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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에 사는 싱글녀 사라(33세)는 이사를 앞두고 친구에게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를 소개받았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집 근처에서 바로 차를 빌려 이용할 수 있고 비용은 이용한 시간과 거리만큼만 내면 된다는 거였다. 귀가 번쩍 뜨인 사라는 서비스에 가입한 뒤 두 시간 동안 차를 빌려 이삿짐을 옮겼다.
사라가 이용한 이 서비스의 이름은 ‘모빌리티(Mobility)’. 스위스의 대표적인 카셰어링 서비스인 모빌리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을 뿐 아니라 규모도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최근 들어 카셰어링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한 나라들의 벤치마킹 대상 1순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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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는 승합차, 밴, 전기차 등 8가지 종류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차량에 비치된 기기에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기차, 버스 등 대중교통과 연계해 활용도도 높다.
모빌리티의 역사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에 스위스에선 두 가지 카셰어링 조직이 동시에 생겨났다. 하나는 ATG(Auto Teilet Genossenschaft)라는 조직으로, 8명의 개인이 모여 차 한 대를 나눠 쓰기로 한 게 시작이었다. 다른 하나는 셰어컴(Sharecom)으로, 17명이 모여 차 한 대를 나눠 쓰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각각 회원을 늘려가던 이 두 조직은 10년 뒤인 1997년 4월, 하나의 조직으로 합치게 되고 그 이름을 ‘모빌리티’라고 지었다. 동네 이웃들의 모임에서 시작된 작은 활동이 입소문을 타고 번져나가 대기업 못지않은 규모로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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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빌리티는 차량 대수 2천6백50대, 이용자 11만2천여 명의 스위스 최대 차량 공유 업체로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한 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차량 종류가 승용차, 밴, 전기차 등 총 8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이용자가 목적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이삿짐을 옮기는 것뿐 아니라 주말 가족여행을 가거나 회사 업무에 이용할 수도 있다. 단순화한 요금 체계도 강점이다. 이용 요금은 시간당 2.8스위스프랑(약 3천1백원)과 km당 0.52스위스프랑(약 6백원)을 더해 계산한다.
유류비, 보험료 등은 이 비용에 포함돼 있으므로 추가비용은 없다. 모빌리티의 또 다른 장점은 무인 거점, 즉 모빌리티 차량이 상시 주차돼 있는 장소가 총 1천4백 군데에 이를 만큼 넓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바로 내 집 근처, 회사 근처에서 모빌리티를 내 차처럼 이용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바로 예약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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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사람은 개인 차량을 소유한 사람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연간 298kg 덜 배출한다. 대기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셈.
지난해 모빌리티는 연수용 차량과 초보 운전자용 차량을 새로 내놨다. 단순한 차 나눠 쓰기가 아닌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하는 스위스 모빌리티, 한국에서 막 시작된 카셰어링 서비스가 주목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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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진경씨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뒤 <중앙일보> 기자로 일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스페인 출신 해커와 결혼해 현재 스위스 취리히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