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 키가 많이 클 수 있는지 하는 겁니다. 사실 ‘성장’은 소아 진료의 큰 목표이며 최고 정점의 목표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장이라는 것은 일단 질병이 없을 것, 소화 흡수가 잘될 것, 적절한 음식 섭취와 운동을 할 것, 이렇게 삼박자를 고루 갖춰야 잘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신문에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 신장이 174cm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몇 년 사이에 점점 작아지면서 172cm로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원인으로는 영양 과다, 무리한 다이어트, 수면 부족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어머니들이 간과하고 있는 영양 과다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4대 영양소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그리고 비타민과 미네랄인데요. 탄수화물은 주로 에너지를 내는 데 사용되고, 단백질과 지방은 주로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안 좋은 지방과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식습관을 살펴보면, 식사 이외에 간식으로 빵을 먹고 과일 음료도 먹고, 밤늦게 피자나 닭튀김을 시켜 먹기도 합니다. 이때 같이 곁들여 오는 콜라도 먹지 않으면 아쉽습니다. 냉장고에는 항상 물 대신 마실 수 있는 주스나 탄산음료가 있고, 텔레비전을 볼 때 심심하지 않도록 과자도 챙겨놓습니다(제가 어릴 적에는 배달 음식이 흔하지 않아서 닭튀김을 먹으려면 가끔 아빠가 사 들고 오셔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탄수화물과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문제가 생기는데요. 첫째, 알레르기질환이 생깁니다. 에너지양은 넘치는데 운동량이 부족한 아이들의 경우 살이 찌는 아이도 있지만, 살로 가지 않고 그 에너지가 열로 바뀌어 몸속을 돌아다니며 일으킨 각종 증상에 시달리는 아이도 실제로 많습니다. 코로 발산되면 비염이나 축농증, 잦은 코피로 나타나고 피부로 몰리면 습진이나 흔히 아토피피부염이라고 부르는 증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또한 열을 발산하기 위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산만함’입니다. 둘째, 영양분 섭취가 부족해집니다. 뇌는 거의 탄수화물만을 에너지로 사용하므로 쉽게 에너지화할 수 있는 단맛을 자주 찾게 되는데요. 아이가 단맛이 나는 간식을 자주 먹으면 입맛이 없어져 본식사에서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등을 충분히 먹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몸의 구성에 필요한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성장을 방해합니다.
제가 최근에 가드닝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식물이 자라는 데는 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플로리스트 선생님들이 흙이 무거워 가벼운 흙을 사용하자 문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가벼운 흙인 부엽토는 낙엽을 썩혀 만든 영양분 가득한 흙인데요. 이 부엽토가 많으면 식물이 ‘웃자란다’고 합니다.
잎사귀가 촘촘하게 붙고 단단하게 자라야 하는데 듬성듬성 잎사귀가 붙으면서 자라는 것을 웃자란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웃자란 식물은 어느 순간 확 꺾여버리기 때문에 잘라내고 다시 키워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식물이 ‘소식(小食)’을 할 수 있는 무거운 흙으로 대체해야 더 튼튼하게 잘 자란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가 ‘웃자라게 하는 먹거리’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한의사 김수경은…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6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