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에서 첼시 쪽으로 가다 보면 ‘레프트 뱅크 북스(Left Bank Books)’가 있다. 희귀한 초판본 책을 구할 수 있는 서점이다.
뉴욕의 서점을 ‘반즈 앤 노블’만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반즈 앤 노블은 커피 업계의 스타벅스처럼 보편적인 서점일 뿐, 사실 뉴욕에는 그보다 더 독특하고 정감 있는 서점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대표적인 서점은 유니언 스퀘어 근처에 있는 ‘스트랜드 북스(Strand Books)’다. 중고책 서점으로 유명하지만 신간 서적도 공존한다. 오히려 아트, 픽션, 논픽션, 역사, 정치, 문학 등 각 분야별로 흥미로운 책을 발 빠르게 소개하는 안목이 월등하다. 정말 필요한 책들만 잘 진열해놓았다고 할까? 무엇보다 스트랜드 북스의 자랑은 아트 서적이다. 뉴욕 내 최고의 아트 서적 코너라 불려도 손색없다.
풍부한 아트 관련 서적과 화집, 사진집들이 차고 넘친다. 책뿐 아니라 유명 작가들의 전시회 도록, 카탈로그 등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매달 스트랜드 북스 직원들이 추천하는 ‘Strand’s Picks’ 코너를 보면 이 서점의 성향을 알 수 있다. 모두가 찬양하는 베스트셀러보다는 독특하고 조금은 괴짜 같은 시선으로 책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흥미로운 서점인 것은 분명하다.
서점 밖 건물을 따라 ‘18 miles of books’라는 이름으로 1~2달러에 중고책을 살 수 있는 북 스탠드가 늘어서 있다. 벼룩시장 같은 분위기다.
다운타운의 중심에 위치한 스트랜드 북스를 벗어나 서쪽으로 발길을 돌려보면 괴짜 서점들이 즐비하다. 그중 하나가 웨스트 빌리지의 랜드마크 격인 ‘마크제이콥스’ 매장에서 대각선 방향에 자리하고 있는 ‘북마크(Bookmarc)’다.
위치상으로도 알 수 있듯 마크제이콥스가 운영하는 서점으로, 구비하고 있는 책들이 패셔너블하다면 설명이 될까? 작은 소품 하나, 기념품 하나에서도 마크제이콥스의 빈티지한 감성이 느껴지고 구비해놓은 책에서도 약간은 고즈넉한 분위기와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느껴진다.
북마크에서 첼시 쪽으로 가다 보면 ‘레프트 뱅크 북스(Left Bank Books)’가 있다. 희귀한 초판본 책을 구할 수 있는 서점이다. 작고 오래된 곳이지만 서점 안을 빼곡하게 채운 각종 초판본 책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미국판 소설 초판본을 비롯하여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처음 느낌 그대로의 분위기와 장정으로 보는 기분은 묘하다.
찾기 어려운 희귀본뿐 아니라 저자의 사인이 담긴 책들도 볼 수 있다. 마치 오래된 집의 서재에 들어온 듯 아늑하고 고풍스럽다. 마치 그 시대의 작가들, 익명의 독자들과 대화하는 기분이 든다. 뉴욕을 여행한다면 작은 서점들을 순례해볼 것을 권한다. 아트의 도시 뉴욕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글쓴이 안수연씨는…
광고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다양한 회사의 광고 문구를 만들며 10년을 보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생활 중 도쿄공예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케이타이 도쿄>라는 사진 에세이를 출간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 2008년부터 뉴욕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매체에 뉴욕 소식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