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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돈 PD·신동엽

지적인 남자의 사적인 이야기

교양의 신 이영돈과 예능의 신 신동엽이 만났다. 나란히 서 있는 모습만 봐도 기대감이 증폭된다. “저도 두 사람 참 좋아하는데요….” 종편 시대의 최고 수혜자들, 두 남자를 만났다.

On January 24, 2014


에서 이영돈 PD의 성대모사로 ‘이엉돈’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신동엽이 진짜 이영돈 PD를 만났다. 두 사람은 채널A <젠틀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MC로 호흡을 맞춘다. 대한민국에 숨어 있는 정의롭고 매너 있고 품격 있는 젠틀맨을 찾아나서는 방송이다. 이PD의 첫 예능 도전이기도 하다.

우먼센스 종편 시대가 열린 후 가장 핫한 두 분이 이제야 만났네요. 첫 촬영 분위기는 어땠나요?

신동엽
아무래도 첫 회이다 보니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긴장을 했어요. 저희가 맡은 프로그램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실험 카메라를 설치해 정의롭고 매너 있는 ‘젠틀맨’을 찾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에요. 첫 녹화 때 젠틀맨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어요. 솔직히 저는 정의감이 불타오르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한데 생각보다 많은 시민이 동참해주어 놀랐어요.

이영돈
제 인생의 고비였어요. 그간 <추적 60분> <먹거리 X파일> 등 단독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이번 프로그램은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어요. 사람들이 저에게 “예능에 도전하는 것이냐?”고 묻는데, 그것보다는 MC로서의 시도겠죠. 예능은 순발력이 관건이고, 이 프로그램은 특성상 시민을 상대로 각본 없이 진행하는 방송이라 어떻게 대처할까, 하는 걱정으로 밤잠을 못 잤어요. TV를 보며 신동엽씨 흉내도 내봤어요.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결국 어색한 제 매력을 발산하기로 했어요.(웃음)

신동엽
첫인상요? 처음 호흡을 맞추다 보니 어렵기도 했지만 저를 많이 감싸주시더라고요. 첫 녹화가 끝난 뒤 술도 한잔했습니다. 생각보다 술을 잘 드시더라고요. 급격히 친해진 상황이에요.(웃음)

이영돈
여전히 어색한 기류가 흐르지요? 술잔을 기울이며 뭐랄까, 우정을 찾고 싶었다고 할까요. 사실 저는 연예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한데 신동엽씨는 달랐어요. 평범하면서 지성을 겸비한 사람이었고 대화가 통했어요. 타이틀 그대로 젠틀한 느낌이 강했죠. 신동엽씨를 사랑하게 될 때쯤 프로그램이 끝날 것 같아서 벌써 아쉽네요.

신동엽
의미 있는 술자리였어요. 방송 생활을 하면서 내내 화두로 삼아야 할 메시지를 던져주셔서 잠자기 전에 되짚어볼 정도였어요.

이영돈
사실 예전에 에서 출연 제의가 온 적이 있었어요. 뭐라고 그러죠? 색드립? 한번 나가보고 싶었는데 망신스러울 것 같아서 출연을 고사했어요. 하하. 그런데 신동엽씨를 드디어 만났네요. 어색하지만 희한한 조합이죠? 이영돈이 이엉돈을 만난 겁니다.

신동엽
성대모사의 탄생 비화를 말씀드리자면, 애초에 제작진이 이영돈 PD의 패러디 대본을 가져다줬을 때 못 하겠다고 손사래를 쳤어요. 저는 사투리, 성대모사 등 개인기가 없는, 그럼에도 능력에 비해 사랑받는 운 좋은 개그맨입니다. 그런 쪽에 재능이 없어서 쑥스러워하고 잘 하지 않아요. 대본을 주면서 “이영돈 PD 알죠?” “<먹거리 X파일> 본 적 있어요?”라고 묻더라고요. 못 할 것 같다고 대답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그 프로그램 애청자더라고요. 그래서 시험 삼아 해봤는데, 스태프들이 난리가 난 거예요. 비슷하다는 겁니다. 아마도 제 머릿속에 PD님의 모습이 각인돼 있었나봐요. 저는 흥미 없는 것을 지켜보고 또 일부러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PD님 팬이라고 해둘게요.(웃음) 이영돈 성대모사보다도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게 턴하는, 제 어색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보고 많이 웃었어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요. 제가 PD였으면 더 극적으로 성대모사를 하라고 했을 거예요. 대사 중에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모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라는 부분에서는 조금 낯이 뜨거웠어요.(웃음)

우먼센스 예능 PD를 해보고 싶다는 인터뷰 내용을 오래전에 본 적이 있어요. 그 꿈을 어느 정도 이룬 건가요?

이영돈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을 잘하는 사람은 다큐도 잘하고 시사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송은 어느 선을 넘으면 경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개그콘서트>의 경우, 시사적인 코드가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어요. 사실 제가 가장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개그콘서트>였어요. 그런 면에서 신동엽씨는 시사 프로그램을 해도 잘할 것 같아요. 장르를 넘나드는 뭔가가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꿈을 어느 정도 이룬 셈이죠.

우먼센스 본인이 생각하는 젠틀맨이란?

이영돈
피해를 보면서까지 약자를 도와주는 사람이죠.

신동엽
히어로? 첫 회를 녹화하면서 남의 일에 열정적으로 나서는 시민들이 제 눈에는 영웅처럼 보였거든요. 정말 우리가 사는 사회에 영웅이 존재하더라고요. 제가 어느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나중에 어떤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가?”라는 질문에 ‘타인을 배려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사람’이라고 진지하게 말한 적이 있어요. 당연한 건데 요즘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젠틀맨 또는 영웅이 아닐까 싶어요.

우먼센스 실제로 동엽씨는 첫 녹화 당시 울컥했다고 들었는데요.

신동엽
사람들도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누군가와 긴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을 때 혹은 위기감을 느꼈을 때 순간적으로 판단을 해요. 저 사람과 내가 상대가 되는지,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행동을 하죠. 흔히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나 사소한 시비가 붙었을 때 그러잖아요. 한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절대 저 사람을 제압할 수 없어 보이는데도,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고 목소리를 높이고 제스처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어요. 나중에 인터뷰를 할 때는 오히려 무서워서 덜덜 떠는 순박한 분들이세요. 그 상황을 지켜보며 심장이 벌렁거리고 감동을 받는 한편으론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어요. 그 와중에 이 PD님은 돌발 행동을 해서 저를 당황시켰지요.

이영돈
하하. 진행자가 아니라 프로듀서 마인드가 앞서서 돌발 행동을 했지요.
이 프로그램의 존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신동엽
녹화를 하는 중이었어요. 이 PD님이 볼 때 현장의 돌아가는 상황이 과히 마음에 안 든 거예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돌발적으로 현장에 들어가는 거예요. 문제는 사람들이 알아보면 이 녹화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감는 어설픈 분장을 하더니 현장으로 뛰어들어가시더라고요. 그러곤 기가 막히게 상황을 정리하고 오는 거예요. 순간적인 판단력이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두 번째에 또 가는 거예요. 그때는 진짜 가면 안 되는 상황이었거든요.(웃음) 그런 분이세요.

우먼센스 나는 젠틀맨이다? 어떤가요?

이영돈
누가 불의를 당하거나 긴급 상황이 닥쳤는데 그걸 지나갔다고 하면 괴로워서 잠을 자지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어떻게든 해결은 했을 거예요. 한데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젠틀하지 않아요.(웃음)

신동엽
저는요, 굉장히 잘 참는 편이에요.(웃음) 불의라고 생각하지 않고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이해하죠. 하지만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젠틀맨> 첫 촬영 때의 신동엽과 지금의 신동엽은 다르다는 겁니다. 앞으로는 예전처럼 쉽게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이 자리에서 하고 싶네요.

우먼센스 서로의 장단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신동엽
장점은 프로듀서로서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 이영돈 PD가 출연하거나 제작한 방송은 딱딱한 시사 프로그램임에도 늘 화제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영돈이라는 이름의 파워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단점은 음, 본인이 외모를 과대평가하는 것? 가끔 방송에서 ‘이 정도면 매력적이지?’ 하는 교만한 표정이…. (웃음) 농담입니다. 단점을 알기엔 시간이 부족해요. 아직은 없는 걸로.

우먼센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잘생겼다고 생각하세요?

이영돈
아니에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희한하게 거울을 자주 보는 습관은 있어요. 그게 그건가요?(웃음) 근데 동엽씨도 얼굴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 찼던데요? 눈이 좀 작지 않나요?

신동엽
많이 잘생긴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영돈
동엽씨의 진짜 매력은 귀엽다는 것? 친숙하고 지적이라는 점이죠. 그리고 시사 프로그램이나 다큐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엔터테이너라는 것도 큰 장점이죠. 실제로 제가 정신없을 때 적재적소에서 정리를 잘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에요. 오히려 어눌하죠. 근데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건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어눌한 말투 속에 담겨있는 진실 그리고 신뢰감이거든요.

두 사람은 <젠틀맨>은 ‘착한 방송’이라고 했고, 서로의 외모를 ‘적당한 수준’이라고 정의했다. 구수한 말투의 이영돈과 세련된 말투의 신동엽. 두 사람의 화학 작용이 벌써 기대된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사진
안호성,채널A
2014년 01월호
2014년 01월호
취재
하은정
사진
안호성,채널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