘기를 거치는 아이와 성조숙증 아이의 큰 차이는 바로 성장판의 노화 속도입니다. 성호르몬의 빠른 분비로 성장판의 노화를 촉진시켜 정상적인 사춘기를 거치는 아이보다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인 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김지현
Q 남자아이의 경우 여자아이만큼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발견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 위험이 있나요?
남자아이의 경우 성조숙증이 여아에 비해 훨씬 드물긴 해요. 성조숙증 환자 10명 중 9명이 여아고, 1명이 남아라는 통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남아는 성조숙증을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있어요. 남아의 경우 특발성이 50%(여아는 80% 이상이 특발성), 대뇌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20%, 부신피질 과형성 혹은 종양이 25%, 고환 종양이 5% 등의 분포를 보입니다.
즉, 뇌 질환과 종양으로 인해 성조숙증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죠. 고환이 커지거나 음모가 나는 경우가 뚜렷한 징후 중 하나이므로 아빠에게 아들과 목욕탕에 함께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아빠가 자연스럽게 아들의 몸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겠죠. -유은경
Q 성조숙증 치료가 시작되면 키 성장이 멈춘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인가요?
성조숙증 진단 당시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더 클 수 있으나 이것은 실제 또래 친구들과의 평균 키가 아닌, 아이의 골 연령에 해당하는 연령대와 비교를 해야 합니다. 즉, 현재 나이가 만 8세이지만 골 연령이 만 10세라면 만 8세가 아닌 만 10세의 평균 신장치와 비교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일부 부모님들은 성조숙증 치료가 시작되면 키가 자라는 가속도가 줄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성조숙증 치료는 일찍 찾아온 사춘기가 제 나이에 시작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보이는 키의 성장 속도보다 최종 성인 키를 예측해 관리해야 합니다.
성조숙증 치료는 아이의 키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를 늦춰 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 봐야 하는 것이죠. 간혹 성조숙증이 아닌데도 키 성장의 시간을 벌기 위해 성호르몬 억제 주사 치료를 하기도 하나 이는 키 성장과 무관합니다. -고시환
Q 성장호르몬 치료와 사춘기 지연 치료는 어떻게 차이가 있나요?
성장호르몬 치료는 키가 작은 아이에게 유전자 재조합 성장호르몬을 주사해 키 크는 속도를 올려주는 치료로, 보통 매일 저녁 또는 주 6회 자기 전에 주사합니다. 사춘기 지연 치료는 사춘기가 빠른 아이에게 4주에 한 번 주사해 사춘기의 진행을 억제하는 주사제로,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키 크는 속도를 늦추지만 성장판이 천천히 닫히게 되어 오히려 최종 키는 커질 수 있습니다. 일부 성조숙증 아이에게는 사춘기 지연 치료만으로 최종 성인 키를 회복시키기 어려워 성장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유은경
Q 성조숙증 진단을 받으면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반드시 맞아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성조숙증 아이는 대부분 성호르몬 억제 주사가 필요하지만 주사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만 8~10세 가슴이 발달하는 조기 사춘기이거나 2차 성징 징후가 또래보다 일찍 나타났다고 해도 ‘슬로프로그레스(성장 발달 속도가 빠르지 않은 증상)’ 타입이라면 주사 치료는 하지 않고 정기적인 내원을 권합니다.
주사 치료를 하지 않는 이유는 성조숙증 징후가 빨리 나타났지만 성장판이 천천히 닫히고 성호르몬 분비가 빠르지 않다면 최종 키와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갑자기 호르몬 분비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정기적인 관찰은 필요합니다. -이기형
Q 모든 병은 예방이 중요하잖아요. 성조숙증도 식습관 조절과 환경호르몬을 조심하는 등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막을 수 있지 않나요?
성조숙증은 그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습니다. 여아에게 나타나는 성조숙증의 80% 이상은 기질적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특발성 성조숙증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환경호르몬 증가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환경적 요인이 심각한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특히 영양의 불균형으로 인한 소아비만은 호르몬 분비에 악영향을 미치죠. 비만이라서 성조숙증에 100% 걸린다는 건 아니지만 성조숙증인 아이의 대다수가 비만인 경우가 많아요. 비만은 성조숙증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비만으로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체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증가해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거든요. 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복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될 수도 있어서 위험합니다.
아이들은 체지방률이 20%만 돼도 비만이라 더 잘 관리해야 해요. 문제는 부모님 중에 ‘내 아이는 과체중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가 음식을 많이 먹는다거나 배가 유난히 많이 나왔다면 식단 관리과 운동을 함께해야 합니다. -김혜순
Q 성조숙증 치료 방법도 양방, 한방으로 나뉘고 다양하잖아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성조숙증에 대한 관심이 적을 때가 오히려 안전했던 것 같아요. 성조숙증 문제가 심각해지고 TV나 신문, 잡지 등 언론에서 성조숙증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면서 오해만 쌓이는 것 같습니다.
성조숙증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달라지게 하는 치료가 아닌 아이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치료와 관리입니다. 성조숙증 진단도 해당 주치의의 주장이나 논리가 아닌 입증된 논문과 검증된 결과에 대한 교과서로 치료가 이뤄져야 하죠.
요즘, 생리를 지연시키는 보약부터 키를 커지게 하는 마사지 등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조숙증 치료는 단지 생리를 늦추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성조숙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질환으로, 가슴 발달이나 초경을 막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성조숙증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어디까지나 성호르몬 억제 주사 치료를 병행했을 때 얘기입니다. 성조숙증 치료는 일상 생활 속에서 원인을 관리하면서 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고 아이의 성장과 발달 과정 전반을 돌봐야 하는 것입니다. -고시환
이기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 저신장, 성조숙증, 비만 등을 중심으로 진료 및 연구하며 고려대병원 소아내분비 성장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소아내분비학회 부회장을 역임 중이다.
고시환 (고시환의원 원장)
소아내분비 전공 의학 박사로 성장기 아이들의 성장과 영양에 관련된 진료에 중점을 둔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가 너무 빨리 자라요> <내 아이 10cm 더 키우는 법> 등이 있다.
유은경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 당뇨병, 비만, 성조숙증, 갑상선 질환과 같은 내분비 질환 전문의로, 성장·사춘기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김혜순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성조숙증 성장호르몬 치료, 갑상선 이상 및 당뇨병 등을 중심으로 진료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일보> ‘우리 아이 주치의’ 1호로 선정된 바 있다.
김지현 (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
생식내분비 이상(배란장애, 조기폐경), 불임, 시험관 아기 시술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진료한다.
part3 정상 성장을 유도하는 생활 습관 개선 방법
최근 5년 사이 성조숙증 진료 인원이 급증한 원인으로 성조숙증 전문의들은 소아비만을 일순위로 꼽는다. 불균형한 식단은 아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섭취한 칼로리를 완전히 소모할 정도로 활동하지 않으면 남은 칼로리가 지방으로 축적돼 비만이 되기 쉽다.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식사 내용을 꼼꼼히 따지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영양소와 조리법을 골고루! 성조숙증 예방 식단
매 끼니의 식재료와 조리법이 겹치지 않도록│식단 구성은 아침, 점심, 저녁과 점심과 저녁 사이의 간식 1회, 총 4회의 식사를 기본으로 한다. 식단을 짤 때 주의할 점은 매 끼니의 식재료와 조리법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영양 균형을 맞출 수 있고 편식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후 식단을 고려해 칼로리를 조절할 것│비만을 예방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전후 식단을 살펴 메인 메뉴를 결정해야 한다. 저녁에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을 예정이라면 점심과 간식은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간단하게 먹이고, 점심이나 간식 시간에 볶음밥이나 튀김류 등 기름진 음식을 먹었다면 저녁은 기름지지 않은 음식으로 먹이는 식. 2010년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에 따르면 하루 에너지 섭취량이 여아의 경우 만 6~8세는 1500kcal, 만 9~11세는 1700kcal이며 남아는 만 6~8세는 1600kcal, 만 9~11세는 1900kcal이다.
최대한 제철 식품을 재료로 할 것│반찬이나 국, 찌개에 들어가는 재료는 상황이나 계절에 따라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보통 된장국에는 녹황색 채소를 넣는데 계절에 따라 아욱, 근대, 시금치, 배추, 봄동 등으로 대체하면 된다.
지방도 섭취할 것│지방이라고 하면 안 좋게만 생각하는 엄마가 많다. 하지만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다. 특히 견과류나 생선, 올리브유 등에 함유된 질 좋은 포화지방산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만 고온에 장시간 지방을 가열해 생기는 트랜스지방은 조심해야 한다. 트랜스지방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여러모로 좋지 않으니 지방은 조리법에 주의할 것.
여성호르몬 분비 자극 식품은 조절할 것│간혹 두부나 두유 같은 콩류와 달걀 등도 성조숙증을 불러온다며 기피하는 경우가 있다. 콩류에 많이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식물성 호르몬으로 다량 섭취할 경우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이는 성장기 아이들처럼 정상적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조숙증인 아이라도 다량으로 자주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건 맞지만 콩에 함유된 에스트로겐의 양이 많지 않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주일 식단 예시
예시 식단 레서피
아침
■ 당근실멸치주먹밥
재료 밥 1공기, 다진 당근 50g, 김 2장, 실멸치 4큰술, 요리술·참기름 1큰술씩, 양념(깨소금·간장·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1_달군 팬에 실멸치와 다진 당근을 넣고 보슬보슬하게 볶다가 요리술을 넣어 한 번 더 볶는다.
2_밥에 ①을 넣고 분량의 양념으로 간한 뒤 먹기 좋은 크기로 모양을 만들어 뭉친다.
■ 미소장국
재료 다시마육수 200ml, 두부 1/2개, 양파 1/4개, 미소된장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미역 약간
만들기
1_미역은 물에 담가 30분 정도 불린 뒤 잘게 다지고, 두부는 사방 1cm 크기로 깍둑썰기하고, 양파는 가늘게 채 썬다.
2_냄비에 다시마육수를 넣고 끓으면 ①의 재료를 넣고 미소된장을 체에 내려 풀어 끓인다.
■ 애호박마늘볶음
재료 애호박 1/2개, 마늘 10개, 포도씨유 약간, 양념(간장·설탕·깨소금·참기름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_애호박은 얄팍하게 썰어 소금 간을 한 뒤 물기를 꼭 짠다.
2_달군 팬에 포도씨유를 두른 뒤 마늘을 넣고 볶다가 ①과 분량의 양념을 넣어 볶는다.
■ 양배추피클
재료 양배추·당근 1/4개씩, 피클물(물·식초· 설탕 1/2컵씩, 굵은소금·피클 스파이스 약간씩)
만들기
1_양배추와 당근은 먹기 좋은 크기로 채 썰어 소독한 유리병에 담는다.
2_분량의 피클물을 팔팔 끓인 뒤 ①에 붓고 식으면 뚜껑을 닫아 2~3일 숙성시킨다.
점심
■ 도토리묵김치국수
재료 소면 150g, 멸치육수 500ml, 도토리묵·배추김치 50g씩
만들기
1_배추김치는 0.5cm 두께로 채 썰고 도토리묵은 길이 5×1cm로 크기로 썬다.
2_소면은 끓는 물에 넣어 2~3분 정도 삶아 건져 찬물에 헹군다.
3_②에 멸치육수를 붓고 ①을 얹는다.
■뱅어포고추장구이
재료 뱅어포 5장, 포도씨유 적당량, 깨소금 약간, 양념(고추장·물엿 2큰술씩, 설탕·참기름 1큰술씩, 간장·청주·고춧가루·다진 마늘 1/2큰술씩)
만들기
1_분량의 양념 재료를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2_뱅어포의 잡티를 제거한 뒤 ①을 앞뒤로 발라 양념이 배도록 재운다.
3_달군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약한 불에서 ②를 한 장씩 구운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연근생선찜
재료 연근 200g, 도미(흰 살 생선) 1마리, 조림장(홍고추 다진 것 1개 분량, 간장 2큰술, 요리술·물엿 1큰술씩, 마늘·생강 약간씩)
만들기
1_연근은 깨끗이 씻은 뒤 껍질을 벗겨 0.5cm 두께로 썬다.
2_도미(흰 살 생선)는 비늘을 벗기고 3등분한다.
3_냄비에 분량의 조림장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②를 넣고 어느 정도 익으면 ①을 넣어 양념이 밸 때까지 졸인다.
간식
■ 고구마맛탕
재료 고구마 2개, 설탕·물 1컵씩, 포도씨유 적당량
만들기
1_고구마는 반으로 갈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170℃로 예열한 포도씨유에서 노릇하게 튀긴다.
2_팬에 설탕을 넣고 녹여 시럽을 만든 뒤 ①을 넣고 버무린다.
저녁
■ 닭가슴살완자전
재료 달걀 1개, 닭가슴살·양파 1/2개씩, 당근 1/3개, 녹말가루 4큰술, 반죽(빵가루 2큰술, 참기름 1/2작은술, 소금 1/4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포도씨유 약간
만들기
1_닭가슴살은 힘줄을 제거하고 양파와 당근은 모두 잘게 다진다.
2_볼에 ①과 분량의 반죽 재료를 잘 섞는다.
3_②의 반죽으로 완자를 빚어 녹말가루에 굴린 뒤 달걀옷을 입혀 포도씨유를 두른 팬에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 오이맛살겨자소스무침
재료 맛살 3개, 오이 1/2개, 소금 약간, 겨자소스(겨자 1큰술, 식초·설탕 2큰술씩)
만들기
1_오이는 필러로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썬 뒤 소금을 뿌려 절인다. 맛살도 오이 크기에 맞춰 얇게 썬다.
2_분량의 겨자소스를 한데 섞는다.
3_②에 ①을 넣어 버무린다.
■ 쑥갓표고된장국
재료 멸치육수 500ml, 쑥갓 1줌, 표고버섯 3개, 양파 1/2개, 양념(된장 3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만들기
1_쑥갓은 깨끗이 씻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표고버섯과 양파는 얇게 썬다.
2_멸치육수에 된장을 체에 내려 풀고 다진 마늘을 넣어 끓이다 표고버섯과 양파를 넣고 국물이 끓어오르면 쑥갓을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아이의 근육과 관절을 관리하는 생활 속 스트레칭
01 성장통 완화, 무릎 스트레칭
성장기 아이들은 키가 자라면서 뼈와 근육의 성장 속도가 맞지 않아 성장통을 겪는다. 무릎을 눌러주는 스트레칭을 하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누워 오른손은 머리를 받치고 왼손으로 왼쪽 발목을 붙잡아 골반 쪽으로 당긴다. 30초 이상 지속하며 좌우 3~5회씩 반복한다.
양다리를 앞으로 뻗은 뒤 왼손은 왼쪽 무릎에 올리고 오른손으로 오른쪽 발목을 붙잡아 골반 옆으로 당긴다. 30초 이상 지속하며 좌우 3회씩 반복한다.
혈액순환 촉진, 골반 스트레칭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골반의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운동으로 자기 전에 하면 숙면을 도와준다.
누운 자세에서 왼쪽 무릎을 접고 양손으로 감싼다. 30초간 자세를 유지하며 좌우 3회씩 반복한다.
온몸에 힘을 빼고 손은 머리 위로 다리는 아래 방향으로 쭉 뻗는다. 30초간 자세를 유지하고 3~5회 반복한다.
04 목·어깨 통증을 줄이는 팔 스트레칭
팔 스트레칭은 피로와 근육을 풀어주는 데 좋다. 운동 전에 하면 몸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양팔을 머리 뒤로 올려 한 손으로 반대편 팔꿈치를 잡아당긴다. 좌우 번갈아가며 30초씩 한다.
05 유연성 키우는 체전굴
몸을 앞으로 숙이는 체전굴은 전신의 근육과 인대를 자극해 유연성을 길러주고 피로를 풀어준다.
의자나 책상 위에 올라가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린 뒤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숙인다. 이때 숨을 내쉬면 몸이 잘 내려간다. 10초간 자세를 유지하고 3~5회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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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생활 속 성조숙증 예방 습관
하루 1시간 정도 바깥 활동을 하면서 햇빛을 충분히 쬐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운동은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농구나 줄넘기, 제자리높이뛰기 등이다. 점프 동작이 많아 키가 크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또한 TV 시청이나 인터넷 등 장시간 앉아 있는 활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체내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원활하지 못하게 해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환경호르몬이 배출되는 일회용품이나 성인용 화장품은 가급적 아이가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무엇보다 밤 11시 이전에는 꼭 잠자리에 들고, 하루에 8시간 이상 자야 한다.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멜라토닌 분비도 줄기 때문이다.
part4 ‘검증된’ 성조숙증 검사 과정 및 치료
성조숙증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면 ‘이 검사 꼭 받아야 해요?’ ‘검사 결과가 수긍이 안 가요’ 등 검사 과정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다. 병원이나 담당 주치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해도, 성조숙증을 검사하는 과정과 검진 결과는 어느 정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step 01 전문의 상담
소아내분비 전문 의학 박사인 고시환 원장은 성조숙증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진료 시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의 가족력과 형제력, 식습관, 영양 상태, 운동, 약물 복용력이나 과거 병력, 생활 패턴과 성격 등을 복합적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
성조숙증 진단의 가장 기본인 성장판 사진과 호르몬 수치도 판독 후 논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바른 진료와 상담이 필요하다. 성조숙증은 당장의 문제가 아닌, 아이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문진이 중요한 것이다.
만 7세 여아의 골 연령 7세(왼쪽), 만 7세 여아의 골 연령 9세(오른쪽)
step 02 골 연령 검사
상담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검사에 들어간다. 먼저 왼쪽 손과 손목의 X-레이 촬영을 하는데 아이의 성장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손목 부위의 수근골과 긴뼈 끝에 있는 성장판의 형태를 관찰하는데 사춘기가 오지 않은 역연령대의 사진과 나란히 놓고 수근골의 완성도와 성장판이 닫힌 정도를 중심으로 살핀다.
고려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기형 교수가 제공한 자료를 참고하면 사춘기가 오지 않은 7세 여아(골 연령 7세)의 손목 사진과 약 2년 정도 사춘기가 빨리 온 만 7세 여아(골 연령 9세)의 손목 사진을 비교할 수 있다. 같은 연령임에도 손목 뼈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고 후자가 성장판도 반 이상 닫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골 연령 검사에서 실제 나이와 차이가 없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두 번째 골 연령 검사에서 성장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진찰과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골 연령은 의료진에 따라 판독이 다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문진과 호르몬 검사 등 다른 검사와 병행해야 성조숙증과 관련해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다.
step 03 혈액 검사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기본 혈액 검사와 성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기 위한 성호르몬 검사,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자극 검사를 받게 된다.
성호르몬 검사 결과에서 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와도 성호르몬이 하루 동안 일정한 속도로 분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자극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GnRH를 투여한 뒤 일정한 간격으로 4~5회 정도 피를 뽑는 검사를 통해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자극에 대한 황체화호르몬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황체화호르몬 농도 수치가 한 번이라도 5IU/L 이상인 경우 사춘기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성선 자극 검사 결과가 골 연령이나 키 성장 등 성장 속도나 2차 성징을 보이는 등의 임상 소견과 일치한다면 성조숙증으로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임상 소견으로는 성조숙증이 의심되지만 검사 결과가 2~4IU/L 수준이라면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step 04 추적 검사
임상 소견과 성선자극 검사 결과에 차이가 있거나 더 확실한 성조숙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중추신경계 종양이나 선천성 기형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아는 성조숙증이 발생했다면 기질성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MRI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성조숙증은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의 활성화로 인해 성호르몬의 분비가 나타나는 진성 성조숙증과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의 활성화 없이 2차 성징을 보이는 가성 성조숙증으로 나눌 수 있다.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자극 검사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이 증가하지 않은 경우에는 진성 성조숙증이 아닌 것으로 진단되지만 성호르몬이 증가된 경우 난소나 자궁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성 성조숙증일지라도 여성호르몬이 과도하게 증가된 경우에는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step 05 성호르몬 억제 주사 치료
성조숙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유도제(GnRHa)’를 피하에 투여해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면서 성호르몬 분비를 줄여야 한다. 성조숙증은 주사제로만 치료 가능하다.
성조숙증 치료에 사용되는 GnRHa 치료제는 호르몬이 결합하는 수용체의 수를 줄여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치료 효과가 있다. 성조숙증 치료는 4주 간격으로 1회, GnRHa 주사를 주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성호르몬이 적당한 수치로 억제되지 않을 때는 더 짧은 간격으로 투여하거나 용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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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치료, 보험 혜택 적용 기준
Tanner stage 2(여아는 젖멍울이 만져지고 남아는 고환의 크기가 4ml 이상으로 커진 상태) 이상이면서 골 연령이 역연령보다 많고, GnRH 자극 검사에서 성호르몬(LH/FSH) 수치가 5IU/L 이상을 나타난 여아 만 9세 미만(8년 364일까지), 남아 만 10세 미만(9년 364일까지)이라면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한 번 처방이 시작되면 이후 2~3년까지(여아는 만 11세, 남아는 만 12세) 의료보험 적용 혜택(50%)을 받을 수 있다. 보험 적용된 주사 비용은 1회당 3만~5만원대(1· 2·3차 병원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