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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의 잘 먹고 잘 노는 법

한 해 중 가장 싱싱한 계절, 7월이 돌아왔다. 7월은 '서머타임'으로 밤 10시까지 환하게 저녁을 즐기는 유럽에서 프랑스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달이기도 하다. 기온은 30℃에 가깝지만 습도가 낮아 공기가 가볍고 상쾌한 날씨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On October 16, 2013

프랑스 중부지역 도시 투렌Tourraine의 전경.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맥 접경 오트 사부아(Haute Savoie) 지역의 방갈로와 렌탈 숙박지.

오트 사부아 지역에서 글라이딩을 즐기는 모습.

파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프랑스의 지방 풍경도 무척 매혹적이다.

한 해 중 가장 싱싱한 계절, 7월이 돌아왔다. 7월은 ‘서머타임’으로 밤 10시까지 환하게 저녁을 즐기는 유럽에서 프랑스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달이기도 하다. 기온은 30℃에 가깝지만 습도가 낮아 공기가 가볍고 상쾌한 날씨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7월은 3주 이상씩 되는 ‘여름 바캉스’ 시즌으로 더욱 유명하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실감하기 어려운 3~4주의 여름휴가. 비현실적인 꿈의 바캉스 같지만, 프랑스인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이들만의 특별한 여름휴가 문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프랑스의 연중 휴가가 5주로 정식 책정된 것은 약 10년 전의 일이다. 1930년대에 연중 휴가 2주에서 시작한 후로 약 80년 만이다. 외국인들이 우스갯소리로 프랑스인을 일컫는 표현 중에 “오로지 잘 먹고 잘 쉬기 위해 1년을 일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프랑스인은 대부분 실제로 황금 같은 이 5주간의 휴가를 1년에 크게 세 번으로 나눠 즐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낀 일주일, 늦은 봄을 기다리느라 지루한 2~3월 사이에 일주일, 그리고 나머지는 7~8월에 배분한다. 직원 수가 10명 이하인 작은 회사에서는 주로 8월에 전면 휴가에 들어가지만, 대기업 사원과 공무원은 7~9월 중 자신들이 원하는 시기를 정해 쉴 수 있다.
여름 바캉스가 다가오면 대도시의 프랑스인들은 분주해진다. 특히 일 년 내내 맑은 날씨에 굶주린 파리지앵과 프랑스 북쪽 대도시의 프랑스인들은 햇빛을 찾아 어디든지 떠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는다. 이들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 전부터 여름휴가 계획을 세운다. 집을 떠나 2~3주 동안 여행하면서 숙박과 식사, 교통을 해결하는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
일단 해외든 국내든 목적지가 정해지면 숙박 일수와 숙박 장소를 결정하는 데 고심한다. 프랑스인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여름휴가비는 늘 부담인데, 만약 프랑스 국내에서 여행을 즐긴다면 조금만 부지런해도 꽤 괜찮은 휴가를 보낼 수 있다. 먼저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은 지역을 선정한 뒤 그 지역의 관광센터를 통해 전국으로 배포되는 임대 하우스 렌털 잡지를 구입한다. 임대 하우스는 우리나라의 펜션과 비슷한 개념인데, 전국 관광지에서 신청하고 올리는 상품이 넘쳐난다. 단, 대부분이 개인 별장이나 산장의 단기 임대이므로 6개월 전부터 서둘러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에 드는 임대 장소 중 하나를 고르고 집주인과 직접 연락해 보증금 등을 조율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조차도 여의치 않으면 ‘체인징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있다. 지방에서 대도시로, 반대로 도시에서 시골로 가서 휴가를 보내길 원하는 사람들이 장소와 기간만 맞으면 서로의 집을 임시로 교환해 지내는 것이다. 혹시 모를 절도나 그 외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인터넷의 전문 체인징 사이트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미국과 프랑스 가정, 프랑스인과 일본 젊은이들이 직접 연락을 시도해 집을 교환한 뒤 휴가를 즐기기도 한다.
지역마다 지방색이 강하고 이채롭기로 소문난 프랑스인지라 굳이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이처럼 국내에서 일주일 이상 관광을 즐길 휴양지는 많다. 단,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에서 휴가를 보낼 경우 지출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큰 결점이다. 때로는 동남아시아에서 2~3주 보내는 것이 오히려 경비가 더 절감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목적지와 숙박 장소, 식비와 이동비를 얼마나 꼼꼼히 계획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인 가족의 하루 지출은 프랑스 국내에서만 최소 1백50유로(24만원), 일주일이면 1백50만원이 넘는 비용을 예상해야 한다는 계산에 이른다. 휴가 하루 전날 기분 내킨다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수준은 분명 아니다. 따라서 바캉스 준비에 열중하는 프랑스인들은 평소 사치품 구입 등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등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바캉스에 대비한다.
이처럼 프랑스인에게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진국을 이루기 위한 개인의 희생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식의 성공도 아니다. ‘개인의 행복’ 그 자체다. ‘잘 먹고 잘 쉬는’ 이들의 휴가 계획은 결국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인 셈이다.

글쓴이 오윤경씨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곧바로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을 거쳐 도착한 프랑스 파리의 건축대학 라빌레트(La villette)를 졸업한 후, 파리 건축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파리에 거주하며, 인테리어 디자인과 컨설트 및 그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옴 프로덕션(OM Production)의 대표다. 저서로는 <파리지엥의 주방>과 <봉주르, 파리>가 있다.

CREDIT INFO
기획
김은향
글, 사진
오윤경
2013년 07월호
2013년 07월호
기획
김은향
글, 사진
오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