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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랑이란? 박해진

해바라기 같은 순정파에 완벽한 외모, 진짜 ‘별에서 온 그대’는 이 남자가 아닌가 싶다. 추운 겨울, 훈훈한 마음씨로 여심을 녹여준 박해진을 만났다. 드라마 속 휘경이가 실제로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On June 14, 2014


15년간 한 여자를 짝사랑한다고요? 전 못 해요.
3년 정도 짝사랑을 해봤는데 15년은 좀 아닌 거 같아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하지만 저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휘경이처럼 다정하게 옆에 있어주는 편이긴 해요


이제 박해진(31세)을 보며 KBS2 <소문난 칠공주>의 ‘연 병장’을 떠올릴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박해진은 최근 종영한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 분)를 짝사랑하며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이휘경 역으로 여심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박해진이 이재경(신성록 분) 역에서 이휘경 역으로 배역이 바뀐 것은 <별그대> 캐스팅의 ‘신의 한수’라 회자될 정도. 박해진이 아닌 다른 배우가 휘경이 역할을 연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또 박해진은 <별그대>에서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순정남을 연기해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재벌 2세지만 ‘허당’ 같기도 한 귀여운 매력은 박해진의 진지한 기존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발랄한 매력을 덧입혔다.

팬들 사이에서는 ‘박해진의 재발견’이라는 반응과 함께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바람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부르는 곳도 많아졌다. 박해진의 소속사 WM컴퍼니 관계자는 “<별그대> 이후 영화, 드라마는 물론 CF 쪽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바로 <닥터 이방인> 촬영에 들어가 CF를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미 올해는 스케줄이 꽉 찼다. 꾸준히 해오던 중국 활동도 내년 이후로 모두 미뤄놓았다”라고 뜨거운 인기를 설명했다.

2006년 데뷔 이래 어느 때보다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박해진. 그의 기분은 어떨까? <별그대> 종영 4일 뒤인 3월 3일, 박해진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족발집에서 그를 만나 직접 물었다.

<별그대>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인기를 실감하나요?
“하하하, 네. 특히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요즘 길을 지나가면 아이들이 ‘휘경이 지나간다!’ 그래요. 지난해 방송한 KBS2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 출연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 드라마 시청률이 40%가 넘었는데도 말예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별그대>의 인기가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실감해요.”

마지막 촬영 후 소감은 어땠나요?
“마지막 회가 전파를 탄 날 아침 7시까지 촬영했어요. 워낙 강행군을 해서 촬영이 끝났을 당시엔 피곤해서 아무 생각이 안 들었어요.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도 없이 오늘 하루가 끝났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요. 내일 다시 촬영을 나가야 할 것 같기도 했고요.(웃음)

그나마 지금은 차기작을 위해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이것저것 스타일에 변화를 주니까 휘경이 역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이 들어요. 이제야 끝난 게 실감이 나면서 시원섭섭하네요.”

사실 박해진씨는 이재경 역할로 캐스팅됐었는데 바뀌어서 아쉽지는 않았나요?
“맞아요. 갑작스럽게 캐릭터 교체가 필요해서 양쪽에서 손해를 덜 보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재경 역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어요.

신성록 선배가 했던 ‘반지작’, 아시죠? 사실 그 반지 아이디어를 제가 낸 것이거든요.(웃음) 하지만 신성록 선배가 재경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연기하셨기 때문에 작품으로 봤을 땐 최고의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재경 역할은 어떤 면에서 끌렸던 건가요?
고정된 캐릭터 이미지를 벗고 싶었어요. 데뷔작인 <소문난 칠공주> 이후 여러 작품을 했고 <내 딸 서영이>는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는데도 ‘연하남’으로만 기억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악역인 이재경 역할을 통해 순하고 여리고 착한 모습을 버리고 싶었어요. 이재경 캐릭터를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본의 아니게 캐릭터를 변경하게 되면서 못 하게 된 거죠.

기존 캐릭터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연하남’은 이미지가 좋긴 하지만 배우로서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어요. 사실 저는 집에 정장은 한 벌뿐인 데다 구두는 있어도 신지 않고 운동화만 신어요. 편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방송에 비춰지는 모습은 항상 잘 차려입고 딱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그 틀을 벗고 싶었어요. 무엇인가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 자꾸 들었던 거 같아요.

<별그대> 얘기로 돌아와서 김수현, 전지현과 호흡은 어땠나요?
김수현은 나보다 어린데도 내공이 있는 친구라고 느꼈어요. 갑자기 나오는 대본을 보고서도 연기를 치밀하게 해내더라고요. 또 성격이 어떻게 보면 산만하다고 할 정도로 밝고, 현장에서 장난도 잘 치는데 촬영에만 들어가면 몰입해서 하는 것을 보고 나이가 어린데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전지현 선배는 연기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천송이를 완벽하게 표현한 것 같아요. 평소에도 직설적이고, 재밌고, 표현도 잘 하시고요. 덕분에 재밌게 촬영을 잘했어요.

극 중 휘경이는 천송이를 15년간 짝사랑했는데, 실제로는 어때요? 가능한가요?
15년간 한 여자를 짝사랑한다고요? 전 못 해요. 3년 정도 짝사랑을 해봤는데 15년은 좀 아닌 거 같아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웃음) 하지만 저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휘경이처럼 다정하게 옆에 있어주는 편이긴 해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느낌? 사람들은 답답한 연애라고도 하지만, 그래요. 표현도 잘 못 하는 편이에요.

실제 이상형이 궁금해요. 전지현씨와 비슷한가요?
전지현 선배 같은 여자라면 누가 안 좋아하겠어요. 특히 전지현 선배를 볼 땐 눈이 편안했어요. 요즘 의학기술이 발달해 뭔가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빼기도 하잖아요. (성형을) 한 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데 익숙해져 있다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니 눈이 시원한 느낌이었어요. 서울 한복판에 있다가 산속에 들어간 느낌처럼요. 이상형은 참한 여자가 좋아요.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수수하고 참한 여자요. 그리고 나대지 않는 여자가 좋아요. 시끄러운 것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다시 역할 이야기를 할게요. 휘경이가 박해진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요?
제 나이가 올해 서른둘이에요. 그런데 그동안 나이에 맞지 않는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MBC <에덴의 동쪽>을 할 때는 제 나이가 스물여섯이었는데 무려 열한 살짜리 아들이 있는 역할이었죠.(웃음) 그러다 보니 제 나이보다 올드한 느낌이 있었는데 휘경이 덕분에 트렌디한 이미지를 얻은 것 같아요. 아! 노력도 많이 했어요. 원래 알레르기가 있어서 터틀넥을 못 입는데 반응이 좋기에 그때부터 국내에 있는 터틀넥은 다 갖다 입은 것 같아요.(웃음)

그렇다면 <별그대>라는 작품을 통해 얻은 것과 아쉬운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장태유 감독님, 박지은 작가님처럼 좋은 연출진,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기회를 얻은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쉬운 점은 보시는 분들이 분량이 줄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건 제 몫인 것 같아요. 제가 잘했다면 분량이 늘 수도 있었고, 도민준과 대립각을 잘 세웠다면 뭔가를 해낼 수도 있었겠죠.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어요.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국에서도 <별그대>가 화제라고 하는데 현지 반응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도 인터넷 뉴스로 본 게 다지만 천송이 패션에 ‘치맥’까지 제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인기가 많다고 들었어요. 김수현씨, 전지현 선배 모두 인기가 엄청 많아지셨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솔직히 중국 시장에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중국이 보수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외계인이란 소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난리가 났다고 하니 신기해요. 예정된 중국 일정이 세 개 정도 있는데 그때 현지에 가면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2014년이 어떤 한 해가 됐으면 하나요?
<별그대>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자의든 타의든 첫 단추가 잘 끼워진 것 같아요. 4월 방송 예정인 차기작 <닥터 이방인>이 끝나고도 바로 작품에 들어가야 하고, 그러고 나면 올해가 다 지나갈 거 같아요. 그래서 일단 올해의 목표는 쉼 없는 활동에 지치지 않고 준비하는 작품들을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박해진이 사랑하는 잇 아이템 3

나이키 운동화
박해진은 자타공인 운동화 마니아다. 스스로 “여자나 술·담배보다 운동화 모으는 것에 더 흥미를 느낀다”고 할 정도. 박해진은 해외 옥션을 통해 낙찰 받거나 발매일에 맞춰 구입할 정도로 운동화에 열정을 쏟는다. 현재 집에 소장하고 있는 운동화는 대략 5백 켤레. 전 세계적으로 구하기 힘든 희귀 아이템이 많아 시가로 약 1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담 피규어
박해진은 건담 피규어를 직접 조립하고 도색까지 할 정도로 건담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렇게 만들고 모은 건담이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라고. 촬영 대기 시간에도 종종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일본에 팬 미팅이라도 갈 일이 생기면 오타쿠의 성지라고 불리는 아키하바라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새로운 건담을 찾는다는 것이 소속사 관계자의 말이다.

G-SHOCK 시계
<별에서 온 그대>에서 값비싼 명품 시계로 귀공자 룩을 보여준 박해진. 하지만 평상시에는 캐주얼한 패션에 어울리는 스포츠 시계를 좋아한다. 박해진이 수집하고 즐겨 차는 G-SHOCK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폭넓게 차는 대중적인 스포츠 시계 브랜드로 10만~20만원대로 판매된다. 대신 박해진은 흔히 볼 수 없는 컬래버레이션 모델을 수집하며 ‘한정판 마니아’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CREDIT INFO
취재
이현경
사진
wm컴퍼니 제공
2014년 04월호
2014년 04월호
취재
이현경
사진
wm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