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은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의 안목을 통해 빛을 발하는 법. 지인이 버린 돈궤의 네 귀퉁이에 바퀴를 달아 티 테이블을 만들었다. 계절 지난 소품이나 패브릭을 보관할 수 있어 실용적이고, 바퀴 덕에 이동하기에 용이하다.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다
집 단장하고 음식 만들어 먹이고 바느질하는 행복에 사는 천생 여자, 스타일리스트 오미숙. 난생처음으로 혼자 방을 쓰게 된 여고 시절부터 집과 공간에 대해 꿈을 꾸기 시작한 그녀는 결혼 후 아이를 낳고서야 인테리어 코디네이터의 꿈을 이루었다. 내 방 하나 꾸미는 것으로 시작해 내 집, 친구 집, 상업 공간을 거쳐 지난해에는 버려진 시골집을 개조하기도 했다. 3년 가까이 전국을 돌아보며 땅과 집을 물색하던 중 서천의 작은 마을에서 만난 허름한 한옥에 꽂혀 새로 짓다시피 고쳤다. 그녀의 경험담을 속속들이 모아 지난해에 책을 출간했는데 시골집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는 도시인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고 농가주택을 그녀의 스타일이라고 규정하기엔 우리는 생각보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공사 의뢰를 받았을 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최적의 그림을 제안하는 것이 스타일리스트의 몫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스타일로도 변신이 가능하지만 원래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앤티크와 빈티지 스타일이에요. 제가 잡지 코디네이터 일을 시작했을 당시 그런 스타일이 유행이기도 했고, 엄마와 할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스타일리스트 오미숙의 사전엔 ‘버릴 것’ 혹은 ‘쓸모없는 것’이란 없다. 한번 집 안으로 들인 것은 웬만해선 나가는 일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만들고 고치는 것이 좋았어요. 바느질, 자수, DIY, 리폼 등 손으로 하는 것은 모두 자신 있어요.” 가구나 소품이 싫증나면 색을 칠하거나 장식을 바꾸는 등 약간의 변화를 준다. 그래서 그녀의 집엔 10년 이상 된 물건이 대부분이다. 최근에 들인 물건이라고 해도 ‘새로운 것(new)’이라기보다는 이 집에 ‘처음인 것(first)’이란 의미가 맞다.
상판을 고재로 바꿔주니 주물 다리가 훨씬 돋보인다. 집까지 일감을 들고 들어오는 날이면 이곳에 앉아 일을 본다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보면 각종 후크와 손잡이, 나사 등 잃어버리기 쉬운 작은 소품을 쓸 일이 많은데, 칸칸이 분리된 수납함이 유용하다. 그린 철제 서랍장은 세월의 무게만큼 하나둘 채워져 지금은 이것으로도 모자랄 지경.
리얼 앤티크&빈티지 하우스 탄생 비화
스타일리스트 오미숙은 매거진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 물건에 대한 욕심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직업상 예쁜 것을 많이 볼 수밖에 없는데 촬영을 위해 픽업한 것을 반납할 때가 되면 그렇게 마음이 아팠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하나둘 소품을 소장하기 시작했다. 또 정말 갖고 싶은 아이템은 중요한 날에 자축하는 의미로 자신에게 선물했다. 집 안에 있는 물건 대부분은 자기 생일이나 아이들 생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 스스로에게 선물한 것들. 그렇게 모인 가구와 소품은 93㎡(28평)의 아파트를 가득 채우고 언니가 운영하는 카페의 구석구석에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더 이상 둘 곳이 없어 벼룩시장에 내놓으려고도 했는데 물건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 있어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대신 공사가 끝나면 고객에게 하나씩 선물하고 있어요.” 최근 자신에게 한 선물은 주방 한편에 놓은 앤티크 진공관 라디오로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출간 기념으로 구입한 것. 부드러우면서 깊은 음색을 내뿜는 자신의 친구라고 소개하며,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라디오부터 켜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오미숙은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라디오가 어울리는 그런 스타일리스트다.
산뜻한 오렌지 컬러의 창문이 돋보이는 주방. 획일적인 아파트 창문에 회의를 느끼고 접이식 두 짝 창문으로 개조했다. 원래는 창 프레임에 화이트 칠이 되어 있었는데 봄을 맞이해 비비드한 컬러로 바꾼 것. 또 둔탁한 상부장 대신 선반 2개를 달아서 오픈형 장으로 사용 중이다. 주방을 오가면서 좋아하는 그릇을 볼 수 있어 눈이 즐겁고, 아이들 스스로 밥 챙겨 먹기에도 편하다.
침대 헤드를 떼고 웨인스코팅 기법을 적용한 침실. 가끔 선반을 달아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액자를 올려놓거나 책을 놔도 좋다. 철마다 베딩을 바꾸는 게 부담스럽다면 스프레드와 베개 커버 정도만 힘을 줘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여느 93㎡(28평)의 아파트에 비해 주방이 좁은 편. 정리 정돈을 잘해 큰 불편은 없으나 직접 짠 냉장고장에 시선이 고정돼 분산시킬 장치가 필요했다. 냉장고장 측면에 고재 문짝을 걸고 좋아하는 빈티지 후크를 조르르 달아 사용한다. 잃어버리기 쉬운 자동차 키도 걸고, 앞치마도 걸어둔다고.
집 안 분위기와 사뭇 대조되는 욕실 전경. 스톤 소재의 세면 볼, 독특한 커팅의 거울, 배관, 공예 수전 등 어느 것 하나 마구 고른 아이템이 없다.
큰아들 동준이의 방. 이 방 역시 다른 공간과 차별화될 수 있도록 미닫이창을 여닫이창으로 바꿨다.
스타일리스트 오미숙이 발품 팔아 고른,
앤티크 소품 구경
주방 한편에 놓인 소잉 박스와 캔들 홀더, 십자가가 잘 어우러진다. 특히 소잉 박스는 다리가 곡선인 것이 특이해 앤티크 숍에서 구입한 것. 박스의 뚜껑을 열면 바느질용품이 아닌 각종 도어 장식이 쏟아진다. 해외여행을 다닐 때마다 빈티지 숍에서 하나둘 구입한 것으로 공사할 때 어울리는 곳에 달면 그렇게 근사할 수가 없다고. 가끔 박스를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정도로 사랑해 마지않는 아이템이다.
대나무 살로 만든 고가구로 고가구점에서도 흔치 않은 아이템. 자수 패브릭 아이템과 직접 만든 패브릭 소품을 보관하는 장으로 사용 중이다.
주방의 싱크대 상부장을 떼어내고 선반을 달면서 그릇 수납이 문제였다. 그릇장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이태원 앤티크 숍에서 구입한 것. 고풍스러운 모습에 반해 샀는데 해가 지날수록 멋스러워 질리지 않는 아이템이라고.
20여 년 전에 지인에게 선물 받은 가구. 원래 색상은 나무색이었는데 몇 해 전에 집 안 리모델링 때 블랙으로 칠했다. 빈티지하면서도 모던한 매력이 있는 이 그릇장에는 주로 어머니와 할머니가 쓰던 유기그릇 등 우리나라 빈티지 그릇을 모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