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령(59세)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신동욱(45세) 전 백석대학교 교수 부부가 새 출발을 시작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하는 개척교회에서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여 전부터 부부가 출석하는 이 교회는 2006년에 세워진 곳으로, 한국 교회에 건강한 새 바람을 일으킨 목회자이자 말씀이 좋기로 유명한 목사가 개척한 교회다. 개척한 지 1년 만에 1백80여 명의 교인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했고, 현재 3백 명이 넘는 교인이 이곳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찾은 날에는 20 명 남짓의 교인이 출석해, 예배당이 한산하다 못해 텅 빈 모습이었다. 심지어 찬양대도 없었다. 오로지 목사의 깊이 있는 말씀과 교인들의 순수한 신앙심만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브랜드화한 대형 교회보다 더 따뜻하고 사랑이 넘쳐 보였다. 박 전 이사장 부부가 말 많고 탈 많은 대형 교회가 아닌, 바르고 건강한 개척교회를 선택한 이유가 대충 짐작이 갔다. 단정한 옷차림에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예배당 안에 들어선 박 전 이사장 부부는 비교적 앞자리에 자리 잡고 앉아 예배에 집중했다. 목사의 설교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틈틈이 메모하는 박 전 이사장의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예배가 끝나고는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이상 교인들과 교회에서 준비한 밥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현직 대통령의 동생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소탈하고 소박했다.
사실 이들 부부는 종교적인 문제로 적잖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원래 박 전 이사장의 종교는 천주교로, 세례명은 ‘클라라’다. 그러나 불교 신자였던 모친(고 육영수 여사)의 영향으로 불교와도 가까운 편이다. 신 전 교수와 2008년 결혼식을 올릴 때도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의 영정이 봉안된 사찰의 주지 스님이 주례를 맡았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통일교 국제 합동결혼식을 올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신 전 교수는 기독교 계열의 대학(백석대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무교임에도 기독 대학 교수로서 물의(통일교 국제 합동결혼식에 참석해 7천5백 쌍을 대표해 소감을 발표)를 빚었다는 이유로 교수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처럼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종교 내력을 가진 부부가 교회를 찾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심신의 평안 위해 작은 교회 출석
“아픔이 없었다면 하나님을 찾지 않았을 겁니다.”
8월의 어느 일요일, 교회 입구에서 만난 박 전 이사장은 교회에 다니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순탄치 않았던 지난날을 회고하는 ‘의미 있는’ 한마디였다. 7월 말부터 이 교회에 출석하며 마음의 평안을 되찾고 있다는 박 전 이사장은 “교회에 있으면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고 차분해진다”며 “평온함이 깃든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수많은 교회 중 하필 이곳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목사님의 말씀이 좋고, 교인들의 영혼이 순수하며, 집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부부는 요즘 주일 외에도 교회 행사에 참석해 모범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사와 함께 지방의 한 교회로 헌신예배를 드리러 가는 것은 물론이고, 간증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이사장의 한 측근에 따르면, 박 전 이사장 부부는 8월 중순 충남 태안의 의항교회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신앙고백을 했다. 이 측근이 전한 박 전 이사장의 간증 내용은 이렇다.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작 내면은 어두워져 갔다. 특히 버팀목이었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상실감이 몰려왔다. 이후 여러 종교에 의지했지만 기쁨이 없었고, 외로움은 늘어만 갔다. 그렇게 헛헛한 삶을 보내던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교회를 방문하게 됐다. 신기하리만치 마음이 편안해졌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았다. 힘들고 외로울 때 나를 사랑해주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젠 그 어떤 고난이 찾아와도 하나님의 손을 놓지 않겠다.’
그녀의 신앙고백처럼 마음의 평화가 찾아와서일까? 직접 마주한 부부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가득했다.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진실해 보였다. 박 전 이사장의 또 다른 측근에 따르면, 이들 부부의 생활은 넉넉지 않다.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전세로 얻어준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돈암동 아파트에서도 나와 현재는 송파 쪽에 살고 있다. 이 측근은 “전세 기한이 만료돼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생이 많이 도와준 것은 사실이나 육영재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거리감이 생겼다. 또 박 전 이사장이 재혼하면서 동생에게 손 벌리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측근이 밝힌 박 전 이사장의 수입은 초청 강의료가 전부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현재 진행하는 재판 관련 변호사 선임도 지인을 통해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는 게 이 측근의 설명이다. 박 전 이사장은 현재 육영재단 주차장 임대 사업과 관련해 사기혐의를 받고 있다. 지인 2명과 함께 피해자에게 접근해 육영재단 주차장 임대를 약속하고 선금 9천3백만원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전 이사장은 3백만원의 벌금형 처분을 받았으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박 전 이사장 부부는 요즘 주일 외에도 교회 행사에 참석해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있다. 실제로 부부는 얼마 전 충남 태안 의항교회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신앙고백과 봉사활동을 하고 온 것으로 알려 졌다.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활동 시작
한편 박 전 이사장은 올해 초 지인의 소개로 외교부 산하 공익법인 동북아평화와 한반도통일연구원(이하 ‘평화통일연구원’) 명예이사장의 새 직함을 달게 됐다. 역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녀는 역사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기존의 직함은 모두 내려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한댄스스포츠실업연맹 총재와 한국여성바둑연맹 총재로 활동했지만, 평화통일연구원에 몸담으면서 역사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교수 역시 재기의 발판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교수는 처형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방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1년 6개월 징역을 살다 지난 2월 21일 출소했다. 특히 신 전 교수는 “과거 행동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조용히 지낼 것을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신 전 교수는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히 피하고 있다. 간혹 행사에 얼굴을 비치지만 언행에 매우 신중함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 전 이사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는 어떨까? 박 전 이사장이 최근 진행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는 원만하다. 부모에게 재산도 물려받지 않았는데 관계가 나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박 전 이사장이 “형님(박 전 이사장이 박 대통령을 부르는 호칭)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척’ 하면 알 수 있는 사이”라며 “형제들이 엄격한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았다. 효자동에 있을 때부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몸으로 깨달아 잘 알고 있다. 형님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보도는 왜곡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박 전 이사장은 어머니 기일에도 함께하고, 지난 6월 박 전 이사장의 생일 때도 박 대통령이 화환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