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세 줄기 강이 만나는 ‘삼합수’와 미생물 번식이 뛰어난 갯벌로 둘러싸인 천혜의 환경인 만큼 ‘별미’ ‘진미’ ‘특미’의 다양한 맛을 만날 수 있어요. 순무, 장어, 새우, 산나물 등 강화 특산물이 넉살 좋은 인심과 만나 그야말로 ‘힐링’을 전합니다.”
‘보고, 즐기고, 먹고’ 강화도!
선사시대의 고인돌, 단군의 참성단, 고려 팔만대장경 판각의 성지인 선원사 등 지정문화재만 해도 105건이 넘는 문화유적지 강화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역사책과 같다.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운 뒤 마니산에 쌓았다는 참성단은 후대의 광개토대왕이 전쟁에 나가기 전 제사를 지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지리적 위치상 온갖 외세 침탈을 견딘 곳이라 ‘호국의 보루’라고도 불렸는데, 지금도 갑곶돈대와 초지진, 덕진진 등 유적지에 가면 외세와 전투를 치를 당시의 대포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강화는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지닌 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하지만, 맛돌뱅이 박범수씨는 ‘식도락’ 여행지로 더욱 흥미를 느끼는 곳이라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세 줄기 강이 만나는 삼합수가 없어요.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모이는 강화 연안에서 잡은 새우와 장어의 맛은 단연 일품입니다. 갯벌이 있는 강화 땅에서 자란 인삼과 순무, 쑥, 버섯, 고구마 등 강화 특산물도 꼭 맛봐야 해요.”
그간 연재한 맛집 기행이 방송 리포터 맛돌뱅이로서의 ‘공적인 경험’을 토대로 했다면, 이번 강화도 기행은 순전히 미식가 박범수씨의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떠났다. 그가 출장길에 곯은 배를 대충 채우려고 들어갔다가 신세계를 발견한 묵밥집, 계절이 바뀔 때마다 허기지고 지칠 때 보양식으로 먹으려고 찾아가는 요리 명인의 젓국갈비집, 사장이 직접 만든 효소 양념을 먹고 나면 건강해지는 것 같다는 산채비빔밥집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지만 그래서 더욱 진실하고 믿음직한 맛을 기대하게 되었다. 이 길 저 길마다 마주하는 강화의 역사를 ‘보고’, 살아 있는 생태의 보고인 갯벌과 체험학습장에서 ‘즐기고’, 천혜의 환경에서 자란 산해진미를 ‘먹고’…. 이처럼 강화도 여행은 ‘오감’을 만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1 강화도에 가면 국사책에서만 보던 역사의 기록을 직접 만날 수 있다.
2 강화 연안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모이는 ‘삼합수’ 지역이다.
3 천혜의 환경을 품은 강화는 자연 그대로의 담백한 맛을 지키려는 ‘장독대 밭’이 많다.
4 강화 북쪽 지역은 낙조가 아름다워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5 강화 특산물인 인삼은 고종 때부터 재배하기 시작해 ‘고려인삼’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화는 산이며 들에 산나물, 매실, 다래 순 등 먹을거리가 천지에요. 특히 날 것 그대로 먹는 ‘산채 비빔밥’은 강화만의 맛과 향을 느끼게 하지요.”
맛돌뱅이 추천! 강화 맛집 로드
강화로 맛집 기행을 떠난다고? 강화에 뭘 먹겠다는 목적으로 찾아가는 미식가를 본 적이 없거니와 역사 유적지, 낚시, 펜션 여행 등 맛과는 상관없는 연관어만 떠올랐다. 하지만 맛돌뱅이 박범수씨의 강화 맛집 예찬을 들어보니 침샘을 자극하는 궁금한 맛들로 가득했다.
‘음식이 보약이다’ 건강한 비빔밥, 마니산산채
식당 앞뒤의 장독대에 항아리가 가득하고, 반갑다며 맞이해주는 주인 부부의 손톱에는 풀물이 들어 있고, 메뉴판엔 비빔밥과 도토리묵이 전부인 ‘마니산산채’는 밥 한 술 뜨기 전부터 마음이 놓이는 곳이다. 주인 부부는 매일 새벽 마니산 주변에서 산나물을 채취하느라 손톱이 푸르스름해졌고, 그걸 모아다 독에 넣어 30여 가지 효소를 만들고, 손수 만든 천연 조미료로 완성한 한두 가지 요리에 올인하는 것이다. 요리하는 주인의 진심이 통했는지 매일 식사 때만 되면 문전성시를 이뤄 대기표를 끊고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이곳 산채비빔밥에는 취나물, 뽕잎, 다래 순, 단풍잎 등 생전 처음 보는 비빔밥 재료가 수북하게 쌓여 나온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먹다 보면 어느 새 그릇 바닥이 보일 정도로 입맛을 끌어당긴다. 이색적인 재료도 맛있지만 된장·간장·고추장에 효소를 넣은 특제 양념장도 큰 역할을 한다. 비빔밥에 곁들여 나오는 장아찌, 전, 샐러드 등 반찬에도 다양한 효소가 들어가 새콤달콤한 감칠맛을 낸다. 고종 18년에 지은 오래된 흙집 풍경도 건강한 맛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양철지붕만 새로 보수하고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덕에 ‘힐링’하는 맛집으로 입소문 나 있기도 하다.
- SHOP INFO
가격_산채비빔밥 1만원, 도토리묵무침 1만원
주소_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396-1
문의_032-937-4293
오랜 향토 음식 젓국갈비, 신아리랑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을 굽이굽이 지나 찾아가야 하는 ‘신아리랑’은 강화 토박이들도 인정하는 ‘요리 명인’의 ‘젓국갈비’를 맛볼 수 있는 곳. 젓국갈비는 고려 무신정권 시절, 수도가 강화로 바뀌면서 거처를 옮긴 왕에게 진상할 음식이 마땅치 않아 돼지갈비에 갖은 채소와 강화 특산물인 새우젓을 넣고 끓인 데서 유래되었다. 우리나라 전체 새우 생산량의 70%가 강화 해안에서 나오는 만큼 ‘강화새우젓’은 유명한데, 특히 돼지갈비와 새우젓은 찰떡궁합의 맛이니 그 어떤 수랏상 음식보다 ‘진국’이었을 것이다. 젓국갈비는 한동안 대를 잇지 못하다가 1988년 열린 강화음식대회에서 ‘신아리랑’의 김부전 사장이 선보이면서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식당 문을 연 당시만 해도 강화에서 젓국갈비를 맛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곳이었다. 그런데 7~8년 전,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강화도 향토 음식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신아리랑의 젓국갈비 레서피를 공개하도록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김부전 사장은 젓국갈비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맛의 비밀을 전수해주고 있다. 하지만 원조의 손맛은 따라올 수 없는지 ‘강화표’ 젓국갈비는 꼭 신아리랑에서만 맛보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 SHOP INFO
가격_젓국갈비 小 1만5천원, 中 2만5천원, 大 3만원
주소_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신문리 105
문의_032-933-2025
매일 손수 만드는 ‘핸드메이드’ 묵, 별미정가네묵밥
고인돌공원에서 강화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길. 대로변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평범한 외관의 묵집이 하나 있다. 아는 사람만 찾아가거나 허기진 사람이 우연히 지나가다 헐레벌떡 들어갈 법한 그런 위치에 말이다. 적극적으로 알려도 모자랄 판에 ‘촬영은 절대 사절’이란다. 맛이 기가 막힌다기에 사정사정해 찾아간 ‘별미정가네묵밥’. 조리실에 들어서자마자 탱글탱글한 도토리묵이 입안에 군침이 돌게 했다. 두툼하고 속이 쫀쫀해 보이는 이 묵의 정체는 ‘수제’ 도토리묵.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한 도토리가루로 밤마다 끓여 굳히는, 이 고되고 지루한 작업을 매일 반복한다고 한다. 하루라도 미리 만들어놓으면 생기 있는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날그날 만들어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하루에 딱 두 판. 20~30명이 먹을 만큼의 양만 만들고 떨어지면 못 팔기 때문에 많은 손님을 몰고 오는 방송은 아예 타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게 주인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묵 반죽을 얇게 풀어 노릇노릇하게 부친 묵전, 신선한 채소와 묵을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친 묵무침, 말캉말캉한 묵과 진한 육수의 맛이 어우러진 묵밥의 감동적인 하모니를 감출 수는 없지 않을까. 주인의 인심도 후해 양도 푸짐하다.
- SHOP INFO
가격_묵전 6천원, 묵밥 6천원, 묵무침 1만원
주소_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국화리 56-1
문의_032-932-5182
맛돌뱅이 박범수는…
잘나가던 대기업 ‘건설맨’이 2000년 돌연 코미디TV 공채 1기 개그맨으로 방송에 데뷔했다. 이후 KBS <세상의 아침> <행복채널> <6시 내고향> <색다른 TV>, MBC <토요일엔 떠나볼까> <활력충전 36.5> <생방송 오늘 아침> <그 섬이 가고 싶다> 등 여러 교양 프로그램에서 여행지와 맛집을 소개하는 리포터로 활약했다. 장돌뱅이처럼 짚신을 신고 ‘맛’을 찾아 돌아다닌다 하여 ‘맛돌뱅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박범수씨는 현재 SBS <생방송 투데이>에서 여행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으며 행사 MC, 가수,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