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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알림이 쉴새없이 울린다

대한민국 주부, NEW 커뮤니티 라이프

자신이 즐거운 일을 찾아 모임을 만드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공통의 관심사를 매개로 모여 취미 생활을 시작하거나 자기 계발에 힘쓰는 중이다. 근황 토크를 위장한 아줌마 수다를 가미하되 각 집안의 평화를 위해 남편 자랑, 자식 자랑은 자제한다. 아줌마에서 여자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야무진 여자들의 커뮤니티 라이프.

On June 05, 2014


화장실도 함께가는 여자들의 커뮤니티
여자는 그렇다. 혼자보다는 둘만 아는 비밀을 만들고,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질 정도의 기공을 발휘한다. 화장실을 혼자보다는 함께 가는 것도 남자와는 다른 특성이다.

대개 결혼 날짜를 잡으면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에서 혼수와 인테리어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임신을 하면 ‘맘스홀릭’에 가입하며, 산후조리원에서 출산 동기들을 만나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이 요즘 추세.

이사 간 지역·아파트 카페에 가입해 동네 정보를 얻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부터 ‘학부모 모임’이라는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한다. 아이 엄마들끼리 모여 친목도 쌓고 교육 정보를 공유하는 학부모 모임은 표면적으로는 이로운 모임으로 비치지만 부정적인 경험을 한 엄마들도 있다

. 무한 경쟁시대, 아이 교육에 유용한 정보만 취하는 얌체족과 왕따를 주도하는 멤버들 때문이다. 마음 맞는 엄마들끼리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독립하는가 하면 학부모 모임 대신 엄마들끼리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Q 소속해 있는 커뮤니티의 수


Q 커뮤니티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


Q 현재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

3월 4일부터 6일까지, 20~50대 여성 총 2백70명을 대상으로 이지데이(www.ezday.co.kr) 리서치 코너에서 설문조사한 결과입니다.


주부 커뮤니티의 변천사

세대가 달라지면서 커뮤니티의 모습도 조금씩 변한다. 집안 대소사 혹은 비상금조의 목돈 마련이 목적인 계모임은 훗날 함께 여행비로 쓰일 돈을 마련하는 ‘여행계’로, 남편에게 들킬세라 몰래 즐기던 고스톱 모임은 영화, 갤러리 등 문화를 향유하는 모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엄마들끼리는 이제 은근히 스트레스받는 아이들 이야기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하면 즐거울 만한 일을 찾는다.

이런 사회 현상은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여실히 반영되고 있으며 엄마가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일이 가족에게 눈치 보이긴커녕 환영받는 분위기다. 살림, 육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집에서 가족에게 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어떤 형태로, 무엇을 하기 위해 만나든 하는 이야기는 거기서 거기라는 점이다. 교육, 지역 정보, 새로 생긴 맛집, 자주는 아니지만 남편이나 시댁 흉을 보는 것도 예전과 같다.

1 영화 <관능의 법칙> 속 한 장면. 친구들이 모여 애프터 눈 티를 마시고 있다.
2 드라마 <애정만만세>의 한 장면. 에어로빅을 배우는 주부들의 모습.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속 쿠킹 클래스 커뮤니티.

찜질방은 예나 지금이나 주부 커뮤니티가 즐겨 찾는 핫 스폿이다. 드라마 <앙큼한 돌싱녀> 중에서.

학부모 모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표현한 드라마 <여왕의 교실> 속 한 장면.

주부들이 모여 남편몰래 고스톱을 치며 여가를 보내고 있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 중에서.


불만제로, 커뮤니티 생활자들

“아이가 시험을 잘 보면 엄마들이 보여달라고 하는데 아이 시험지를 거절했더니 왕따가 되었어요. 저와 제 아이만 빼놓고 여행을 다녀오고 카카오톡에 저만 빼고 그룹채팅방을 따로 만들었어요. 제가 모두의 마음에 들 수는 없겠지만 일방적이고 유치한 방법으로 따돌림을 당하니 억울하더군요.” by 목동맘 C

엄마 멘토 신의진 (국회의원, 정신과 전문의)


“엄마의 커뮤니티 활동은 아이의 사회성과 직결된다”

커뮤니티는 엄마가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정신이 건강하다. 고립되어 고독하게 사는 것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사람을 사귀는 것이 좋다.

커뮤니티 활동은 한 인간의 사회성을 그대로 반영하며, 특히 엄마의 커뮤니티 활동은 아이의 사회성과 직결된다.

엄마가 커뮤니티 활동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스며든다. 예를 들어 학부모 모임에서 마음에 안 드는 엄마가 있어 아이에게도 그 엄마의 아이와 어울리지 말라고 가르친다면 아이는 후에 왕따를 조장하는 사회성을 지닌 인격체로 자랄 가능성이 크다.

나는 커뮤니티 활동을 지지한다
워킹맘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모임을 갖던 엄마들과 10년 넘게 잘 지내고 있으며, 여행 가면 모임 엄마들의 선물부터 살 정도로 사이가 좋다. 비결은 간단하다.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즐겨하고 좋은 말을 많이 해주는 것이다. 엄마들 커뮤니티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것이 내 열등감 때문인지, 상대방의 잘못 때문인지를 판단한 뒤 나 자신의 문제라면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이라면 마음 맞는 엄마들끼리 따로 모임을 만들면 된다.

필요하다면 모임을 먼저 조직하라
전업주부들은 그들만의 팀을 짜 과외 등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워킹맘이라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면 굳이 거기에 들어가려 애쓰지 말고 아이에게 필요한 팀을 만들것.

나는 아이가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하면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체대 학생을 물색한 뒤 주변 엄마들을 모아 팀을 짜는 식으로 먼저 나섰다. 그러면 엄마도 아이도 소외되는 일이 없다. 그 덕에 폐쇄적이지 않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아이로 자랐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위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나 아는 사교육 정보만 나누고 아이들이 진짜 다니는 학원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지요. 아이가 임원이 되거나 특목고에 합격하면 금세 구설에 시달리고 엄마들도 갑자기 거리를 둬요. 번번이 그런 일이 반복되는 학부모 모임이 지긋지긋해 아이를 유학 보냈어요.” by 잠실맘 K

엄마 멘토 조민희(배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즘 엄마들의 스마트한 커뮤니티 활동
주부 커뮤니티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친목을 다지고 교육 정보를 얻는 모임에서 공연을 보러 다니는 등 문화생활을 하고 스스로 행복한 일을 찾아 나선다. 늦둥이 하나 낳고 싶어도 스마트한 젊은 엄마들을 따라가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

예전 엄마들은 ‘내가 못다 이룬 꿈을 너는 이루어라’ 하는 식이었다면 요즘 엄마들은 학업에 여한이 없어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임을 한다. 아이 생일 파티에 케이크를 만드는 베이킹 클래스를 접목하는 식이다.

학부모 모임은 ‘불가근불가원’의 관계
강남 엄마들은 아이를 특별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교육 정보도 가려가며 공유한다. 그 동네 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만 흘리고 자기만 알고 싶은 정보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다.

누구나 알 만한 정보는 왜 흘리냐고? 침묵을 유지하면 모임에 낄 수 없으니 묵은 정보라도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학부모 모임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 교우 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어떤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는지와 학교의 대소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진심으로 위하는 척하고 뒤에서는 흉을 보는 엄마들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니 말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학부모 모임 엄마들과 두루 잘 지내려 하지 말고 마음이 맞고 성향이 같은 엄마를 깊이 사귀는 것이 좋다.

첫 학부모 모임에 대처하는 자세
JTBC <유자식상팔자>를 통해 얼굴을 알린 딸 영하가 외고에 입학했다. 내일이 첫 학부모 모임이 있는 날이다. 첫아이 초등학교 입학식 전날처럼 긴장된다.

학교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할 것이고 정기적인 학부모 모임에도 열심히 참여할 것이다. 튀지 않게 적당히, 공식적인 자리에 참여하는 정도로. 어느 모임이든 아이가 공부를 잘하거나 임원을 맡는다면 흠집을 내거나 이슈를 만들고 싶어 하는 엄마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년간 경험한 바에 따르면 마음을 예쁘게 쓰는 엄마의 아이가 잘 자란다. 이번 모임에서도 그런 엄마와 새로운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1 수다엔 치맥이 진리 ‘1인 1닭’에 도전하는 치맥 모임


치킨과 맥주의 기막힌 조합을 직장인만 즐기란 법 있나? 엄마들이 늦은 저녁, 동네 호프집으로 모이는 커뮤니티도 활성화되고 있다.

주로 아이 반 친구 엄마나 옆집 엄마 등 가까이 사는 엄마들끼리 ‘번개’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헐레벌떡 뛰어온 워킹맘과 아이를 재우고 오는 엄마들까지 다 모이면 거의 밤 12시다.

치킨과 맥주가 먹고 싶어 모임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남편과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에 수다를 나누러 오는 것이다. 배 나올 걱정은 잠시 접고 마음이 잘 맞는 이웃들과 별것 없는 근황 토크만 나누어도 두세 시간이 금방 간다. 동네 치맥 모임 두 곳에 속해 있는 주부 김연숙씨는 처음부터 치맥 모임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다.

“한 모임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만난 같은 반 엄마들과, 다른 모임은 같은 사우나를 다니며 친해진 이웃들과 함께해요. 점심 식사와 차를 나누는 모임과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죠. 점심식사를 할 땐 아이 교육이나 쇼핑 정보를 나누는 정도였지만 맥주를 곁들이고부터는 속마음까지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어요.”

주부 모델로 활동하는 김은순씨는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 사는 중학교 동창들과 치맥 모임을 갖는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지만 생일날은 반드시 모이는 규칙이 있다. 가끔 옆길로 새기도 하지만 주로 요즘 효과를 보는 운동 이야기와 반려견 이야기를 나눈다. “짠!”을 외치기가 무섭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입담꾼들로 동네 호프집이 떠들썩하다.

1 아이가 2학년이 되고도 꾸준히 모이는 태릉초등학교 1학년 5반 학부모들의 치맥 모임 ‘귀요미’. 워킹맘과 전업맘 15명이 모인다.
2 중학교 동창생으로 구성된 일산 김은순씨네 치맥 모임.
3 학부모 치맥 모임을 9년째 이어오고 있는 인천의 홍유림, 김연숙씨.


치맥 모임, 이래서 좋다

아이를 동반할 수 있다
작년 6월부터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대부분의 호프집이 금연 구역으로 바뀌면서 맡길 데 없는 아이는 데리고 나오도록 한 모임이 많아졌다. 엄마들이 밀린 수다를 떠는 동안 아이들은 치킨을 먹으며 어울려 논다.

포장·배달이 가능하다
치킨과 맥주는 포장과 배달이 얼마든지 가능한 메뉴라 여의치 않을 땐 한 집에 모이는 경우도 있다. 시끄러운 음악이 없으니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되고 좀 더 편하게 수다 떨 수 있는 것이 장점. 호스트를 배려해 뒷정리를 도와주는 것을 잊지 말자.

동갑내기들로 구성된 김포 치맥 모임.

  • ADVICE
    치맥 모임을 시작하려면…

    주량에 연연하지 말 것

    치맥 모임 가입 조건에 ‘주량’은 고려하지 않는다. 치킨과 맥주보다는 정겨운 이야기가 우선순위. 술을 못한다고 눈치 주지 않고 안주발만 세운다고 눈치 볼 일도 없다.

    가까운 동네 모임으로 만들어라
    대부분 하루 일과를 마친 늦은 저녁에 만나기 때문에 거리가 먼 맛집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모이는 것이 좋다. 동네 호프집은 집에 일찍 가야 하는 엄마나 야근한 워킹맘도 두루 모일 수 있는 동네 만남의 광장. 사장님이 모임을 단골손님으로 인식하면 서비스도 달라진다.

2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로 만난
광대역 친구들 모임

인터넷 카페에서 번개 모임을 갖듯 SNS로 만난 모임이 늘고 있다. 일명 트친, 페친, 카친이라 불리는, SNS에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이 꾸준히 교류하거나 실제로 만나는 케이스다. 직접 만난 적이 없어도 SNS 활동이나 블로그 포스팅 내용을 통해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했으며, SNS 공간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라 만나도 어색하지 않다.

요리연구가 이보은씨는 트위터에서 감성이 통하는 것을 확인한 일명 트친과 4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부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부산행도 감행하고 전화 통화로 힘을 전하는 사이라고.

페이스북 친구만 5천 명인 박설아씨는 공감대가 형성된 비슷한 또래의 페친들과 ‘서른어택’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30대 여성 16명의 모임으로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을 만들어 수시로 일상을 공유하고 가끔 정기모임을 열어 친목을 도모한다.

“서른이 지나면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은데 페친들을 모아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한 친구에게도 못 하는 속 이야기를 할 때도 있어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친구들끼리는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미혼인 친구들은 연애 상담을 하기도 하지요. 지난 정기모임 땐 종종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챙겨 나와 나눔 이벤트를 해요.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친구는 와인을 가져오고, 화장품업계에서 일하는 친구는 화장품을 나눠주기도 하지요.”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생생한 마감 현장과 워킹맘의 일상을 공유하는 <우먼센스> 정미경 차장도 카친들과 댓글로 친구가 된 케이스. 신제품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할 때는 폭발적인 댓글이 달리며, 전국 방방곡곡에 사는 카친들이 <우먼센스> 편집부로 응원의 선물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SNS가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1 트위터에서 만나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만날 정도로 절친이 된 의자매 커뮤니티. 좌로부터 나라갤러리 관장 임지영씨, 요리연구가 이보은씨, 코칭강사 심정은씨.
2 파워블로거 송혜영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싸이월드 카페 회원들과 10년 째 만나고 있다. 좌로부터 운영진으로 활동하던 정혜정씨와 손근혜씨.
3 박설아씨가 소속된 페친 모임 ‘서른어택’의 나눔 모임 현장.


SNS 친구들과의 모임, 이래서 좋다

정보통들의 실시간 정보 공유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빨리 많은 양의 정보를 얻는다. SNS 친구들과 단체 카톡방, 밴드 등을 개설하면 신제품 출시 소식과 새로 문 연 쇼핑 플레이스, 세일 소식 등 발 빠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창구가 생긴다
비슷한 성향과 어딘가 통하는 감성을 확인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가족에게 못 할 이야기, 친한 친구들에겐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SNS 친구들에게는 후련히 털어놓을 수 있다.

  • ADVICE
    SNS로 만난 친구들과 모임을 시작하려면 …

    적극적인 SNS 유저가 되라

    SNS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을 즐겨라. 나의 성향과 일상 등을 부지런히 공개해야 친구도 많아진다. 상대방의 공간에 영혼이 담긴 댓글을 남기는 것도 필수. 영혼 없는 댓글로는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없다.

    모임 약속을 잘 지켜야 모임이 유지된다
    24시간 글을 남길 수 있는 SNS 공간에서는 시간 약속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지만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시간 약속이 생명이다. 만남 당일 불참 의사를 밝히거나 모임에 늦는 사람은 신용도가 떨어져 다음 모임에 부름을 받지 못한다.

3 내 인생 마지막 스포츠
교외로 말 타러 가는 승마 모임

고효주(47세)·박순연(51세)·유미자(51세)


고소영, 김태희 등 워너비 스타들이 승마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체력을 기른다고 알려지자 서울 근교의 승마장엔 어느 때보다 말 타러 오는 여자들로 붐빈다. 박순연·유미자·고효주씨도 3개월째 승마를 배우는 중이다.

박순연씨와 유미자씨는 대학 동창으로 만났다가 아이들이 청심국제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로 다시 만난 특별한 인연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새로운 운동을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인생의 마지막 운동을 승마로 결정했고, 승마를 보름 먼저 시작한 이웃 고효주씨에게 승마장을 추천받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승마를 배운다고 하면 비싸지 않느냐고 가격을 제일 먼저 묻는데, 장비가 많지 않고 레슨비도 골프보다 저렴한 편이다. 강남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경기도 양평에 있는 골든쌔들 승마클럽은 용문휴게소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좋고 여자 대표가 운영해 마실 가듯 드나들어도 부담이 없다.

일주일에 두 번 승마장을 찾아 말과 교감하며 마장을 도는데, 살아 있는 동물과 마음을 맞추어 걸으니 운전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말을 탈 때는 내 마음을 내려놓고 말과 의기투합해 함께 리듬을 타는 느낌이라고.

“야크, 잘 부탁해.” “오늘도 고생했어.” 말을 쓰다듬으며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는다. 말과 정겨운 인사를 주고받을 땐 내가 우리 아이를 쓰다듬어본 게 언제인지, 남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인지 돌이켜보게 되고 집에 돌아가면 가족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승마를 시작하고 고효주씨는 고질적인 허리디스크가 완화되었고, 박순연씨는 자세 교정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다른 운동을 하고 난 뒤엔 근육이 뭉쳐 마사지를 받으러 가게 되는데 말을 타고 나면 운동도 되면서 개운한 느낌이에요.”

유미자씨는 승마를 배우면 몸이 가뿐해지고 피부도 맑아진다며 승마를 마사지에 비유했다. 한 시간 정도 말을 타고는 허기진 배를 채우러 양평 시내로 나선다.

곤드레밥, 더덕구이 등 도처에 있는 맛집을 찾는 것도 재미다. 당장은 실력을 쌓아 말을 타고 바닷가를 거니는 해변 승마가 목표지만 나이가 더 들면 손자와 함께 말을 타러 다니는 게 꿈이다. “할머니는 탈 줄 몰라”보다 “할머니가 태워줄게.”가 훨씬 멋있으니까.

클럽하우스에서 승마의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는 박순연·유미자·고효주씨와 장미숙 대표.


승마 모임, 이래서 좋다

운동 신경이 없어도 OK
승마는 말과 교감하는 운동으로 평소 운동에 소질이 없다고 느꼈던 사람도 쉽게 탈 수 있다. 폭신한 말안장에 앉아 말과 리듬을 맞추듯이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실력이 자연스레 늘어 머지않아 푸른 초원 혹은 바닷가를 달리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마음의 여유를 얻는 힐링 시간
교수로 재직하는 박순연씨는 바쁜 스케줄을 쪼개 말을 타러 오는 길이 수고스럽기는커녕 설레고 즐겁다고 말한다. 말과 함께 타박타박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도 한다고. 혼자였다면 외로웠겠지만 승마클럽 라운지에서 유미자·고효주씨와 수다를 나누면 그간 쌓인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 ADVICE
    승마 모임을 시작하려면…


    가깝고 안전한 승마장을 고를 것
    박순연씨와 유미자씨는 승마를 배우기 위해 승마장을 알아보는 일이 번거로웠다고 말한다. 교외에 위치하는 특성상 서울과 거리가 멀어 모두 둘러볼 수 없었고 양평 시내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 고효주씨에게 추천받은 골든쌔들 승마클럽은 체험 승마 프로그램이 있어 덜컥 등록하기 전에 충분히 체험할 수 있고 강사진의 자질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나이보다 자신감을 앞세워라
    흔히 60세가 지나면 새로운 운동을 배우기 힘들다고 한다. 체력과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 인생 마지막 운동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승마가 제격이다. 쉽게 지치거나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척추를 교정해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장운동을 활발히 해 변비를 해소하고 피부 속 노폐물을 배출한다.

4 미술 작품에 말을 걸다
유유자적 갤러리 투어 커뮤니티

허선(46세)·오수정(46세)·팽정은(41세)·김경희(54세)


아이에게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 아이와 미술관 견학을 다니다가 미술 작품을 더 쉽게 이해하고자 백화점 문화센터를 찾은 엄마들이 갤러리 투어로 뭉쳤다.

2008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미술 작품 이해를 주제로 강의하던 진선갤러리의 허선 관장과 수강생으로 만난 팽정은·오수정·김경희씨는 매달 둘째 주 금요일, 갤러리 투어에 나선다.

규모가 작은 갤러리를 가기로 결정하면 근처에 있는 갤러리까지 두세 군데를 구경하고, 국립현대미술관 등 돌아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미술관은 한 군데를 집중적으로 돌아본다.

미술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모여 몇 군데를 가도 지루해하는 사람 없이 내내 즐거운 분위기다. 간혹 난해한 작품을 만나면 허선 관장의 해설이 이어지고 팽정은·오수정·김경희씨는 수수께끼를 푼 듯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한 달에 10만원씩 2년 반 동안 여행계를 들어 지난 2월에는 세계 3대 미술관인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미술관도 다녀왔다. 러시아 투어를 계획한 팽정은씨는 미술 좋아하는 여자 넷이 4박 5일 동안 전시와 발레 공연을 관람하는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취향에 관계없이 전시를 관람하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작품을 대할 수 있고 덕분에 넓은 안목을 지니게 되었다. 전시를 통해 여러 번 접하는 작가의 경우 작가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보일 정도라고 하니 전문가가 다 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주변 맛집에서 식사하는 동안에는 여느 엄마들처럼 사춘기 아이와 잘 지내는 법, 아이 유학 정보 등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작품과 마주 서서 작품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속 이야기를 한다. 마치 진공 상태처럼 느껴지는 조용한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오직 나만의 시간. 그 찰나와 같은 순간을 함께하는 소울메이트들이다.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 앞에서 .


갤러리 투어, 이래서 좋다

정보통들의 실시간 정보 공유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빨리 많은 양의 정보를 얻는다. SNS 친구들과 단체 카톡방, 밴드 등을 개설하면 신제품 출시 소식과 새로 문 연 쇼핑 플레이스, 세일 소식 등 발 빠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창구가 생긴다
비슷한 성향과 어딘가 통하는 감성을 확인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가족에게 못 할 이야기, 친한 친구들에겐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SNS 친구들에게는 후련히 털어놓을 수 있다.

  • ADVICE
    SNS로 만난 친구들과 갤러리 모임을 시작하려면…

    대형 미술관부터 시작할 것

    미술을 멀어지게 만드는 갤러리 전시보다는 익숙하고 유명한 대형 미술관 투어가 먼저다. 인지도 있는 작품을 둘러보며 기본적인 안목을 쌓기 위함이다. 전시 종류로 분류하자면 평면적인 회화부터 시작해 판화, 조형물, 비디오 아트 순. 대형 미술관 관람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구두보다는 발이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적극적인 태도를 지녀라
    궁금한 점이 생기면 아는 척 지나가지 말고 직원이나 큐레이터, 리셉셔니스트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할 것. 미술 작품이라면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사진이라면 작가가 어디서 촬영했는지, 산다면 가격은 얼마인지 등 작품에 관한 것이라면 어떤 것도 좋다.

5 옆집이 문화센터가 되다
아파트 커뮤니티 플라워 클래스

김민선(39세)·정의숙(50세)·장선희(36세)·황혜정(42세)·전영선(37세)·백승주(37세)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아파트 주민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쌓는 일명 아파트 커뮤니티가 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포일숲속마을도 아파트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케이스.

아파트 주민 전용 도서관에서 알음알음으로 모인 주부들이 작은 커뮤니티를 이루어 샐러드 클래스와 플라워 클래스를 격주로 운영한다.

플로리스트 자격증이 있는 황혜정씨와 홈베이킹에 일가견이 있는 정의숙씨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는데 황혜정씨는 플라워 스타일링을, 정의숙씨는 주특기인 발효빵과 한 끼 식사로 충분한 풍성한 샐러드 요리를 가르친다. 재료 준비도 모두 선생님 몫이다.

정의숙씨는 매번 수강 인원을 체크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준비한다. 플라워 클래스의 경우 꽃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도록 전날 밤이나 당일 새벽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구입하며, 예쁘게 꽂은 꽃을 각자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화기도 함께 준비한다. 졸업 시즌엔 졸업식 꽃다발 만들기, 밸런타인데이엔 선물용 플라워 박스 만들기를 배운다.

“플라워 클래스를 통해 이름이 낯선 꽃을 알게 되고, 꽃을 꽂는 동안은 잡생각도 들지 않아요. 시간 내어 멀리 갈 것 없이 이웃집에서 배우니까 집에 가져가기도 좋고요.” 장선희씨는 플라워 클래스 시간에 만든 꽃을 집 안 곳곳에 놓고 사진을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한다.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엄마들이 모이다 보니 동네 소식은 물론 소소한 고민 상담까지도 이루어진다. 보기 좋게 꽂은 꽃을 선물하거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샐러드를 가족 밥상에 올리며 폼 나게 살림한다.

옆집사람 얼굴도 모르고 사는 삭막한 시대, 이웃과 함께하는 아파트 커뮤니티의 좋은 예다. 삶을 풍족하게 만들고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밸런타인데이에 만든 플라워 박스.


아파트 커뮤니티 속 클래스, 이래서 좋다

실생활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워킹맘도 있지만 대부분 살림 하는 엄마들이 모이니 클래스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주제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인테리어와 샐러드를 배워 손님을 초대한 날 근사하게 차려내고 유치원 졸업식 날 선생님께 직접 만든 꽃바구니를 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는다.

이보다 더 가까울 수는 없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끼리 클래스를 운영할 때 가장 좋은 점은 접근성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빠짐없이 참가할 수 있고 집에 잠깐 급한 일이 생겨도 후딱 다녀오면 된다.

  • ADVICE
    아파트 커뮤니티 클래스를 만들려면…


    재능 있는 엄마들이 나서라
    모르고 지내서 그렇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중엔 무림의
    고수들이 살고 있다. 인테리어 고수, 손맛의 고수 등 집 안에서만 활동하는 엄마들이 기꺼이 나서주어야 클래스가 원활히 진행된다. 가르치면서 함께 배운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포일숲속마을의 샐러드 선생님 정의숙씨와 꽃 선생님 황혜정씨는 1회 1만5천원에서 2만원 정도의 재료비로 클래스를 운영한다.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라
    일부러 만나지 않아도 매일같이 마주치는 이웃끼리 클래스를 통해 더 자주 만나게 되니 친자매나 다름없는 사이가 된 지 오래다. 3년을 보아왔으니 집안 대소사는 물론 일거수일투족까지 알 정도다. 그럼에도 서운한 감정이 들거나 트러블을 겪지 않는 비결은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우리 사이에’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고마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미안함을 그 자리에서 표현할 줄 알아야 모임이 오래 유지된다.

6 할머니 발레리나를 꿈꾸며
맞벌이 주부들의 발레 커뮤니티

이임선(40세)·신영희(42세)·한영숙(41세)


12년 전 씨티은행 본사에서 근무하던 이임선·한영숙·신영희씨는 같은 업계 일을 하고 운동을 좋아해 죽이 잘 맞는 사이다. 그러다 올초 다른 운동은 많이 해봤으니 발레를 배워보자는 한영숙씨의 제안에 발레학원에 등록했다.

여자라면 한 번쯤 발레리나를 꿈꿔봤을 법도 한데 세 여자 모두 어린 시절조차 발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마흔이 넘어 발레복을 입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주위에 발레를 배운다고 말했을 때 첫 번째 반응은 “푸하하” 였지만 점차 자신도 배우고 싶었다며 발레의 효과를 묻더란다.

나이 들면 남성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여성미가 저하되게 마련인데 여성스러운 운동인 발레를 하면서 우아한 시간을 지내보자며 함께 발레를 배운 지 3개월. 이제 막 동작을 익히는 단계지만 자세가 바르게 되고 체력이 느는 것을 느끼고 있다.

막중한 업무로 생긴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운전할 때도 안 듣는 클래식을 들으며 동작을 배우다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걸음걸이 하나에도 자신감이 생긴다. 어리고 예쁜 친구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전신 거울 앞에서 달라진 라인도 뽐내본다. 40대 여성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효과는 괄약근에 힘이 길러지고 처진 엉덩이가 올라붙는다는 점이다.

한영숙씨는 발레를 배우러 다니는 조카와도 더욱 가까워졌다. “일곱 살짜리 조카를 만나도 발레 이야기만 해요. 서로 잘하는 동작을 해 보이기도 하고 새로 장만한 연습복을 자랑하기도 하지요. 발레를 안 했다면 몰랐을 즐거움이지요.”

같은 학원에 다니는 주부들처럼 ‘할머니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그녀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약속이나 한 듯 연습복을 입고 발레 동작을 취한 ‘발레 인증 샷’이다.

발레를 시작할 때 필요한 발레슈즈와 CD.


발레 모임, 이래서 좋다

오직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
이임선·신영희·한영숙씨는 발레를 하기 전엔 전신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오래 지켜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업무와 살림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늦게나마 갖게 되어 기쁘다고. 클래식을 들으며 우아한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급한 성격도 차분해지고 화가 나는 일도 누그러지는 마인드 컨트롤 효과도 볼 수 있다.

발레 공연이 더 재미있어진다
“그동안은 발레리나의 고난도 동작에 감탄하기 바빴지만 발레를 시작하고 보니 발레리나의 동작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해석하며 보게 되지요.” 신영희씨는 몸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발레라는 예술에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 ADVICE
    발레 모임을 시작하려면…

    발레의 목적을 확실히 해둘 것

    많은 셀러브리티가 몸매를 가꾸는 비결로 발레를 꼽았지만 오랜 노력의 결과이지 단시간에 다이어트 효과를 주는 운동은 아니다. 정통 발레는 스트레칭과 동작으로 체형을 다듬고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된다. 발레도 하고 싶고 땀나는 운동 효과를 보고 싶다면 발레에 피트니스나 필라테스를 접목한 운동을 알아보는 편이 낫다. 발레를 배우면 발이 못생겨지고 다리에 알이 배긴다는 소문도 있지만 발레 전공자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다.

    성인반이 활발히 운영되는 학원을 찾아라
    발레가 처음이라면 성인반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학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발레학원 성인반은 ‘발레’ 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모이기 때문에 학원에서 친해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우도 많다고. 성인반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학원은 홍대, 압구정, 종로 등 번화가에 몰려 있다.

7 아이 유치원 보내고 극장 나들이
검단맘 조조영화 커뮤니티

검단맘 조조영화 커뮤니티


연애 시절엔 안 본 영화가 없을 정도로 극장 데이트를 했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면 가까운 극장 한 번 가기가 힘들어 ‘극장 나들이’가 된다. 엄마들이 서둘러 아이를 등원시키고 아파트 입구로 모이는 이유다.

검단맘 오성혜·박연주·성은숙·박미란·김명희씨는 지역 복지센터에서 에어로빅과 헬스를 함께하는 멤버로 유치원생을 둔 엄마들. 매일 아침 아이를 보내고 복지센터에 모여 운동을 하다가 한 달에 두 번씩 영화를 보러 간다.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킨 오전 9시부터 아이가 돌아오는 오후 서너 시까지 알찬 일정이다. 카카오톡 단체카톡방에서 정한 영화를 조조할인으로 보고 점심 식사와 티타임을 갖고 마트에서 저녁거리 장을 봐 집으로 돌아간다.

외국 영화보다는 한국 영화를 선호하며 꽃미남 배우가 나오면 대환영이다.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이 모임에도 잔인한 영화를 못 보는 박미란씨와 사실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오성혜씨가 있다. 취향이 반대인 박미란씨와 오성혜씨는 보고 싶은 영화를 한 번씩 양보해 영화를 고른다.

아이를 둔 엄마들이라 감상 포인트도 비슷하다. 나영이 사건을 다룬 <소원>을 보며 단체로 대성통곡을 했고 <수상한 그녀>를 보면서는 카메오로 출연한 김수현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영화 모임을 만들기 전엔 최근에 본 영화가 없어 다른 엄마들 모임에서 영화 얘기만 나오면 침묵해야 했는데 이제는 영화 이야기가 나와도 기죽지 않고 대화를 주도한다.

조조 영화를 보기로 한 날은 아이를 서둘러 등원시키고 운동화 대신 구두를 신고 나선다. 한 달에 두 번, 주부이자 문화인으로 사는 날이기 때문이다.

  • ADVICE
    조조 영화 모임을 하려면…

    더치페이로 카드 할인 혜택을 누려라

    조조 영화 가격은 주중을 기준으로 6천원이며 멤버십 카드 적립과 제휴카드 할인도 가능하다. 팝콘과 콜라는 돌아가면서 쏘기도 하지만 영화는 더치페이를 원칙으로 한다. 카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할인 횟수가 대부분 월 1회, 연 6~12회로 제한되어 있어 각자 내는 것이 저렴하다.

    극장 앱 다운은 필수
    영화 개봉 정보와 조조 시간 확인은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다. 극장에서 만든 앱은 영화의 평점과 감상평, 예고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영화를 고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조조 영화는 느긋하게 가도 자리가 많아 굳이 예매할 필요는 없다.

멤버쉽 카드와 할인카드는 필수.


조조 영화 모임, 이래서 좋다

모처럼 아침에 씻고 화장하는 날
아무래도 집 앞 마트를 갈 때보다는 좀 더 차려입게 되고 화장할 일이 없어 2년씩 두고 쓴다는 마스카라도 바른다.

바쁜 아침 시간에 아이 준비시키랴 남편 출근시키랴 정신없지만 남편과 아이에게 오늘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날이기도 하다.

부지런히 준비해 생활비 아낀다
조조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거기에 할인카드와 멤버십 카드 신공을 발휘하면 6천원이라는 제값을 다 주고 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사람 없는 시간이라 의자를 발로 차는 사람도 없고 극장을 대관한 것 같은 여유를 느낄 수 있다.


8 엄마 공부하는 여자야!
영어 스터디 커뮤니티

이지연(43세)·백상미(35세)·정선미(35세)·이지영(37세)·이주현(42세)·문수진(35세)


4년째 영어 공부에 열심인 엄마들이 있다.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뭉친 모임이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가 전업맘으로 전향한 이지연씨가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에 스터디 모임을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자니 그동안 쌓은 영어 실력이 녹슬 게 분명했고 아이가 어려 영어학원에 다닐 엄두가 안 나 궁리 끝에 내린 결정이다. 그녀의 제안엔 3가지 조건이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엄마들, 중급 실력의 엄마였으면 좋겠고, 아이를 데리고 와도 좋다는 조건이다.

이지연씨의 제안은 영어는 배우고 싶은데 아이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엄마들의 호응을 얻으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매주 화요일, 집집마다 돌아가며 한 시간 반 정도 함께 공부하는데 중급 수준의 독해와 시사토론, 회화의 커리큘럼이다.

예습은 필수다. 어려운 단어가 섞인 문장을 미리 독해해야 하고 매주 달라지는 토론 주제에 대해서도 숙지해 가야 한다 예습을 완벽히 한 날은 위풍당당하게 입장하지만 아이가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생겨, 예습을 미흡하게 한 날은 만나기 전부터 심장이 콩닥콩닥 뛴단다.

엄마들이 영어 공부에 빠져 있는 동안 이제 막 걸음을 뗀 아이들은 놀이 매트에 모여 친구와 함께 노는 법을 배운다. 아이가 배고파 칭얼대면 공부하면서 수유를 하고 기저귀도 갈아주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모두가 엄마이기 때문이다.

영어 스터디가 끝나면 호스트가 마련한 한 그릇 요리로 점심을 먹고 육아 정보, 지역 정보를 공유한다. 잘 보는 소아과, 주말에 아이 데리고 갈 만한 곳 이야기다. 미드를 여유 있게 보기 위해, 아이들과 여행 가는 날을 위해, 오늘보다 나은 나를 위해…. 소소하거나 창대한 꿈을 이룰 때까지 엄마들의 영어 공부는 계속된다.

실생활에 유용한 표현을 배울 수 있는 교재와 영자 신문으로 공부한다.


아이를 동반하는 스터디 모임, 이래서 좋다

아이와 엄마의 불안감이 해소된다
아이와 동반하는 모임에서 집보다 안전한 곳이 또 있을까? 3세 이상의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보내지만 그보다 어린 아이들은 맡길 데가 마땅치 않거나 맡겨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이지연씨는 처음부터 아이 동반 모임으로 시작해 엄마들의 출석률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공부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세 아이의 엄마 이주현씨는 자신의 집에서 모임을 하는 날엔 직접 수업을 주도하는데 아이들로 하여금 엄마가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엄마가 집에서 예습할 때도 놀아달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 ADVICE
    스터디 그룹을 시작하려면…

    소수 정예보다는 여럿이 함께 시작하라

    엄마들 모임은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인원이 줄게 마련이다. 시작하기 좋은 인원은 10명, 시작 인원의 반 정도가 고정 멤버가 되기 때문에 레벨이 비슷한 소수 정예보다는 차이가 나더라도 많은 인원이 시작하는 것이 좋다.

    중심을 잡는 리더를 선출하라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둔 엄마들이 모이면 스터디 시간이 육아 상담 시간으로 변질될 수 있다. 모임 안에서 나이가 가장 많거나 영어 실력이 가장 좋은 사람을 리더로 선출해 모임의 목적을 분명히 할 것. 싫은 소리가 아닌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 숙제도 신경 써서 하게 되고 스터디에 집중할 수 있다.

9 육아 스트레스 없는 아이 키우기
귀농맘들의 공동육아 커뮤니티

진기숙(38세)·김연실(38세)·서원주(38세)


귀농 인구 2만 명 시대. 귀농을 선택함으로써 교육과 문화생활에서 멀어졌던 엄마들이 ‘품앗이 교육’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여고 동창생 김연실·진기숙·서원주씨는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귀농을 결심. 강원도 홍천에 살고 있다. 도시 아이들에게 뒤처지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했지만 자연이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그 어떤 사교육보다 훨씬 값졌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그녀들은 각자 전공을 살려 김연실씨는 영어, 진기숙씨는 리본공예, 서원주씨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가르치며 품앗이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학습 방식으로 모두 생활 속에서 이루어진다.

산책하면서 영어로 노래와 시를 흥얼거리고, 가사를 써서 동요를 부르기도 한다.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수업은 텃밭 체험 교실. 공동 텃밭에서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당근, 감자, 고구마는 물론 배추와 무도 거두어 지난가을엔 1백 포기의 김장을 담갔다. 고사리 손으로 일군 식재료는 아이들의 창의력에 도움을 주는 요리 교실로까지 이어졌다.

홍천에 오기 전 꿈이 없었던 지호는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천문학자를 꿈꾸게 되었고, 흙을 만지며 노는 지원이는 고고학자라는 장래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잦은 잔병치레로 병원 문을 드나들던 서원주씨네 세 남매는 강원도의 맹추위에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지난겨울을 보냈다.

귀농 후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다는 이들에게서 진정한 교육의 의미와 이웃이 함께 일군 공동육아는 어떤 사교육보다 귀한 경험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자연을 벗 삼은 이들의 시골 놀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공동 텃밭에서 아이들이 캔 당근.


귀농맘들의 공동육아, 이래서 좋다

이웃과 함께 자란 아이들, 사교성이 좋다.
공동육아를 통해 일찌감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 아이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아이들보다 훨씬 사교적이고 밝다.

또한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해결하려는 협동심이 길러지고 적극적인 아이로 자란다.

친정집처럼 믿고 맡길 수 있다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폭행을 다룬 뉴스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가족보다 자주 보는 사이이다보니 급할 때 아이를 믿고 맡겨둘 수 있어 안심이다. 주말부부로 지내 남편이 없는 날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때도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 있다.

  • ADVICE
    공동육아를 시작하려면…

    수업 시간은 최대한 짧게

    아이들은 집중력이 약하고 금방 싫증을 느끼기 때문에 30분 이상의 수업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커리큘럼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데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흥미 유발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고민하고 적어둔다.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다양화한다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터득하고 즐기는 것이 귀농 품앗이 교육의 포인트다. 이곳 아이들은 매일 야외 나들이에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근처 산이나 계곡을 오가며 얻은 자연에 대한 지식은 책에서 얻은 정보보다 훨씬 확장된 사고를 제시한다. 밤하늘에 수놓인 별을 보면서 별자리를 공부하고 밭과 산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며 이름을 익히는 식.
CREDIT INFO
기획
이윤정
사진
송상섭, 김연지, 오승현
참고도서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것>(신의진 지음·걷는 나무)
촬영협조
골든쌔들 승마클럽(031-774-156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02-3701-9500), 더발레 아카데미(02-543-0222), CGV일산(1544-1122))
2014년 04월호
2014년 04월호
기획
이윤정
사진
송상섭, 김연지, 오승현
참고도서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것>(신의진 지음·걷는 나무)
촬영협조
골든쌔들 승마클럽(031-774-156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02-3701-9500), 더발레 아카데미(02-543-0222), CGV일산(1544-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