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이 저에게 “미래에는 음식을 안 먹고 알약 한 알만 먹으면 영양 공급이 되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말해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음식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건강에 대해서도 무지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는데요.
식사라는 행위는 비단 영양 공급만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긴장하게 되는데요, 이때 교감신경이 흥분합니다(전문 용어가 나오지만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에요~). 그러면 많은 양의 혈액이 뇌와 근육으로 보내지고, 이에 반해 소화기관에는 혈액을 보내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현대인들은 지속적으로 긴장하면서 문제가 생기는데요, 혈액량이 부족해진 위장관은 부드럽게 움직이는 편안한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더부룩함 등의 소화불량 혹은 변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이런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을 씹어 먹으면 긴장이 풀어집니다.
이는 바로 위장관을 지배하는 신경인 부교감신경이라는 것이 활성화되기 때문인데요, 부교감신경은 쉽게 말해 우리가 편안한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는 ‘휴식 신경(?)’쯤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마음이 편해지고 나른해지면서 잠이 오는 상황인 것이죠. 그러니까 먹는다는 행위는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하나의 단초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장을 ‘제2의 뇌’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식이섬유를 조금씩 섭취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래서 평소 장이 편안한 사람은 식사 시간을 통해 긴장된 몸을 빠르게 이완할 수 있어 균형 잡힌 몸이 되는 것이지요. 정서적으로도 긴장을 쉽게 풀어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다음 번 긴장된 상황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끌어낼 수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야구선수가 경기 중에 껌을 씹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선수가 긴장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져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데요. 이때 껌을 씹으면 부교감신경이 작동하고, 심장이 천천히 뛰어 차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됩니다.
혹시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시간에 쫓기듯 점심을 후딱 먹어치우고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바꾸고 조금 여유롭게 즐겨보세요. 그래서 짧은 식사 시간이라도 한숨 자는 휴식 시간처럼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의사 김수경은…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7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