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리 패쉬트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
2 취리 패쉬트 기간에 펼쳐진 거리 음악 공연.
3 취리 패쉬트에 선보인 스위스식 버거 판매대.
4 ‘취리 패스트 2013’의 심벌.
5 젖소 복장을 하고 먹을거리를 파는 상인.
‘세상 모든 축제 중의 축제(The festival of all festivals)’. 유럽인들이 ‘취리 패쉬트(Zuri Fascht)’를 일컫는 말이다. ‘취리히 향연’이라는 뜻을 지닌 취리 패쉬트는 3년에 한 번, 스위스 취리히에서 7월 첫째 주말에 2박 3일 동안 열린다. 1951년 시작돼 6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 깊은 축제다.
올해 7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취리 패쉬트 2013’엔 전 세계에서 총 2백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평소엔 트램과 버스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도심부지만, 이 기간엔 교통이 통제돼 시민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도로 위를 걸어 다니며 여름 햇살을 즐겼다. 낮 시간에는 취리히 도심을 관통하는 리마트 강과 뷔클리 광장을 중심으로 설치된 60여 개의 무대에서 각종 스포츠·문화 이벤트가 벌어졌다. 리마트 강 상공에서 펼쳐진 다이빙쇼에는 유럽 챔피언부터 다이빙 동호회원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이 20m 높이에서 자전거, 마트 쇼핑 카트 등과 함께 다이빙을 하는 묘기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같은 시각, 스위스 공군은 4기통 항공기로 스카이다이빙과 에어쇼를 선보였다.
먹을거리도 넘쳐났다. 유럽 다문화의 중심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국적의 요리들이 선보였다. 음식을 파는 간이 판매대만 3백 개에 육박했는데, 커다란 빵 속에 살살 녹는 갈비가 가득한 호주식 바비큐 립 버거, 타바스코 소스와 할라피뇨가 듬뿍 들어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혀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멕시칸 파히타, 주문하자마자 석쇠에서 구워 주는 타이식 꼬치구이가 특히 인기였다. 컵에 담아 주는 중국식 볶음밥과 이탈리아인들이 트럭에 설치된 오븐에서 구워 주는 마르게리타 피자, 피자 못지않은 크기의 스위스식 프레첼 판매대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뭐니 뭐니 해도 취리 패쉬트의 하이라이트는 첫째 날과 둘째 날 밤 10시 30분부터 30분 동안 펼쳐지는 불꽃놀이다. 축제 때 유독 불꽃놀이를 많이 하는 유럽에서도, 취리 패쉬트의 불꽃놀이는 ‘유럽 5대 불꽃놀이’ 중 하나에 포함될 만큼 그 규모가 대단하다. 올해 불꽃놀이의 테마는 ‘파이어 이모션(Fire Emotion)’.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불꽃놀이 프로그래머 안토니오 파렌테가 기획했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11가지 테마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이 장관은 9km 밖에서도 볼 수 있다.
유럽 각지에서 엄청난 인파가 모여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업체들의 아이디어도 다양했는데, 한 호텔의 ‘럭셔리 화장실’ 서비스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호텔 글로켄호프’는 호텔 앞에 온통 분홍빛으로 디자인한 화장실 부스를 세웠다. 이 화장실의 이름은 ‘Pipi de Luxe’, 즉 ‘고급스러운 소변’이란 뜻. 축제 장소 곳곳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을 줄 서서 불편하게 이용하는 대신 이곳에서 편하게 볼일을 보고 각종 로션과 향수 등 부수적인 서비스까지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비용(5프랑, 약 6천원)을 내야 했지만, 그 특이한 인테리어와 이름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3일 동안 축제 장소에서 팔린 소시지가 50만 개, 물이 1백만 병, 맥주가 4만 리터. ‘먹고 마시고 보고 즐기는’ 스위스 최대의 축제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취리 패쉬트에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3년 뒤 2016년을 기약하시길.
글쓴이 김진경씨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뒤 <중앙일보> 기자로 일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스페인 출신 해커와 결혼해 현재 취리히에서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