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량이 많아지다 보니 음료수나 차가운 차, 아이스커피를 찾게 되는데요, 수분이라고 보면 다 같을지 몰라도 이들이 물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음료수나 차는 물과 완전히 다른 액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차나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이뇨 작용을 해 실제 섭취한 수분의 양보다 배출되는 양이 많습니다. 또한 음료수에 들어 있는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더 많은 양의 지방을 간에 쌓이게 합니다.
물을 많이 마시자고 주장한 선생님이 한 분 있는데요, 물로 난치병을 고친 뱃맨겔리지 박사입니다. 이분은 경력이 좀 독특합니다. 런던에서 의학 공부를 마친 뒤 이슬람 혁명에 연루되어 이란에서 정치범으로 교도소에 수용됩니다. 그는 3년 만에 출소하게 되는데요, 사형을 면한 이유가 교도소에서 물로 환자를 치료한 그의 연구를 높이 샀기 때문입니다.
교도소 내에서는 약을 충분히 공급받기 힘들었는데요, 한번은 수감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위경련이나 급성위염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해요. 이때 의사인 그가 우연히 물을 2잔씩 먹였는데 감쪽같이 위통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 그는 교도소 안의 환자 3천 명을 대상으로 물에 대한 연구를 합니다. 그래서 물을 많이 마시면 알레르기질환, 자가면역질환, 관절 통증, 암 등 각종 난치성 질병이 호전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뱃맨겔리지 박사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세포는 70% 이상 물로 구성되는데, 갈증을 느껴 물을 찾기 시작했다면 세포는 벌써 탈수증에 허덕이고 있는 상태라는 건데요, 이처럼 엄격한 의미의 탈수증을 예방해야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는 겁니다. 이유는 단백질과 효소가 용제인 물이 묽을수록 잘 확산되기 때문입니다. 용제(물)가 점성이 높아 끈끈하면 잘 확산되지 않으니 인체 내 효소 시스템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제가 해석하는 방식으로는 뱃맨겔리지 박사와 중간 과정이 다르지만 알레르기질환, 자가면역질환, 관절 통증에 물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물은 위산을 희석하는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위산이 중화되지 않으면 위열(胃熱)이 발생하고, 위열은 피부나 눈, 코, 귀, 관절에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면 만성위장장애를 앓는 분들 중에는 안구건조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찬물이 아닌 뜨거운 물을 마시면 눈이 순간적으로 촉촉해지고 눈앞이 밝아지는 경험을 합니다. 순간적으로 위산이 중화되면서 위열이 내려가기 때문인데요, 물이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현대인들이 위산을 많이 분비하게 하는 먹거리와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은 어떻게 마셔야 할까요? 먼저 갈증이 나기 전에 물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갈증은 몸에서 물이 한참 부족해진 뒤 나타나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또 비타민 같은 알약을 먹지 않은 경우, 소변 색이 맑고 투명해야 물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시는 양은 성인을 기준으로 2L 정도를 추천합니다. 다만, 저산증 환자는 식사 중에 물을 마시면 위산이 희석되어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으니 이런 분들은 식사를 하고 2시간이 지난 뒤 마셔야 합니다. 올여름에는 음료수나 차 대신 맑고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한의사 김수경은…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7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