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난 아무런 부담 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시켜줬고/그런 만남이 있은 후부터 우린 함께 자주 만나며/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어울렸던 것뿐인데…’라고 시작하는 ‘잘못된 만남’이라는 가요가 있다.
A씨(여)도 그랬다. 초등학교 동창인 B씨(여)를 결혼 후 우연히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 아이들도 비슷한 연령대인지라 자연스럽게 두 가족은 친해졌다.
두 집 부부가 함께 자주 식사도 하고 아이들도 서로의 집을 오가며 친하게 지냈고, 함께 여행을 떠난 적도 수없이 많았다. 가구를 사거나 마트에 가더라도 비슷한 것을 사곤 할 정도로 두 가족은 가깝게 지내며 의지하며 살았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나자 두 집안은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다. 두 가족은 서로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누가 누구의 아내이고 누가 남편인지, 누가 누구의 아이들인지 모를 정도로 가까웠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가정법원으로부터 한 통의 소장을 받았다. 그 소장은 친구인 B씨의 남편이 A씨의 남편 앞으로 보낸 것이었고, 그 내용은 놀랍게도 ‘자신의 아내가 A씨의 남편과 10여 년 전부터 부정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함께 현장에서 찍은 사진까지 첨부돼 있었다.
너무나 기가 막힌 A씨는, 그제야 친구의 남편이 최근 몇 달간 보이지 않았던 점을 기억했다. 자신은 남편과 친구를 철석같이 믿고 방심하고 있는 동안 친구의 남편은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 뒷조사를 해온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남편과 친구의 반응이었다.
남편은 “B씨가 남편이 출장 가면 외롭다고 연락을 해서 만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며 친구 탓을 했고, 친구는 “나는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아서 겉으로만 웃고 지내는데, 너는 좋은 남편과 사는 것이 너무 화가 나고 약 올랐다. 내가 너의 남편과 10년 넘게 연인 관계로 지냈지만 너와 너의 남편 사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내가 이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울 테니, 앞으로도 우리 둘이 너의 남편을 함께 좋아하면서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살면 좋겠다”는 황당한 요구를 했다.
‘잘못된 만남’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자신의 애인과 친구가 연인이 되어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울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과 우정을 모두 버려야 함을 노래하고 있다. 아무리 사랑하고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더라도 결혼을 한 이상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감정을 자제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의 감정으로 인해 두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고 두 친구는 오랜 우정과 신뢰를 잃었다. 또 자녀들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마저 분노와 불신의 늪으로 빠지고 말았다. 사랑의 결말치고는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닐까?
- ※이 변호사의 어드바이스
가정을 가진 사람이 배우자 아닌 이성과 부정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형법상 간통죄로 처벌될 수 있고, 자신의 배우자는 물론 간통한 상대방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례에서 B씨의 남편은 자신의 아내인 B씨를 상대로 이혼청구소송을 하면서 A씨의 남편과 자신의 아내를 상대로 간통고소도 하고 위자료청구소송도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A씨도 친구 남편과는 별도로 자신의 남편과 친구를 상대로 간통고소와 함께 이혼과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 부정한 행위를 한 A씨의 남편과 B씨는 자신의 배우자는 물론 상대방의 배우자에게도 모두 손해배상을 해야 할 법적인 책임이 있다. A씨와 B씨의 남편이 모두 간통고소를 한다면, 둘 중 한 사람이 소를 취소하더라도 나머지 한 사람이 고소를 유지하는 한 간통으로 처벌된다.
글쓴이 이명숙 변호사는…
24년 경력의 이혼·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로 현재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의 자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