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가 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JTBC 월화드라마 <밀회>. 지난 5월 14일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드라마 종방연이 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종방연은 세월호 사건으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시기인 만큼 떠들썩한 분위기는 자제하려는 듯 조촐한 체육대회와 가벼운 저녁 식사로 대신했다. <밀회>는 19세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지는 연하남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그에 걸맞은 유행어, 패션, 클래식 붐을 일으켰다. 또 마지막 방송에서 최고 8.8%까지 시청률이 오르면서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다른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을 거뜬히 뛰어넘었다. 이에 전문가와 네티즌들은 JTBC 드라마뿐 아니라 종편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했다.
체육대회를 마친 연기자와 스태프들은 약속 시간인 오후 6시 30분부터 종방연 장소로 속속 모여들었다. 종방연 장소로 선택된 곳은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고깃집이었다. 2층 테라스에는 ‘<밀회> 가족 여러분 환영합니다. 안판석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종방연 현장에는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가 함께 등장했다. 두 사람은 편안한 옷차림으로 나란히 걸어 들어왔고 스태프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드라마의 주역인 김희애, 김혜은, 경수진이 차례로 나타났고 이외에도 김용건, 박혁권, 진보라, 김권, 김창완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벤에서 내린 경수진은 취재진이 있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급하게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김희애가 등장할 땐 스태프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었고 이에 답례하듯 김희애는 취재진을 향해 V자를 그리기도 했다. 드라마 속 도도한 오 실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tvN <꽃보다 누나>의 다정하고 배려심이 넘치는 모습만 보였다. 모든 출연진이 도착했지만 <밀회>의 주인공인 유아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취재진을 피해 미리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김희애가 등장했다!
이번 종방연에서는 여배우들의 패션 스타일이 유난히 돋보였다. 김희애는 올 블랙으로 통일감을 준 패션이 이목을 끌었다. 특히 볼륨감 있고 가벼운 소재의 재킷은 양쪽 어깨에 퍼프가 들어가 극강의 시크함을 보여줬다. 팔목에는 보라색 스포츠워치를 매치해 자칫 고루해 보일 수 있는 의상에 포인트를 줬다.
<밀회>에서 럭셔리 룩으로 사랑받은 김혜은은 이날도 럭셔리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단, 좀 더 편안하고 발랄한 복장이었다. 화려한 체크무늬 팬츠에 하얀색 롱코트를 매치하고 백팩을 메어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매력을 발산했다.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낮은 슬립온 슈즈를 신은 모습은 도도하던 드라마 속 모습보다 한결 사랑스러웠다.
주인공인 ‘선재’를 짝사랑하는 ‘박다미’ 역할을 맡은 경수진은 블랙 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머리를 질끈 올려 묶은 발랄한 모습이 편안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정유라’역의 진보라는 검은 원피스에 회색 카디건을 걸치고 검은색 오픈토 펌프스와 함께 빅 백을 매치해 종방연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옷차림이었다.
김용건은 종방연에서도 회장 포스가 물씬 풍기는 회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드라마에서처럼 전용 리무진이 아닌 택시를 타고 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극 중 ‘서영우’(김혜은 분)의 내연남으로 등장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김권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드라마에 나온 모습보다 머리를 짧게 잘라 앳된 얼굴이었지만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 손목에 두른 팔찌까지, 복장만큼은 카리스마가 넘쳐 ‘서영우’를 휘어잡았던 ‘우성’처럼 남성미를 물씬 풍겼다. 우월한 비주얼 때문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유아인은 원샷 중!
출연진은 전망 좋은 2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유아인, 김용건, 김혜은 등 주요 출연진은 몇몇 스태프와 한 테이블에 앉았다. 유아인의 좌측엔 안판석 감독이 자리했는데 두 사람은 즐거운 표정으로 식사를 하고 주변 사람들과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유아인은 스태프들이 오고갈 때마다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밀회>의 또 다른 주인공 박혁권은 2개월간 동고동락해온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와인 1백 병을 선물했다. 박혁권은 손수 준비한 와인을 나눠주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는 등 스태프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극 중 오 실장의 지질한 남편과는 사뭇 다른 넉넉한 인품을 지닌 듯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다. 흥에 겨운 스태프들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여자들은 안쪽에서 조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여흥을 이어나갔다. 김희애는 평소 자신의 주량이 맥주 한 캔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때문인지 술을 즐기며 왁자지껄하기보단 식당 한편에서 여자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식사 도중 장현성이 참석해 유아인과 함께 술을 나눴다. 유아인은 특유의 친밀함으로 온 스태프들과 잔을 부딪히며 특급 주당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또 함께해온 스태프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 어깨를 주무르는 등 친밀함을 과시했다.
종방연은 2시간 이상 진행됐다. 흥이 한풀 꺾이자 사람들이 조금씩 자리를 떠났고 일부 출연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희애는 종방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자리를 빠져 나왔다. 나오는 도중 마주친 김용건과는 서로 안부를 물으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밖으로 나와서는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기념 컷도 함께 촬영했다. 유아인 또한 여러 사람과 함께 식당을 빠져 나와서는 한참 동안 자리를 못 뜰 정도로 스태프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길고 긴 여운
드라마 <밀회>가 남긴 여운은 참으로 컸다. “종방 후 그 빈자리가 더욱 공허하게 느껴진다”며 ‘<밀회>앓이’를 하는 네티즌의 댓글이 눈에 띈다. 드라마가 처음 방송됐을 땐 뭇 사람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불륜을 아름다운 것으로 미화했다는 평과 드라마 주인공의 남녀 성별이 바뀌었다면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욕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남성들의 볼멘소리가 컸다. 그러나 작용 반작용의 법칙처럼 그들의 비난이 거셀수록 인기는 점점 더 높아졌고 <밀회>는 곧 여성과 남성 상관없이 시청자를 모두 매료시켰다.
<밀회>의 매력은 보는 이들뿐만 아니라 출연진에게도 적용됐다. 김희애는 지난 5월 14일 드라마 제작사를 통해 “정성주 작가님, 안판석 감독님과의 작업은 항상 큰 믿음을 줘서 즐겁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상대 배우인 유아인도 드라마 속 선재처럼 속이 참 깊은 훌륭한 연기자여서 함께 연기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혜원이라는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이어서 촬영하는 동안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가 끝난 지금 혜원을 놓기가 무척 아쉽지만 <밀회> 마지막 회,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채 파란 하늘, 바람에 흩날리는 풀꽃을 바라보며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던 혜원의 모습처럼 내 주위에 있는 작지만 소중한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유아인 또한 <밀회> 속 선재의 모습을 연기하며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말을 남겼다. 유아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기하며 아주 솔직한 굴곡의 거울이 되고 뒤틀리지 않은 통로가 되어 시청자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배우로서 일하며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었다. 저 역시 화면 앞에서 가슴 졸이며 드라마를 즐겼고 한편에선 선재가 돼 거울 앞에 서서 참된 인간과 진정한 삶이란 무엇일까 질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라며 “불륜은 파국을 맞았고 사랑은 꽃을 피웠고 혜원은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잠이 들었다. 선재의 마지막 대사, ‘다녀올게요’가 최고의 해피엔딩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최고의 파트너 김희애 선배님, 감사합니다. 볼이 뜯기고 무섭게 혼이 나도 기분 참 좋았답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한편 유아인은 <밀회>의 마지막 회를 촬영한 뒤 곧바로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그는 시크&모더니즘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노앙’과 새로운 서브 레이블 ‘뉴키즈 노앙(newkidz nohant)’을 론칭했다. 유아인은 디자인에 동참했을 뿐 아니라 캠페인 모델로도 활약했다. 그는 이번 브랜드의 론칭을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을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밀회>를 통해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한 경수진은 본격적인 차기작 검토에 들어갔다. <밀회> 이후로 제안이 들어오는 작품이 다양해졌고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까지 그녀를 섭외하기에 바쁘다.
드라마는 끝났다. 단 16회의 방송으로 이렇게 강렬하게 기억될 드라마가 또 있을까?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한 이유는 단순히 불륜이라는 막장 코드 때문만은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 자신을 꾸역꾸역 밀어 넣어 정작 자기 자신은 없었던 삶을 되돌아본 오혜원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정성주 작가님, 안판석 감독님과의 작업은
항상 큰 믿음을 줘서 즐겁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상대 배우인 유아인도 드라마 속 선재처럼 속이 참 깊은
훌륭한 연기자여서 함께 연기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 김희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