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물러간 선선한 가을에는 맛길 여행이 진리다. 바다와 산의 경관이 수려한 태안은 지금 딱 대하와 꽃게 등 해산물이 제철이라 가을의 맛에 취하기 좋은 여행지다. 넉넉한 인심에 더 배가 부르다는 맛돌뱅이 박범수씨가 찾아낸 태안의 ‘모래 속 진주’ 맛집.
여행도 맛도 지금이 제철, 태안
지금 태안의 열기가 뜨겁다. 태안의 명물인 대하축제가 열리는 시기이자 북쪽 끝 학암포해수욕장부터 안면도까지 이어진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가을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니 말이다. ‘태평하여 안락하다’는 뜻을 지닌 태안(泰安)은 그 이름만큼 대한민국의 대표 힐링 여행지로 꼽힌다. 바다와 산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눈을 두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갯벌 체험과 홍송욕을 즐기며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 않은가.
태안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불리는 안면도는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으로 특히 꽃지해수욕장의 낙조는 여행 사진작가들이 꼭 한 번 봐야 할 절경으로 꼽기도 한다. 애틋한 부부 사랑을 연상케 하는 할배바위와 할매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낙조는 미국 뉴스 전문 채널 CNN에서 선정한 한국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장소 중 2위를 차지할 만큼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태안반도 해변길’도 태안을 찾는 재미 중 하나. 밧개, 꽃지, 샛별, 두에기 등 이름도 예쁜 해수욕장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는데 이 해수욕장들을 따라 걷기 좋은 해안길이 만들어졌다. 고깃배가 물때에 맞춰 드나드는 크고 작은 포구의 풍경을 보며 거닐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보는 것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태안에서 먹을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신진도항과 채석포, 백사장항, 모항항 등 태안반도의 각 항과 포구에서는 꽃게는 물론 오징어, 전어, 대하 등 싱싱한 제철 해산물이 많이 잡히고 있어 관강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밥도둑이라 불리는 간장게장도 태안의 것이 최고다. 태안 앞바다에서 제철에 잡은 암꽃게를 1년간 숙성해서 먹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먹게 된다. 갓 잡은 대하를 생으로 먹는 것도 태안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 막 잡아 싱싱한 만큼 비리지 않고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이 으뜸이다. 생대하, 대하구이, 대하튀김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더욱 즐겁다. 태안에서는 제사상에 올릴 정도로 귀하게 여기는 우럭도 꾸덕꾸덕 말려 찜이나 젓국으로 즐긴다. 집집마다 국물 맛을 내는 방법이 다른데, 태안 토박이들은 쌀뜨물로 끓여야 맛이 담백하고 새우젓과의 궁합도 잘 맞는다고 말한다. 가을바람 선선히 부는 날, 낭만적인 여행 코스로는 태안이 제격이다.
1 지금은 양식을 하여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우럭이지만, 우럭은 서해안에서 많이 잡혔던 생선이다. 태안에서는 포로 떠서 제사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으로 꼽힌다.
2 크고 작은 태안반도의 포구에는 고깃배가 물때에 맞춰 드나드는데 그 풍경이 고요하고 잔잔하다.
3 고깃배가 들어오면 항구에서 기다리던 아낙들은 그물에 걸린 수확물을 정돈하기 시작한다.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풍경에서 따뜻함마저 느껴진다.
4, 5 대하와 꽃게, 조개 등이 들어오는 백사장항의 수산시장에선 갓 잡힌 싱싱한 해산물 천지다. 직접 가져가거나 택배 발송도 가능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태안 앞바다에는 꽃게가 풍성해요. 특히 올해는 바다 표층의 수온 상승으로 태안반도의 꽃게 어장이 확장돼 가을철 꽃게가 풍년이라고 하더라고요. 잘 숙성된 김치와 제철 꽃게가 만난 겟국지는 가을철 태안에서 꼭 맛봐야 할 별미랍니다.”
맛돌뱅이 추천! 태안 ‘먹방’ 로드
팔딱팔딱 춤을 추는 대하, 통통하게 살이 오른 꽃게, 꾸덕꾸덕하게 말린 고소한 우럭포 등 무려 1년을 기다린 ‘가을의 맛’을 만나기 위해 태안을 찾았다.
특히 올해는 10월 말까지 백사장항에서 가을 대하축제가 열리니 더욱 흥겨운 여행이 될 듯. 때맞춰 찾아간 태안에서 맛본 제철의 맛!
태안의 명물 꽃게요리, 일송꽃게장백반
지금 태안반도에서는 꽃게잡이가 한창이다. 꽃게는 파도가 거세지 않은 서해에 서식하는데 특히 태안 앞바다는 고운 모래로 드리워져 있기 때문에 꽃게가 살기 좋은 환경이다. 태안에 와서 꽃게요리를 맛보지 않으면 아쉬울 정도인데, 특히 겟국지와 간장게장은 태안의 명물로 손꼽히고 있다. 굵은소금으로 절인 배추와 열무에 고춧가루, 까나리액젓, 마늘 등을 넣고 김치를 담근 뒤 여기에 게를 빻아 넣어 함께 끓인 것이 바로 겟국지이다.
태안을 다니다 보면 겟국지 식당이 즐비한데 맛돌뱅이 박범수씨가 추천한 ‘일송꽃게장백반’은 타지에서 찾아와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옛날 방식 그대로 김치를 많이 해서 장독에 묻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한 움큼씩 꺼내 게를 빻아 넣어 후다닥 만드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보통은 미리 만들어두었다가 퍼주는 곳이 많은 탓에 일송꽃게장백반의 겟국지를 맛본 사람들은 칼칼하면서 시원한 맛이 최고라고 말한다.
겟국지 못지않게 인기가 좋은 것이 ‘밥도둑’ 간장게장이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류 스타 배용준도 찾아와 밥 두 그릇을 뚝딱 비웠을 정도. 꽃게를 손질해 전통 발효 간장을 사용해 만드는데, 매년 제철에 최상급의 꽃게로 만들어 저온 숙성시키는 만큼 신선한 맛이 살아 있다. 설탕이나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 꽃게 자체의 단맛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요리에 들어가는 각종 채소와 양념 모두 태안산을 쓰는 만큼 진정한 로컬 푸드를 맛보는 셈이다.
- SHOP INFO
가격_간장게장백반 2만원, 겟국지 3만5천~5만원.
주소_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755-5
문의_041-674-0777
갓 잡은 해물을 바삭하게 튀기는, 사랑수산
매년 이맘때쯤 태안의 대표 여행지인 안면도에서는 축제가 열린다. 안면교를 건너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항구인 백사장항에서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싱싱한 대하와 각종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백사장항대하축제’를 즐길 수 있다.
태안을 찾은 나들이객들은 주로 새우와 꽃게, 조개 등을 박스로 사서 집으로 가져가거나 근처 펜션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직접 구워 먹는다. 각종 수산물을 장보러 왔다가 별미로 즐기는 것이 바로 대하튀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하에 소금으로 간한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데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백사장항 수협 바로 앞에 있는 ‘사랑수산’에서는 안면도 바다에서 갓 잡은 자연산 대하와 껍질 없는 새우, 서해안 갑오징어 등을 즉석에서 튀겨준다. 바삭한 튀김옷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에 입술이 번들거리는 느낌마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너무 맛있다. ‘마약 튀김’이라고 불릴 정도로 태안 토박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 SHOP INFO
가격_대하튀김 4개 5천원, 꽃게튀김 5개 5천원
주소_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1265
문의_041-673-4952
귀한 생선으로 만든 우럭젓국, 바다꽃게장횟집
우럭은 예부터 서해안에서 많이 잡힌 생선이다. 살이 탄탄하고 맛이 달달해 생선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꼽힌다. 태안에서는 우럭을 오랫동안 두고 먹기 위해 소금을 뿌려 꾸덕꾸덕하게 말려 먹곤 했다. 소금을 뿌려 말리면 우럭 살이 더욱 탄력 있게 되고 은은한 감칠맛이 난다.
이렇게 말린 우럭 또한 귀한 음식으로 여겨 제사상에 올렸는데, 제사상에 올린 말린 우럭으로 우럭찜을 하고 먹지 않는 머리와 뼈를 발라 육수를 낸 뒤 두부를 넣고 끓인 음식이 바로 우럭젓국이다. 요즘에는 말린 우럭을 포로 떠서 무를 넣고 팔팔 끓여 국물을 낸 뒤 두부, 파, 양파 등을 넣고 기호에 따라 새우젓으로 맛을 낸다. 태안 토박이 주인장이 운영하는 바다꽃게장횟집에서는 태안의 진짜 우럭젓국을 맛볼 수 있다.
신진도항에서 자연산 우럭을 직접 말려 쓰는 만큼 최상급 우럭의 맛을 즐길 수 있고, 밑국물로 쌀뜨물을 사용해 기름기 없는 깔끔한 맛을 낸다. 우럭젓국을 주문하면 한 상 가득 한정식이 차려지는데 직접 만든 묵무침, 장아찌 등 정성스러운 반찬을 맛볼 수 있다. 뜨끈한 우럭젓국을 후후 불며 먹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비운다.
- SHPO INFO
가격_우럭젓국 1만5천원
주소_태안군 태안읍 남문리 575-18
문의_041-674-5197
맛돌뱅이 박범수는…
잘나가던 대기업 ‘건설맨’이 2000년 돌연 코미디TV 공채 1기 개그맨으로 방송에 데뷔했다. 이후 KBS <세상의 아침> <행복채널> <6시 내고향> <색다른 TV>, MBC <토요일엔 떠나볼까> <활력충전 36.5> <생방송 오늘 아침> <그 섬이 가고 싶다> 등 여러 교양 프로그램에서 여행지와 맛집을 소개하는 리포터로 활약했다.
장돌뱅이처럼 짚신을 신고 ‘맛’을 찾아 돌아다닌다 하여 ‘맛돌뱅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박범수씨는 현재 SBS <생방송 투데이>에서 여행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으며 행사 MC, 가수,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