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유산균제나 사과, 말린 자두, 찐 고구마 등등을 먹어보았을 거예요.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정답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인데요. 먼저 변비가 왜 생기는지 알아보면, 대개 위산이 중화되지 않은 채 음식물이 장내로 들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장내는 일정한 산도(ph)를 유지해야 유산균과 같은 좋은 균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산을 자극하는 음식을 많이 먹거나 그런 습관들로 위산이 쉽게 분비되는 체질이 되면 장내 환경이 좋지 않아 변비가 생기고 설사를 하거나 가스가 잘 차고, 방귀 냄새가 고약합니다.
사과나 말린 자두, 찐 고구마는 위산 분비를 자극하는데요. 이때 과하게 자극받으면 설사를 합니다. 그런데 변비를 앓던 사람은 설사 대신 딱딱한 변을 보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장 속에는 유산균이 살고 있습니다. 다만 장내 산도(ph)가 맞지 않아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유산균이 활발히 활동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대변에 관련된 문제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유산균을 먹어서 산 채로 장까지 가려면, 여러 여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그 과정 중에서 많이 죽어버립니다(위산에 의해 거의 대부분이 파괴되죠). 실제로 살아서 도착한다고 해도 장내 환경이 안 좋으면 그나마도 활동하지 못합니다. 유산균제를 먹어서 효과를 본 사람도 있고, 효과가 전혀 없는 사람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유산균을 섭취해 증식시키는 것보다 이미 내 몸 안에 살고 있는 유산균을 활동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방법은 필수지방산이 풍부한 음식과 식이섬유를 같이 먹는 것입니다. 식이섬유는 익히 들어서 잘 알 것이고요.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은 필수지방산을 같이 섭취하여 위산을 중화해주면 장내 환경이 좋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요, 아이들은 돼지고기와 익힌 야채를, 어른들의 경우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익힌 토마토를 먹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위산을 자극하는 인스턴트식품, 밀가루 음식, 강한 양념은 피해주세요.
아이 변비는 비교적 치료하기 쉽지만, 어른의 만성 변비는 장이 무력화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은 식이요법과 함께 반드시 운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심했던 방귀 냄새나 입냄새가 좋아지고 있다면 식단을 잘 지키고 계신 거예요. 아직도 냄새가 심하다면 식단을 잘못 지키고 계신 겁니다. 쉽죠? 변비가 있다면 인스턴트식품, 과자, 맵고 짠 음식, 육가공식품들을 먼저 끊어보세요. 그러고 나서도 해결이 안 되었다면 위에 추천한 음식을 매일 한 끼 이상 챙겨 드셔보세요.
참고로 70대인 저희 시어머니는 처녀 시절부터 심한 변비에 시달렸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 딱딱한 변을 보는데, 올여름에 변을 보다 코피가 나자 겁이 덜컥 나신 거죠. 이렇게 변을 보다 뇌혈관이 터질까봐서요. 그 후로 매일 익힌 토마토와 생올리브오일을 같이 드시게 했더니 어머니는 1~2일마다 물렁물렁한 변을 봅니다. 물론 한약 처방도 해드리긴 했지만 사실 어머니가 매일 챙기시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보약인 셈이죠.
한의사 김수경은…
소아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5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