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우스나 허리 라인이 강조된
플레어스커트, 깔끔한
H라인 원피스 등은 오피스 룩의 정석을 보여준다. 동시에
시폰 소재나 쇄골이 드러나는 화이트 셔츠를 통해
섹시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김희애
조신한 아내에서 때로는 억척스러운 엄마로, 때로는 친구의 남편을 뺏고도 당당한 팜므파탈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며, 하물며 <꽃보다 누나>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온전히 자신을 드러낼 때도 김희애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 바탕에는 항상 ‘나 김희애야’ 하는 당당한 자기애가 있었다.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도 김희애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는 차곡차곡 쌓아온 커리어와 성공에 대한 열망, 위태롭고 은밀한 사랑마저도 패션에 담아낸다. 그 속에 감춰진 탄력 있는 굴곡과 생기 넘치는 피부는 자기애와 프로 의식, 삶에 대한 열정의 결정판이다.
“외모에 대해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사실 20대 남자와 40대 여자가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면 그게 더 끔찍한 것 아닌가요?(웃음) 자기를 가꾸기 위해 노력도 하지만, 동시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하죠.”
배우로서 치밀한 그녀의 성격은 드라마의 ‘오혜원’과도 묘하게 닮았다. <밀회> 속 오혜원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다. 정갈하게 빗어 깔끔하게 묶은 헤어스타일, 미니멀하고 심플한 주얼리는 정숙함을 강조한다. 또 피아니스트 출신의 예술재단 기획실장답게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오피스 룩의 정석을 보여준다. 잠재된 여성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속이 살짝 비치는 블라우스나 허리 라인이 강조된 플레어스커트, 깔끔한 H라인 원피스 등도 주요 아이템이다. 동시에 시폰 소재나 쇄골이 드러나는 화이트 셔츠를 통해 은근히 섹시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스무 살 천재 피아니스트의 온전한 욕망의 대상이자 삶의 이유가 된 ‘오혜원’의 농염한 패션은 이렇게 완성됐다.
김혜은
<밀회>의 제작발표회에서 보여준 김혜은의 파격적인 스타일을 보면, 평소 그녀가 옷과 패션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강렬한 네온 컬러 팬츠와 복근을 드러낸 과감한 크롭톱 패션은 극 중 애정 결핍에 시달리는 ‘서영우’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그만큼 김혜은은 <밀회>의 ‘서영우’에 푹 빠져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그 어떤 캐릭터보다 화려하고 강한 패션을 보여줄 예정이에요. 아버지가 서한그룹 회장으로, 뼛속부터 로열패밀리 의식이 강한 캐릭터이죠. 게다가 ‘영우’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고, 남편도 정략결혼 상대였기 때문에 아주 외롭고 애정 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인물이에요.”
‘서영우’는 자신의 외로움과 결핍을 숨기기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노골적인 패션을 선보인다. 골드와 레드, 메탈 등 화려한 컬러와 소재를 믹스매치하고 큰 액세서리와 자극적인 네일 컬러, 호피무늬 같은 현란한 패턴을 가미하는 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버지인 ‘서필원 회장’(김용건 분) 앞에서만큼은 얌전한 화이트 원피스나 파스텔 톤 등 톤다운된 의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사랑(또는 관심)받고 싶은 여자의 심리가 고스란히 패션에 드러난다’는 말은, <밀회> 속 김혜은의 패션을 보면 알 수 있다.
심혜진
모델 출신으로 실제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론칭한 경험이 있는 심혜진은 드라마 속에서 상류층 ‘사모님 패션’의 전형을 보여준다. 서한예술재단의 이사장이자, 서한그룹 회장의 아내인 ‘한성숙’(심혜진 분)은 겉으로 보기엔 그윽한 외모에 고상한 화술을 구사하는 재벌가 안주인이다. 하지만 한성숙에게 패션은 단순히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저급한 출신 성분(극 중에서 한성숙은 술집 마담 출신이다)을 감출 수 있는 묘수 중 하나가 바로 ‘패션’이다. 그래서 되도록 깔끔하고 차분한 디자인과 색상을 선호하면서, 동시에 과감하고 볼드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줘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한다.
“럭셔리와 화려함이 스타일링의 포인트지만 예술재단 이사장에 걸맞은 댄디 룩, 심플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여기에 크고 고급스러운 액세서리를 착용하면 훨씬 스타일리시하게 보이죠.” 고상한 외모와 달리 뒤에서는 상스러운 욕설과 육탄전을 불사하는 한성숙의 반전 캐릭터가 주는 묘한 쾌감 또한 그녀를 보는 즐거움이다.
<밀회> 속 잇 플레이스
서한그룹 자택
서한그룹 및 서한예술재단 관련 측근들이 모이는 서 회장의 자택은 남양주의 세트장이다. 마작을 즐기는 공간, 저택의 복도 등은 물론 첫 회 서영우와 한성숙이 머리채를 붙잡고 싸움을 벌인 고급 화장실도 모두 제작된 세트이다.
서한예술재단
명예와 명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예술재단에 속한 사람들의 탐욕과 속물근성, 가진 자들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밀회>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극 중 천재 피아니스트인 유아인이 실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장면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촬영됐다. 그 외 예술재단 내부는 가나아트센터와 세트장을 오가며 촬영 중이다.
김희애의 집
모던함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김희애의 집도 화제다. 외관과 대문은 청운동의 실제 저택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내부는 대부분 연출된 세트장이라고. 조명을 이용해 자연광이 비치는 장면 등을 사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