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응답하라 1994>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응사앓이’라고도 하는데, 나 역시도 시름시름 응사앓이 중이다.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공중파 드라마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는 극 중 인물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있지만, 그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대사나 소품이 크게 일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화면 속에 나오는 옛날 CF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그 시절 개그들도 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그 시절의 코미디는 정말 대단했다. <응답하라 1994>의 배경이 되는 1994년보다 세월을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인 ‘영구’가 있다. 그 시절 심형래 아저씨는 아이들의 우상이었다. 뻔히 보이는 데 숨어 있다가 외치는 “영구 없다!”란 한마디가 왜 그렇게 웃겼는지, 동네 아이들 중에 밥 먹다가 치아에 김 한 번 안 붙여본 애들이 없을 정도로 ‘영구 없다 띠리리리리’의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같이 나오는 강아지 ‘땡칠이’까지 스타가 될 정도였으니까. 개 족보로 치면 <1박2일> 상근이의 대선배급인 땡칠이! 그 고귀한 이름만 불러도 빵빵 터지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안방극장뿐만이 아니라 영구는 극장까지 접수했는데 <영구와 땡칠이> <영구와 홍콩 할매귀신> <영구 람보> 등 우리 또래 아이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던 그 당시 ‘초통령’ 영구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같은 바보로 ‘맹구’도 빼놓을 수가 없다. 방금 전에 들은 이야기를 어찌 그리 다르게 선생님에게 전달해서 혼이 나는지, 발표는 왜 그렇게 좋아해서 정답도 아닌 이야기를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건지, 왜 툭하면 감상에 젖어 하늘에서 눈이 내려온다고 그리도 맛깔나게 웃겨주시는지, 옛날 배경 학교에서 최신 문물인 배트맨을 외치는 맹구를 보며 ‘배트맨 가면은 손으로 저렇게 만들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던 기억도 있다.
한편 SBS에서는 신동엽이라는 신인 개그맨이 ‘레일맨’이란 코너 하나로 안방극장을 초토화했는데, 기차 안에서 뜬금없이 터지는 “안녕하시렵니까?”는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MBC에서는 이경규 아저씨를 국민 개그맨으로 만들어준 ‘몰래 카메라’가 폭발적인 사랑을 얻고 있었고, 신인 시절 이휘재 선배를 스타로 만들었던 ‘인생극장’도 있었다. ‘빠밤빰빠밤’ 하는 배경 음악과 함께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그래 결심했어”란 한마디로 시청자들을 숨죽이게 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의 코미디가 있었기에 지금의 <개그콘서트>를 비롯한 다른 공개 코미디 무대까지 코미디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응답하라 1994> 속 내용과 <개콘>도 닮은 점이 참 많다. 우선 하숙집에 모여 살 듯 우리도 KBS 앞 연구동이란 건물 한 층에 모여 생활한다. 대학교 엠티를 가듯 우리도 주기적으로 엠티를 가서 게임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추억을 남겨온다. 얼마 전에도 다녀왔다.
전국 팔도에서 사람들이 모여 같이 생활하고 밥도 먹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연인도 탄생했다. 드라마 속 캐릭터인 쓰레기 선배의 말 한마디에 빙그레가 꼼짝 못하듯 선배와 후배가 뚜렷이 갈리기도 하고, 요일별로 농구부, 축구부, 야구부 같은 동아리 활동도 열심이다. 그러고 보니 응답하라 시리즈로 개그 한번 짜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곧 개봉 박두! 기대하시라~.
개그맨 김기열은…
2005년 KBS <개그사냥>이라는 개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TV에 첫 출연한 뒤 <개그콘서트>까지 진출, 데뷔에 성공했다. ‘두분토론’ ‘까다로운 변선생’ ‘소심지존 기열킹’ ‘뿌레땅뿌르국’ ‘네 가지’ 등 30개가 넘는 코너에 출연했으며, 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이리스 2>에 출연하는 등 연기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틈틈이 앨범을 발매해 가수로도 영역을 넓히는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본인이 말하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