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상 지도자이자 시인이며 평화운동가인 틱낫한(87세) 스님. 불교계에서 그는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 있는 붓다’로 불린다.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이 되던 해에 출가, 베트남전 때 반전과 평화운동을 주도한 그는 종교 간 대화와 화해를 주장하여 1967년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980년대 초 베트남 정부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보르도 지방에 수행공동체인 ‘플럼 빌리지’를 만들어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플럼 빌리지는 여러 나라에서 온 수많은 이들이 종교의 경계를 넘어 진리와 마음의 고요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치유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불교의 명상법을 일상생활과 접목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저서를 1백 권 넘게 출간했으며, 이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화제를 모으며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불교 수행자이자 영적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 젊은이들의 ‘치유 멘토’로 불리는 혜민(39세) 스님과 단둘이 마주 앉았다. 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교TV가 두 사람의 대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두 사람은 남북 문제, 현대인의 고통과 자살 문제, 마음의 근원인 두려움을 다스리는 방법 등에 관해 폭넓은 얘기를 나누었다. 혜민 스님이 묻고 틱낫한 스님이 답한, 삶의 폭풍우를 통과하는 지혜.
화를 다스리는 방법
혜민 스님(이하 혜민)│스님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95년과 2003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소감이 어떤지요?
틱낫한 스님(이하 틱낫한)│10년 전 처음 총무원과 여러 사찰을 방문하여 많은 이들과 수행의 기쁨을 나눴어요. 이번에는 15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왔습니다. 불교 전통을 간직한 한국에 오는 것은 외국이 아닌 집에 오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혜민│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 방문 일정이 꽉 짜여 있지만 한국의 특수성에 공감하여 다른 일정을 뒤로 미룬 채 한국을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틱낫한│남북 대치 상황과 청년 실업, 자살 등 한국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고통과 불안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진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우리 안에 화나 두려움이 있다면 그런 상태에서는 대화나 화해를 기대하기가 어렵지요. 일단 화를 가라앉혀야 합니다. 그 뒤에야 대화나 소통이 가능합니다.
혜민│화를 가라앉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틱낫한│우선 화를 끌어안으십시오. 화는 마치 우는 아기 같아요. 무엇인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 울고,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하지요. 화를 품에 끌어안은 채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화라는) 아기는 이내 편안함을 느낍니다. 화를 끌어안을 줄 아는 사람은 타인이 고통당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파져요. 화가 연민의 정으로 바뀐 것이지요.
혜민│그럼에도 화가 치밀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틱낫한│아무리 화가 나도 남의 탓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로 자기 안에 들어 있던 화의 씨앗이 고통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란 것을 알 수 있어요.
혜민│보통 사람들은 화가 나면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앙갚음을 하곤 하는데, 사실 타인을 응징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분노가 줄 거라 생각하지만 남을 응징하면 스스로 겪는 고통이 더 큰 것 같아요.
틱낫한│맞습니다. 타인을 응징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말고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연민과 자비의 마음은 이해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혜민│그렇다면 화를 표출하는 것보다 화를 감추거나 피하는 게 더 나을까요?
틱낫한│그렇지 않습니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말하지만 속마음은 지옥이잖아요. 마음속의 화는 나를 다 잡아먹습니다. 화가 나서 몹시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차분하고 침착하게 알려야 해요. 그러고 나서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을 해보십시오. 발이 땅에 닿는 그 순간을 자각하고, 호흡을 자각하며 걸으라는 것이죠. 그러면 걸으면서 명상하게 되고,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불의 바다에서 쾌적한 호수로 바꿔놓을 겁니다. 자신의 몸을 자각할 때 몸에 변화가 일어나듯,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은 화를 감싸 안습니다.
혜민│화를 가라앉힌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틱낫한│경청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깊이 경청하면 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생겨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남북 문제에서도 서로의 얘기에 대해 경청하게 된다면 갈등과 분열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 겁니다. 남한 내부에서 이해와 연민의 에너지가 일어나 치유하게 된다면 북한에도 똑같이 이와 같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는 얘기지요.
혜민│마치 오랜 갈등을 빚던 부부가 깊은 경청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연민을 갖게 되면 곧 화해의 길이 열리게 되는 것처럼, 집단과 국가 간에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거군요. 스님 말대로라면 부부 갈등은 물론 청년 실업, 자살 문제도 근본적인 처방은 똑같을 것 같아요.
틱낫한│그렇습니다. 행복은 돈과 명성, 권력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해와 연민, 형제애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혜민│한국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틱낫한│한국 사회에 대한 우려를 많이 들었습니다. 안타까워요. 화, 두려움 같은 내 안의 부정적 감정에 굴복하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우리는 늘 공격적인 대화, TV나 잡지 등을 통해 감정적 독소를 빨아들여요. 이런 감정적 독소들이 내재화돼 있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 자살이나 폭력의 형태로 뛰쳐나오는 것이지요. 그래서 불교의 역할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런 부정적 감정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불교이기 때문이지요.
혜민│그런데 지금의 불교는 그런 요구에 잘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틱낫한│세상은 끊임없이 새롭게 변하고 있습니다. 불교도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하고 사회와 세상을 좀 더 잘 섬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해요. 개인, 가족, 학교, 사회에 폭력이 만연하고 고통이 가득 찰 때 불교가 대응하고 해답을 줄 수 있어야 하지요. 행자를 교육하는 교재도, 외우는 염불도 수백 년 전 것 그대로여서는 불교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혜민│불교가 새로워지려면 스님들의 노력도 무척 중요할 것 같은데요.
틱낫한│출가 수행자는 삶 속에서 자애로움이 배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스님의 미소와 말하는 방식, 걷는 모습에서 가르침을 얻으니까요. 승가(僧伽)의 모습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느껴질 수 있도록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우선 화를 끌어안으십시오. 화는 마치 우는 아기 같아요. 무엇인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 울고,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하지요. 화를 품에 끌어안은 채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아기는 이내 편안함을 느낍니다. 화를 끌어안을 줄 아는 사람은 타인이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파져요. 화가 연민의 정으로 바뀐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틱낫한 스님은 프랑스 남부 보르도 지방에서 명상수련센터인 ‘플럼 빌리지(Plum village)’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5개국 사람들이 이곳에서 진행하는 수행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으며, 참가자(부부, 부자, 모녀 등)들은 대부분 수행을 통해 서로 갈등을 풀고 평화를 얻고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어떻게 슬기롭게 평화와 행복을 이룰 것인지에 대해 수행합니다. 그곳에서 보통 5일 정도 수행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워 나갑니다. 분명한 사실은 수행을 하면 자기 안에 있는 평화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지요.” 틱낫한 스님이 설명하는 수행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마음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깨어 있는 마음·마음 챙김·마음 집중)’ 상태가 되라는 것. 마인드풀니스 사상은 틱낫한 스님의 핵심 사상이기도 하다.
혜민│마인드풀니스에 대해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시겠어요?
틱낫한│마인드풀니스란 과거의 잘못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바로 현재의 상태에 집중해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걷는 동안 걱정과 불안, 망상에 한눈 팔지 말고, 오직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면서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라는 것이죠. 그렇게 걸을 수 있을 때 삶의 모든 경이로움을 만나게 됩니다. 마침내 ‘내가 지금 여기 이르러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죠. 호흡, 염불, 명상도 모두 그 수단입니다.
혜민│하지만 수도자가 아닌 현대인들에게 그런 여유는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 같아요.
틱낫한│바쁘다는 이유로 피하지 마십시오. 신체와 정신을 충분히 이완시켜 고통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고, 그 힘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보다 급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플럼 빌리지에서는 한 달에 몇 번 ‘게으른 날’을 정합니다. 그날은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충분히 게으르신가요?’ 하고 묻지요. 쉼을 통해 기쁨과 행복을 일으켜 스스로의 자양분으로 삼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혜민│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그런 가르침을 따분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틱낫한│가르치려 들지 말고 먼저 그들의 고통을 경청하십시오. 먼저 들어야 그들의 언어로 얘기할 수 있어요. 고통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상대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해결되는 것입니다.
혜민│그렇다면 우리가 마인드풀니스, 즉 ‘깨어 있음’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수행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틱낫한│전화벨이 울릴 때,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설거지를 할 때, 밥을 먹을 때, 아침에 이를 닦을 때 마치 이 모든 것을 정토에서 하는 기분으로 충분히 집중하십시오. 불안, 근심, 걱정 등으로 자신의 영혼을 시든 꽃으로 만들지 말고 스스로 인류의 정원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임을 자각하고,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는 겁니다. 한 잔의 차를 마실 때도 마음을 집중하며 마신다면 그 순간 평화를 얻을 수 있어요. 좋은 수행자가 되기 위해 굳이 명상센터로 갈 필요도 없습니다. 운전할 때, 식사 준비할 때 모든 일상 행동을 여러분이 깨어 있는 마음으로 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명상할 수 있어요.
혜민│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수행법이군요. 각박한 세상에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진리를 안겨주어서일까요, 아님 우리의 상처를 너무나 잘 꿰뚫어보고 있는 현인이라서일까요? 스님을 두고 ‘살아 있는 부처’ ‘인류의 영적 스승’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틱낫한│틱낫한이나 달라이 라마에게서 부처를 찾지 마십시오. 틱낫한은 하나의 이미지일 뿐, 밖에서 부처를 찾으면 그 끝은 실망입니다. 부처는 자기 안에 있어요. 자기 안의 부처를 깨달으십시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데 익숙해 있습니다. 그렇게 인생 내내 헤매면서 우리가 도착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나는 바로 지금 ‘여기’에 도착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삶이 있습니다. 여러분 마음의 고향이 바로 정토이고 하나님의 왕국입니다.
살다 보면 행복할 때도 있고 어렵고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행복의 절정을 누리더라도 우리 마음 한구석에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있어요. 이 행복이 금방이라도 끝나버릴까 두렵고, 또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할까 두렵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두려움은 언젠가 우리 몸이 죽어 없어지리라는 생각에서 오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행복이 다 갖추어진 순간에도 우리는 기쁨을 기쁨으로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삶의 폭풍우를 통과하는 지혜
틱낫한 스님은 최근 <오늘도 두려움 없이>(김영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혼자인 것이 두렵고,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틱낫한 스님의 따뜻하고 자비로운 마음 해법으로, 두려움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마음가짐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혜민│살다 보면 행복할 때도 있고 어렵고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행복의 절정을 누리더라도 우리 마음 한구석에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있어요. 이 행복이 금방이라도 끝나버릴까 두렵고, 또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할까 두렵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두려움은 언젠가 우리 몸이 죽어 없어지리라는 생각에서 오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행복이 다 갖추어진 순간에도 우리는 기쁨을 기쁨으로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틱낫한│두려움을 해소하고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내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두려움이 어디서 왔는지 깊이 보는 것입니다. 두려움을 회피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그 두려움을 의식의 수면 위로 불러낸 뒤 그 모습을 명확하게 보아야 해요. 두려움의 존재를 인정하고 두려움과 친해지며, 더 나아가 두려움이 두렵지 않다고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잘 살 수 있고 잘 죽을 수도 있습니다.
혜민│두려움을 어떻게 들여다볼 수 있나요?
틱낫한│우선 두려움을 우리 의식 안으로 초대해야 합니다. 단지 그 두려움이 거기 있다는 것을 부드럽게 인정해야 해요. 그렇게만 해도 이미 마음이 많이 안정됩니다. 그렇게 두려움이 잦아들면 그 두려움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두려움의 뿌리와 근원으로 들어가서 잘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것들을 놓을 수 있어요.
혜민│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틱낫한│두려움이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에서 오는 것인지, 오래된 두려움, 어릴 때 생긴 두려움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었던 건지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릴 때 생긴 두려움일 경우, 그 두려움을 불러들여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두려움에 떠는 내면의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작은 아이야, 나는 어른이 된 너야.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는데 우리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니야. 그러니까 이전처럼 무력하지도 않고 쉽게 상처받지도 않는단다. 이제 우리의 손과 발은 강해졌고 그래서 우리를 잘 지켜낼 수 있단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라고 말이지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면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내면의 아이가 깊은 상처를 받았고, 그래서 우리가 자기에게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어린 시절의 상처는 고스란히 거기 남아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바빠 그 아이에게 돌아가 치유해줄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을 내어 그 아이에게 돌아가서 우리 안에 있는 상처받은 아이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상처가 치유되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혜민│과거에서 배울 필요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과거를 돌아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과거로 휩쓸려 들어가거나 압도되지 않고 슬기로운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고 배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멈출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틱낫한│강한 감정을 돌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복식호흡’입니다. 두려움이나 화 등의 강한 감정에 휩싸이면 우리는 주의를 배로 가져가는 수행을 하지요. 강한 감정은 폭풍우와 같아서 폭풍우의 한가운데 머무는 것은 위험합니다. 배꼽 아래쪽으로 내려오십시오. 아랫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자각하세요. 그 무엇도 생각하지 말고 호흡만 하세요. 배가 일어났다 꺼졌다 하는 것을 지켜보며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감정이 지나갈 것입니다.
혜민│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스님 말씀처럼 하루를 호흡으로 시작하거나 마인드풀니스(마음 집중, 알아차림) 상태로 시작해 내공이 쌓인다면 그 어떤 두려움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틱낫한│두려움 없는 삶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것은 궁극의 기쁨입니다. 두려움 없는 그곳과 연결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것이죠. 단, 그 누구도 우리에게 두려움 없는 삶을 줄 순 없습니다.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요. 제 이야기가 당신에게 행복한 인생 처방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위로와 치유와 지혜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지금 이 순간, 두려움과 맞설 용기가 생긴다. 휘둘리지 않을 자신감이 생긴다. 삶이 풍족해진 기분이다. 독자들의 삶에도 깊이와 행복이 더해졌길 바란다.
혜민 스님은…
요즘 한국 출판가의 대세는 혜민 스님이다. 스님의 에세이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은 2012년 초부터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히 했다. 서글서글한 외모, 미국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에서 각각 석·박사를 따고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화려한 스펙, 트위터 팔로어 25만 명의 막강한 영향력, 무엇보다 불교적 깨달음을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자상하게 전하는 콘텐츠 자체의 힘. 이런 것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스님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출신의 스님, 시인, 평화운동가이며 달라이 라마와 함께 지구촌의 ‘영적 스승’이다. 16세에 출가, 미국 프린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했다. 베트남전 때는 세계를 돌며 반전평화운동을 벌였고,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한 뒤 목숨을 건 보트피플 구조 활동도 벌였다. 1982년 프랑스 남부에 명상수행 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세웠다. ‘스승’을 뜻하는 베트남어 ‘태이(Thay)’가 그의 별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