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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김성민·이한나 부부 결혼 후 첫 인터뷰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한 두 사람. 덕분에 사계절 중 가을을 함께 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티격태격 알콩달콩 연애하듯 사는 부부는 지금 이 순간이 애틋하고 소중하다.

On March 17, 2014


지난 2월 20일 비밀 결혼으로 화제를 모았던 배우 김성민(41세)과 네 살 연상의 치과의사 이한나(45세)씨. 부부가 한 이불을 덮은 지 어느덧 반년이 훌쩍 지났다. 만남부터 결혼까지 석 달, 혼인신고로 법적 부부가 된 건 그보다 한 달 더 전이다. 평범한 연애 템포는 아니지만, 두 사람 입장에서는 왜 이제 만났나 싶다. 첫눈에 반한 것도, 오래 알고 지낸 것도 아니지만 서로에게 서서히 그러나 강하게 물들었다. 미신 따위엔 관심조차 없던 이들이 인연과 운명을 믿게 됐다고 하니 ‘천생연분’이란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인가 보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촬영 내내 모두를 즐겁게 한 김성민.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느릿한 말투, 여리지만 현명하고 이해심 많은 아내 이한나씨. “이 사람은요~” “우리 아내는요~” 주거니받거니 하는 두 사람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부부는 지금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안 놀아본’ 아내와 ‘좀 놀아본’ 남편의 환상 궁합
1995년에 데뷔해 18년간 버라이어티한 생활을 해온 연예인 남편과 1995년 개업해 18년간 한 우물만 파온 치과의사 아내의 만남. 전혀 다른 생활 패턴에 전혀 다른 코드로 40년 넘게 살아왔지만, 두 사람은 죽이 잘 맞는다. 표정만 봐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안다는 부부는 이제 웃는 모습까지 닮았다.
“아내는 웃는 모습이 참 예뻐요. 그래서 늘 아내를 어떻게든 웃겨서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안타까운 건 아내는 제가 <남자의 자격>에 출연한 것도 모를 정도로 TV를 아예 안 보며 산다는 거예요. 그래서 개그나 유행어를 하면 ‘그게 뭔데?’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죠. 그래서 요즘 교육 중이에요. ‘모 프로그램 모 코너에서 이러이러한 유행어가 인기임. 이 부분에 호응하고, 이쯤에 웃고, 이 타이밍에 쓰러져야 함. 오케이?’라고 알려주면 아내는 ‘네’ 하고 연습해오는 식이죠. 이 사람 참 예쁘죠?”
김성민은 아내의 순수함에 반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온 이 여자를 평생 지켜주고 싶었다. 아내는 분위기 있는 와인 바에서 장미꽃 수백 송이를 받는 것보다, 캔커피를 마시며 벚꽃나무를 발로 차 떨어지는 ‘꽃비’를 맞는 걸 더 좋아하는 여자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눈물 흘리는, 그런 소녀 같은 여자다. 아내는 남편의 해맑은 모습에 콩깍지가 씌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연예인 특유의 ‘곤조’가 없었다는 것. 의외로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고, 매일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는 수수한 패션도 마음에 들었다. 그녀 눈에 김성민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신중하고 검소한,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남자다.
“성민씨는 전혀 연하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듬직하고 자상한 남자예요. 제 화장이나 옷차림까지 센스 있게 챙겨주고, 때론 여자친구처럼 수다도 떨어주죠. 무엇보다 그이의 매력은 ‘아줌마’ 같은 구석이 있다는 거예요.(웃음) ‘다이소’ 마니아거든요. 연애할 때 잠깐 생필품을 사야 한다고 해서 당연히 백화점에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이소로 향하더라고요. 그곳만 가면 성민씨는 아이가 돼요. 마트에 장보러 가서도 1+1이나 세일 상품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고요. 한번은 마트에서 배달이 왔는데 맥주 사재기를 한 거예요. 평소 절약하는 스타일이라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그날 하루만 반값 세일이었더라고요. 제 눈에는 모든 게 다 사랑스럽네요.(웃음)”
서로에 대한 마음이 충분한 만큼, 서로의 가족에게도 충실하다. 집에서 무뚝뚝한 아들이라는 김성민은 요즘 아내 덕분에 부모님께 효도하는 중이다.
“보통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의 시옷 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킨다고 하는데, 아내는 그렇지 않아요. 어머니를 정말 좋아해요. 게다가 부산에 있는 중학교 선후배 사이거든요. 두 사람이 만났다 하면 부산 사투리로 대화하는데, 시끄럽다 싶으면서도 보기 좋더라고요. 아내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어머니 집에 가고, 제가 없어도 둘이 저녁 먹고 그래요. 애교 없는 아들 덕분에 며느리 노릇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싱글벙글이죠.
외동딸에 일찍 아버지를 여읜 아내에게 남편은 오빠이고 아빠 같은 존재다. 특히 남편이 장모에게 점수 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어김없이 눈물부터 흐른다.
“어려서부터 식구가 많은 집에서 복닥복닥 사는 게 부러웠는데, 남편이 그 역할을 해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고맙고 든든하더라고요. 빈자리가 꽉 채워진 느낌이랄까. 역시 부부는 상대방의 부모님께 잘할 때 더 감동을 받는 것 같아요.”


아침밥 차려주는 아내, 발마사지해주는 남편
아내는 요즘 수술용 칼 대신 주방용 칼을 더 자주 든다. 남편을 위한 밥상 때문이다. 매일 아침 갓 지은 밥에 방금 무친 나물, 팔팔 끓는 국을 한 상 차리는 그녀는 아침이 든든해야 하루가 든든하다는 주의다.
“성민씨는 괜찮다는데 제 맘이 안 괜찮아요.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뭐라도 해주고 싶어요. 그이는 제 요리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늘 ‘맛있다’ ‘최고다’를 연발하곤 해요. 그렇게 맛있게 먹어주니 자꾸 하게 되고, ‘오늘은 어떤 음식으로 성민씨를 기쁘게 할까’ 고민하게 되죠.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 정말 잘하고 싶어지는 마음인 거죠.(웃음) 남편은 저를 스스로 변화하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김성민은 아내가 만든 감자볶음과 어묵조림, 소고기무국을 가장 좋아한다. 맛도 맛이지만 노력하고 시도하는 모습이 마냥 예쁘다. 결혼 후 예외 없이 새벽 6시에 일어나는 그녀는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침상 차리고 설거지도 한 다음 출근한다. (아침밥을) 평생 해주겠다고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진 해주고 싶다. 생화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꽃을 사다 꽃병에 꽂으면서, 남편이 꽃을 보고 좋아할 생각에 기분부터 좋아진다는 아내. 이런 여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내는 저를 왕으로 대접해주는 스타일이에요. 사실 치과 일이라는 게 의외로 중노동이라 퇴근하면 녹초가 되게 마련인데, 매일 저녁에도 새로 지은 밥에 매일 다른 반찬으로 차려주죠. 콧노래 부르면서요. 아내가 ‘이 반찬 맛은 어때요?’ ‘이것도 한번 먹어봐요’ 하면서 밥 뜬 숟가락에 반찬을 올려줄 때 ‘이래서 다들 결혼하는구나.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하고 느껴요. 이 여자의 남자라서 참 행복합니다.”
고마운 아내에게 김성민은 안마와 발마사지로 보답한다. 직업 특성상 늘 고개를 숙이고 웅크리고 일하는 아내의 뻐근한 목과 뭉친 어깨를 풀어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발바닥과 발등을 자극해 온몸의 피로를 풀어준다. 아내는 “나야말로 공주 대접을 받고 있다”면서 “안마도 안마지만,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자체가 감동”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 사람은 결혼 후 달라진 게 참 많다. 놀 만큼 놀아봤다고 스스로 말하는 김성민은 밤늦게 술 먹자고 부르는 친구의 호출을 마다하고, 아내의 생활 패턴에 맞춰 밤 10시만 되면 잠자리에 드는 ‘바른 생활’ 체질로 변하고 있다. 한 여자의 남자로서 책임감은 물론이고 ‘나를 믿어주는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도 하게 되었다. (치과의사로서) 늘 반복되는 일상으로 심심하게 살아온 아내는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김성민을 만나 이제까지 한 번도 못 해본 경험을 하는 중이다. 한밤중에 스쿠터를 타고 맛집을 탐방하는 것, 향 때문에 기피했던 삼합과 양고기의 참맛을 알게 된 것, 남편의 버라이어티한 취미(야구, 골프, 여행 등)를 함께 즐기는 것, 술을 좋아하는 남편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술상을 차려주는 것, 남편과 포장마차에서 소주에 오돌뼈를 먹으며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노래 한가락 흥얼거리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요리하는 것 등이 이토록 즐겁고 가슴 벅찬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다. 이 모든 게 이한나씨에게는 처음 하는 일이다. 그래서 매일이 새롭다.
“아내가 변해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예요. 저에게 맞춰주는 아내가 너무 고마워요. 최근에는 출근 시간대도 늦춰서 저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렸어요. 결혼 초에는 아내가 아침밥을 해주고 출근하면 다시 잠들곤 했는데, 요즘은 저도 아내의 생활 패턴에 맞춰 ‘아침형 인간’으로 변했어요. 집에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데, 아침에 강아지를 산책시킬 겸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하루가 가뿐해지는 것 같아요.”

두 사람에게 결혼은 ‘결심’
행복하든 불행하든, 결혼은 상대를 반려자인 동시에 족쇄로, 위안인 동시에 부담으로 만들어버린다. 삶의 뜨거운 물집을 겪어본 아내는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남편은 그걸 너무도 잘 이해한다. 그래서 부부는 결혼과 자신을 둘 다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우리는 서로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지만 더 잘 살기 위해 서로를 선택했어요. ‘너 없이는 못 살아’ 하면 ‘너 때문에 못 살아’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우린 ‘당신이랑 있으면 더 잘 살 것 같아’란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저는 사랑은 결심이라고 생각해요. 연애할 땐 잘 맞았는데 일상생활을 할 때는 안 맞는 것이 많잖아요. 가령 남편이 양말을 아무데나 벗어놓으면 아내가 매번 잔소리를 하는 것처럼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 마지막 물 한 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넘쳐버릴 수 있어요. ‘잔소리 좀 그만해! 우린 안 맞아!’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래서 결혼 후의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이고 결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약점까지도 사랑하겠다는 결심이오.”
아내는 언젠가 김성민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은 날 절대 실망시킬 사람이 아니에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한 마디였다. 김성민은 그 말대로 믿음을 주고 싶다. 순간의 실수로 어렵게 오른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덕분에 더욱 단단해졌고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됐다. 연극 <블랙코미디>에 카메오로 출연 중인 그는 현재 JTBC 드라마 <더 이상은 못 참아>에서 남성적이고 보수적인 남편 ‘황강호’ 역을 맡아 안연홍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더 이상은 못 참아>는 황혼에 찾아온 이혼 위기를 통해 결혼과 진정한 부부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는 드라마다.
“예전에는 큰 일이 좋은 것, 대작이 멋진 것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언제 어디서든 쓰임이 되고, 존재감이 분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열어놓은 문을 고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아주 작은 나뭇조각이에요. 저는 그 나뭇조각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함께 나눌 수 있어 외롭지 않다는 두 사람. 결혼 전에 생긴 상처와 결혼 후에 새롭게 생겨나는 관계의 주름까지도 포용하면서 살겠다는 이들은 이제야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부부는 그렇게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

CREDIT INFO
취재
정은혜
사진
김승환
헤어
야노(작은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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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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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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