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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 여자, 천하 여배우 한은정

‘여배우’라는 단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있다. ‘배우’와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성별이 여자인 배우에게 모두 갖다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아니다. 여배우와의 인터뷰가 조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일 터. 확실한 건 여배우 한은정은 섹시하기보단 여리고 또 한없이 여성스러웠다.

On July 02, 2014

화이트 레이스 시스루 튜브톱 롱 원피스 맥앤로건, 화이트 오픈토 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루&블랙 재킷·블랙 보디슈트·블루 쇼트 팬츠 모두 마이클코어스, 진주 이어링 제이에스티나.

“혹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가 올까 봐 겁났어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어떤 역할이 되었든, 캐릭터 제한 없이 작품 활동을하면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요. 좋은 작품이라면 시청률과 주연에 연연하지 않고 도전할 생각이에요.”

블랙&화이트 점프슈트 막스마라, 블랙&블루 스트랩 힐 나무하나, 스카이블루 네크리스 슈마흐 by 피에르테.

“제 성격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MBC <남자의 향기>의 ‘은혜’처럼 지고지순하기도 하고, KBS1 <서울 1945>의 ‘혜경이’처럼 의지력이 강하기도 해요. 확실한 건 한번 욕심을 내면 끝까지 이뤄야 직성이 풀려요. 흐지부지되는 것을 가장 못 견디죠.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 하잖아요”

화이트 옆트임 절개 원피스 맥앤로건, 화이트 플라워 브레이슬릿 MK 쥬얼리, 컬러플 참 브레이슬릿 제이에스티나.

블루&블랙 재킷·블랙 보디슈트·블루 쇼트 팬츠 모두 마이클코어스, 블랙 티 스트랩 까사데이 by 21드페이, 진주 이어링 제이에스티나.

“어렸을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저보고 욕심쟁이라고 종종 그러셨거든요. 그땐 나한테 왜 그러시지 했는데 지금은 알 것 같아요. 그냥 체질적으로 일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내가 갖춰졌다고 생각되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연기를 했다고 생각될 때 결혼이라든지 다른 일을 생각할 것 같아요. 지금은 이렇게 사는 게 좋은걸요”

네온 옐로 원 숄더 원피스 미쏘니, 화이트 브레이슬릿 MK 쥬얼리,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이지 클러치 쿠론.

여배우의 귀환
욕심이 많은 배우임을 단번에 알아봤다. 첫째는 눈빛이 남달랐고, 둘째는 맡은 배역마다 일관성이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 SBS <명랑소녀 성공기>에서는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였고, MBC <남자의 향기>에서는 지고지순한 여인, KBS2 <풀하우스>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요조숙녀였다가, KBS1 <서울 1945>에서 억척녀로, 그리고 KBS2 <구미호:여우누이뎐>에선 구미호 역까지 소화했다.
“연기보다 외모가 먼저 보인다면 그건 여배우에게 마이너스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면을 보여주고 싶은데 특정 캐릭터에 갇혀 있다면 배역에 집중하기 힘들잖아요.”

데뷔 초부터 도회적이고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은 한은정. 선입관을 깨기 위해 일부러 강한 캐릭터를 맡았고 차기작은 항상 상반되는 캐릭터를 선택했다. 이 때문에 드라마 시작 전부터 미스 캐스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흐트러짐 없이 모든 게 기우였음을 연기력으로 증명해 보였다. 그런 그녀가 4년 만에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가족을 잃은 열혈 검사의 복수극을 다룬 KBS2 <골든 크로스>다. 그것도 얼굴 몇 번 안 나오는 조연으로.

“유현미 작가님이 ‘홍사라’ 역은 꼭 제가 맡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시놉시스를 봤는데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대본도 재미있게 읽었지요. 그리고 솔직히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라 큰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골든 크로스>는 주식 용어로 단기 주가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는 시점으로 주가 상승의 신호를 의미한다고. 제목처럼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선입견 깨지다
1999년 MBC 드라마 <사랑을 위하여>로 데뷔했으니 어느덧 연기 경력 16년 차, 그리고 완숙미가 느껴지는 30대 중반의 여배우가 되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요즘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거예요. 20대 땐 주로 제 이야기를 많이 했죠. 굳이 피곤하게 따지지 않고, 이왕 하는 거 즐기면서 하자 생각해요. 저 오늘 촬영하면서 짜증 안 냈죠?(웃음)”

브라운관에서 보는 이미지와 달리 참 여성스럽고 온순해 보인다고 했더니 “그래요?”라고 되물으며 입꼬리가 올라간다.

“열이면 열이 다 새침데기 같다고 하는데 저 안 그래요. 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평소에는 화장도 잘 안 하고 다녀요. 노출 있는 옷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그녀가 꿈꾸는 40대는 어떨까?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진 않았지만 연기에 대해 쉼표나 마침표를 찍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때가 되면 결혼이건 사업이건 연기가 아닌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옳다구나, 싶어서 이상형에 대해 물었다.

“24시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끊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남자, 그리고 친구같이 편안한 사람요. 외모는 당연히 잘생기면 좋겠지만 영순위는 아니에요. 마음이 넉넉하면 키도 커 보이고 어깨도 넓어 보인다니까요.(웃음)”

어떤 질문에도 ‘연기’란 단어를 놓지 않고 답한 이 배우에게 MBC <라디오스타>를 패러디한 돌발 질문을 던졌다.

“한은정에게 연기란?”
“갈증? 늘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요. 나이를 먹어서인지(웃음) TV에 제 얼굴이 예쁘게 나오는지보단 어떻게 연기하는지만 보여요. 드라마 찍으면서 모니터링할 때마다 제 연기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되고요. 사람들은 큰 시련 없이 성공한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전 매 작품이 슬럼프이고 시련인걸요. 그래서 틈날 때마다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연구해요. 만약 내가 저 역할을 맡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면서요.”

쉬면서도 연기에 대한 감을 잃어버릴까 봐 틈틈이 트레이닝을 받은, 알고 보면 ‘천생’ 여배우가 아닌 ‘노력형’ 여배우였다. 아직 연기를 양껏 하지 못했다는 한은정은 오랫동안 제대로 재충전한 만큼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을 자주 만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짐작하 건대 <골든 크로스>의 포커페이스 ‘홍사라’와 정반대되는 천방지축 캐릭터, 혹은 마냥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곧 찾아오지 않을까?

CREDIT INFO
기획
정미경
취재
이미주
사진
덕화
스타일리스트
김영미(인트렌드)
헤어
주희(순수 청담 설레임점)
메이크업
지미(순수 청담 설레임점)
의상협찬
마이클코어스, 막스마라, 맥앤로건, 슈마흐 by 피에르테, 랑방 컬렉션, 미쏘니, 쿠론, 까사데이 by 21드페이, 나무하나, MK 쥬얼리, 제이에스티나
2014년 07월호
2014년 07월호
기획
정미경
취재
이미주
사진
덕화
스타일리스트
김영미(인트렌드)
헤어
주희(순수 청담 설레임점)
메이크업
지미(순수 청담 설레임점)
의상협찬
마이클코어스, 막스마라, 맥앤로건, 슈마흐 by 피에르테, 랑방 컬렉션, 미쏘니, 쿠론, 까사데이 by 21드페이, 나무하나, MK 쥬얼리, 제이에스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