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팽팽 놉니다. 몸을 만든다고 할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가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도 하고 수영도 하고 배드민턴도 칩니다. 어릴 때 꿈이 체육선생님이었어요. 그렇게 팽팽 놀고 몸 만들다가 공연에 들어가면 농축했던 걸 다 토해냅니다. 관객들은 저한테 질 수밖에 없어요. 왜? 그들은 일주일 동안 지쳐 있다가 공연장에 위로받으러 오니까요"
이문세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관록의 가수이자, 인기 라디오 DJ이자 주옥같은 명곡의 주인공이다. 푸근한 인상과 구수한 입담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예나 지금이나 ‘긍정’과 ‘낙천’, ‘재미’가 그의 대표 이미지다. 그런데 그가 실은 지난 2007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가수로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18일, JTBC <히든싱어> 이문세 편에 함께 출연한 박경림은 이문세의 노래 ‘옛사랑’을 들으며 갑자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많은 이들을 궁금케 했다. 노래가 끝나자 박경림은 “2007년에 이문세씨가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이후 노래를 다시 부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다. 팬들과 대중 앞에 다시 서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박경림의 말에 이문세 역시 눈시울을 붉혔는데, 방송을 본 사람들도 보지 못한 사람들도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
이문세의 갑상선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하루 종일 “이문세 갑상선암이라고 해서 놀랐다. 완쾌했으니 다행이다”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박경림의 눈물에 나도 같이 울었다” 등의 글이 올라왔고, ‘이문세 갑상선암’은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사실 2007년 당시 그의 암 투병 소식은 알음알음으로 방송가에 알려졌다. SBS <가요대전> MC로 내정되었던 그는 방송 사흘을 앞두고 건강 악화로 MC가 교체되는가 하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도 수술 일정으로 장기 휴가를 쓰기도 했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 간혹 방송에 얼굴을 내밀었기에 대중은 ‘건강 악화’가 ‘암 투병’일 줄은 몰랐던 것.
이처럼 많은 이들이 그에게 관심을 갖는 데는 이문세가 남모르게 암 투병을 했다는 사실도 있지만 특히 그 부위가 갑상선이라는 데 더욱 집중된다. 갑상선암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성대가 손상되면 쉰 목소리가 날 수도 있고, 심하면 성대 마비로 노래는커녕 말도 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마디로 가수에겐 시한부 선고나 마찬가지인 셈.
평소 호탕하지만 사생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그가 수술을 앞두고, 또 수술을 받은 후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는 누구나 쉬 예상할 수 있다. 이문세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잘 아는 박경림이 눈물 흘리며 얘기해줬으니, 그간 여러 가지 이유로 고독한 투병을 해야만 했던 그의 마음이 이해된다. 다행히 갑상선암은 암 중에 가장 완치율이 높고, 쉬운 수술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문세가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2007년은 그의 주옥같은 노래를 만든 작곡가 고(故) 이영훈이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숨을 거둔 바로 전 해다. 이 말은 이문세와 이영훈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아팠다는 것. 언젠가 이문세는 고 이영훈을 두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는 평생 그 친구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유산처럼 남겨주고 간 노래를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었을 땐 작업실에서 같이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죠. 멱살 잡고 싸웠다는 게 아니라 음악적으로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 이영훈씨가 요구하는 것은 저런 것이고…. 티격태격 많이 싸웠는데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때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네요.”
꾸준한 운동과 여행으로 완치
수술을 전후해 이문세는 본격 건강 회복 프로젝트에 돌입한 듯하다. 배드민턴은 물론이고 수영, 등산, 헬스, 낚시 등 못하는 게 없는 소문난 운동 마니아다. 적잖은 나이지만 청바지에 흰색 셔츠가 어울리는 것도, 오리지널 ‘말근육’을 자랑하는 것도 다 운동 때문. 아프고 난 뒤 그는 더욱 자신의 몸을 단련시켰다는 후문이다. 이문세는 일전에 한 인터뷰에서 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주일 내내 팽팽 놉니다. 몸을 만든다고 할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가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도 하고 수영도 하고 배드민턴도 칩니다. 어릴 때 꿈이 체육선생님이었어요. 그렇게 팽팽 놀고 몸 만들다가 공연에 들어가면 농축했던 걸 다 토해냅니다. 관객들은 저한테 질 수밖에 없어요. 왜? 그들은 일주일 동안 지쳐 있다가 공연장에 위로받으러 오니까요.”
이 영악한 가수는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라고 노래했지만, 어느덧 시간의 풍화를 딛고 일어서 가요계의 대선배가 됐다. ‘발라드의 황제’로 불리는 이승철과 신승훈도 그를 존경하는 선배로 꼽고, 그의 노래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후배 가수들을 통해 쉼 없이 다시 불리고 있다. 빅뱅이 리메이크한 ‘붉은 노을’은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곡이 됐다.
후배들과 편하게 소통하고 싶어 일부러 먼저 빈틈을 보인다는 그는 최근 특히 로이킴(본명 김상우)을 눈여겨보고 있다. 자기 아들과 굉장히 닮았고 노래하는 스타일과 정서가 이문세 음악과 잘 들어맞는다고. ‘휘파람’을 편곡해 화제가 된 로이킴과는 실제로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다.
“박경림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을 보니, 마치 내 손주를 보는 기분이다”라고 말하는 이문세는 슬하에 아들이 하나 있다.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8집 앨범엔 ‘종원에게’라는 노래를 수록하기도 했다. 한 토크쇼에 출연한 이문세는 “듬직한 아들에게 가끔 형이라고 부른다. 공연 때 과하게 춤을 추면 아들이 ‘오버하지 않아도 (관객이) 충분히 공연을 좋아할 것 같다’고 조언해서 실제로 절제하며 공연했는데, 관객들이 정말 재미없어 했다”고 말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한 그는 아들에게 절대 유산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방송 후 공개된 그를 쏙 빼닮은 훈남 아들은 또다시 화제. 아들과는 틈나는 대로 여행하며 부자지간의 정을 나눈단다.
이문세는 6월 1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이문세’라는 타이틀로 생애 첫 대형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이문세의 공연 전후에 싸이와 조용필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어 자연스럽게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두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은 변방에 있는 가수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이문세표 공연을 즐기러 올 것”을 강조한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이문세. 레전드의 ‘말 달리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