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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은희경 모친 ‘장한 어머니 상’ 수상 봄날의 모녀

작가 은희경에게 엄마는 큰 산이다. 언제나 바람을 막아주고 방향을 제시한다. 늘 그 자리에서 딸을 향해 두 팔 벌리고 있는 이정애 여사는 이 시대의 장한 어머니다.

On June 23, 2014

꼭 닮은 모녀가 나란히 무대에 올라선다. 박수를 받으며 오른 무대에서 잔뜩 긴장한 얼굴이지만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2014년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 상’ 시상식의 한 장면이다.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자란 딸이 오히려 자랑스러운 엄마다.

시상식 도중 스크린 위에 딸을 키워온 세월이 펼쳐지자 이 여사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친다. 그녀 옆의 딸은 근엄한 작가가 아닌 그저 세상의 딸, 그 이상도 그 이하의 모습도 아니다. “딸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훌륭한 여성이 되는 것이 제 꿈이었죠. 이제 저는 꿈을 이뤘습니다.” 엄마의 마음은 한결같다.

시상식을 마치고 기자가 만난 모녀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이 여사는 감동한 마음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는지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정말 감동이었어요. 82년을 살아오며 이렇게 기쁜 날은 처음이었어요. 딸자식 키우는 거야 여느 엄마나 다 하는 일인데 상을 받으려니 쑥스럽기도 해요. 제가 잘 키웠다기보다는 딸이 잘 커주었어요. 엄마에게 짜증 한 번 내지 않은 착한 희경이가 제게 좋은 선물을 준 거나 다름없어요.”

누구나 어려운 상황을 마주치면 좌절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위치를 잊지 않고 달려온 이들이야말로 성공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은희경도 그랬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여류작가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그녀지만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지기까지 어머니 이정애 여사의 큰 격려와 응원이 있었다. 서른다섯 살에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야 했던 은희경. 그런 그녀에게 어머니 이정애 여사는 더 이상 침잠하지 말라고, 일어나 뛰라고 했다. 그녀는 다시 일어섰고 소설가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어머니 이정애 여사는 딸에게 가장 큰 지지자였고 응원가였다.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구성력, 인간을 꿰뚫어보는 신선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은 은 작가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매력이다. 일부는 은 작가를 인간에 대해 냉소적이며 비판적인 시선을 늘어놓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녀는 수줍음도 많고 가끔은 새초롬할 때도 있는 천생 여자다. 그럼에도 상투적인 것에 안착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은 작가 특유의 시선과 유머러스함은 유쾌한 이정애 여사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엄마, 나 소설가가 되고 싶어
초등학교 시절부터 문학에 소질을 보여온 은희경은 문예반에서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도교사는 그녀가 소설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당시 소설보다는 시에 더 심취해 있었다. 숙명여대에 입학해서는 시를 쓰고 문집을 만들며 작가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다진다. 졸업 후에는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혼 후 그녀는 보통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1994년 어느 날, 그녀는 불현듯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나 소설가가 되고 싶어.”
당시 은 작가는 35세가 될 무렵이었고 아이가 둘이나 있는 주부였다. 보통의 엄마라면 그런 딸의 마음을 다독이며 엄마와 아내로서의 삶을 강조했을 터. 그렇지만 이정애 여사는 새로운 길을 걷고 싶다는 딸의 바람을 응원했다.

“책을 친구 삼아 지냈던 걸 알기 때문에 딸의 재능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뭔가 자기 스스로 큰 결심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것도 보람된 일이겠지만 사회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면서 사는 게 삶에서 더 보람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에 더 힘내라고 응원했어요.”

그렇게 결심한 그녀는 회사에 한 달간의 휴가를 내고 달랑 노트북 하나만 챙겨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소설가 은희경이 탄생한 비화였다.
은희경은 이정애 여사의 묵묵한 지원에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했다.

“두 아이 엄마로서의 삶을 살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딸에게 어머니는 ‘왜 그러냐, 애들은 어떡하려고.’ 이런 말 한마디 없이 무조건 응원해주셨어요. 그것이 어떤 지원보다 큰 용기와 힘을 주었지요. 소설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건 다듬어지지 않은 제 첫 소설을 읽고 가장 큰 팬이 되어 응원하고 격려해주었던 어머니 덕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은희경은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이 여사는 소설가가 되겠다며 멀리 떠나 있는 딸을 찾아가 손수 밥 한 끼를 지어주고는 딸이 쓴 첫 소설을 읽으며 격려했다. 은희경은 엄마의 응원을 양분 삼아 대한민국의 대표 소설가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야 엄마에게서 받은 응원과 격려의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


그렇게 은희경은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이 여사는 멀리 떠나 있는 딸을 찾아가
손수 밥 한 끼를 지어주고는 딸이 쓴
첫 소설을 읽으며 격려했다.
은 작가는 엄마의 응원을 양분 삼아
대한민국의 대표 소설가로 성장했다

CREDIT INFO
취재
전유리
사진
신빛
2014년 05월호
2014년 05월호
취재
전유리
사진
신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