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개그맨 이윤석씨하고 결혼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학창 시절엔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 이름도 잘 몰랐던 사람입니다. 남편이 몸개그를 했다는 것도 결혼한 후에 알게 된 사실이고요. 어쩌면 이렇게 연예계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국민 약골’과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 후, 남편의 실체를 알면 알수록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곧 물에 빠질 것 같아 제가 손을 잡아당기면 남편은 그 잔소리를 너무 듣기 싫어해 말다툼을 많이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중간의 타협점에서 만난 상태입니다.
일단, 이윤석씨의 결혼 전 몸 상태를 잠깐 말하자면, 고교 시절 스트레스로 인해 류머티스성 관절염이 시작되어 소염진통제를 일주일에 2~3회 복용하고 있었어요. 면역력이 약해서인지 환절기에는 어김없이 감기에 걸리고, 추가로 환절기가 아니더라도 온도 조절을 잘못했을 때도 걸립니다. 게다가 환절기 감기는 고열이 나고 3주~1개월간이나 지속됩니다. 호전되는 듯싶다가 다시 콜록거리기를 반복합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감기에 걸려 미열이 났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면 체력적으로 굉장히 피곤해지고 짜증이 많이 납니다.
그다음은, 대변 상태입니다(남편의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공개하자니 쑥스럽지만 독자 분들을 위해서 단독 공개합니다. 하하). 하루에 4~5회 대변을 보는데 형체가 전혀 없었습니다. 촬영 중에도 급박하게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외국에 나갔다 오면 그에게 지사제를 선물로 주곤 했으니까요.
더불어 역류성 식도염이 있어서 가슴이 답답하다며 ‘까스활명수’를 일주일에 3회 정도 먹고, 식후 1시간 이내에는 절대 누울 수가 없었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환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안구건조증도 아주 심한 상태였고요(모두 적으려니 지면이 작네요. 넘칠 것 같아 사소한 것들은 패스합니다. ‘국민 약골’이라는 수식어가 그냥 붙은 게 아니었어요).
참고로, 저는 위장과 소장, 대장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의사입니다. 태어날 때 받은 몸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인체는 후천적으로 먹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일이 기본입니다. 이 기본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성장 발육이 느리고, 질병에 걸리면 회복 속도도 느리며, 심지어 재발률이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장은 제2의 면역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장은 알레르기나 몸에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체외로 배출하고, 몸에 필요한 영양소는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장내 환경이 좋으면 이 과정을 똑 부러지게 해주어 몸에 좋은 것은 100% 흡수하고, 몸에 나쁜 물질들은 체내로 흡수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결과적으로 장내 환경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아토피피부염이나 각종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면역력 약화로 질병에 쉽게 노출됩니다.
장내 환경이 나빠지는 것은 대부분 위장 상태가 안 좋아졌기 때문인데요. 남편은 위산과다증으로 위산이 덜 중화되어 장으로 내려가서 장내 pH 농도를 엉망으로 만드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결국 배변 상태가 안 좋아지고 면역 기능 역시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식단부터 바꿨습니다. 위산을 자극하지 않는 음식, 그리고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성분인 필수지방산의 섭취가 기본입니다. 양념은 되도록 안 쓰고, 익힌 채소와 적은 양의 밥, 필수지방산을 보충하는 식품으로 오리고기나 돼지고기 또는 올리브유나 생들기름을 식탁에 올립니다.
위산을 자극하지 않고 필수지방산으로 위벽을 보호하면서 위장을 잘 달래면 좋지 않던 장내 환경이 점차 회복되어갑니다. 요즘 남편은 하루에 한 번씩 형체를 갖춘 대변을 봅니다. 과음한 다음 날은 어김없이 설사를 하지만요. 대변 상태가 좋아지면서 류머티스성 관절염에 대한 양약은 복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장이 좋아지면 신기하게도 안구건조증은 덤으로 좋아집니다. 그렇게 시달리던, 그리고 저를 괴롭히던 감기도 이제 오래가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음식 이야기를 합니다. 한때 저는 ‘의사는 처방만 잘하면 돼’라는 오만한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식에 관한 공부를 계속하고 ‘국민 약골’의 아내가 되어 밥상을 차리면서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습니다. 음식이 중요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깨닫지는’ 못한 시간들이었던 셈이죠. 독자분들도 이 칼럼을 읽고 관심 있게 실천해보면 나날이 달라지는 몸으로 보답해줄 것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남편이 더 건강해지는 날까지, 주부 여러분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한의사 김수경은…
소아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5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