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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찍는 화보라 쑥스럽기도 하고 여태껏 해보지 않은 이미지라 어떨지 기대돼요. 화장을 진하게 한 딸의 모습을 보니 성인이 되면 저런 모습일까 궁금증도 생기네요"
딸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뭐든 이유는 있다. 끼 많은 딸의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고교시절 모습을 간직해두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달라지고 싶었다. 완벽주의자 박순천과의 작업은 꽤나 다이내믹했다. 아마도 10년 지기 관계이기에 서로에게 명분을 세워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참 예쁜 모녀다.
드라마 <돈의 화신>을 끝내고 어떻게 지냈나요. 온전히 엄마로 돌아갔지요. 보금이 학원 데려다주고 동사무소에서 공익근무 하는 아들에게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주죠. 제가 드라마로 바쁠 때는 남편이 싸주기도 했어요. 워킹맘들은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가족들에게 잘난 척하면서 살고 싶은데 미안한 일이 수두룩하게 생기지요.
기자가 아는 박순천씨는 전업주부보다 더 가족들을 알뜰살뜰 챙겨요. 오늘 아침에 화보 촬영을 위해 미용실에 가야 하는데 설거지감이 많은 거예요. 남편이 늦는다며 설거지를 해주겠다고 하는데 제가 후다닥 하고 나왔어요. 제 일을 가족들에게 떠넘기는 게 싫어요. 새벽 촬영이 있을 때도 아이들의 도시락은 꼭 싸놓고 나와야 마음이 편해요. 저는 아이들이 필요할 때 항상 옆에 있는 엄마이고 싶어요.
잔소리가 많은 엄마라고 하던데요?(웃음) 하하. 아들이 군인 아저씨인데 제 눈에는 왜 그렇게 어리게만 보일까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수시로 전화해서 행동반경과 귀가시간을 체크해요. 맞아요, 제가 변해야죠. 근데 어쩌죠? 그래도 자정이 넘어서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걱정이 생기더라고요. 아이들 아빠가 그래요.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부모에게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고요. 그 본능을 인정해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직업적인 콤플렉스일지도 몰라요. 바쁜 엄마이기에 더 챙겨야 한다는 마음이오. 맞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 결혼관이기도 해요. 결혼을 하면 내 일도 중요하지만 첫째는 가정이라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어요. 그러니까 가족들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겠죠.
“집에서 매일 듣는 엄마의 목소리가 TV에 나오는 게 아직도 어색해요. 엄마가 연기를 오래할 수 있는 비결은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가 아니라 변함없는 노력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정말 많이 놀라기도 했어요. 화장실에서 엄마가 대본 연습을 하는 걸 모르고 전화기를 잡고 혼잣말을 하는 줄 알고요(웃음)”
“저는 무뚝뚝한 성격이라서 엄마 앞에서 평소에 애교도 모르고 살았어요. 엄마를 앞에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오그라들기는 하는데, 엄마를 보면 저희를 참 많이 사랑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잔소리요? 좀 많으세요.(웃음) 하지만 싫지는 않아요. 엄마 나름대로의 사랑의 표현이니까요. 언젠가는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울 날이 있을 것 같아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보금이의 눈이 어느새 촉촉해졌다. 단순히 소녀 감성만이 아니다.
30년째 연기자로 살고 있는데, 박순천에게 연기란? 문정희 시인의 시 중에 ‘목숨의 노래’라는 시가 있어요.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 너 처음 만났을 때 /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 죽고 싶었다.’ 뭐랄까요, 연기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의 가슴 터질 듯한 느낌을 표현한 것 같아 읽는 순간 전율이 느껴졌어요. 그 목숨을 걸고 하고 싶은 게 연기예요.
자신의 연기를 평가해주세요. 처녀 시절에 <전원일기>에 출연하는 선생님들이 “순천아, 너는 결혼하면 연기를 참 잘할 것 같아”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속으로 ‘지금 연기를 잘하지 못한다는 의미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혼을 했는데, 어느 날 극 중에서 남편을 부르는데 뭔가 달라진 게 느껴졌어요. 뭐랄까, 여자로서 사랑하는 남편을 부르는 그 느낌이랄까요. 어렴풋이 전해지는 게 있었어요.
닮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윤여정 선배님은 머리가 비상한 배우예요. 저는 지금도 연기가 잘되지 않으면 선후배 상관없이 좋은 배우에게 달려가 연기를 배워요. 창피하다는 생각을 안 해요. 언젠가 윤여정 선배님께 달려간 적이 있어요. 대본을 곰곰이 보더니 “순천아, 읽어봐” 하세요. 시범을 보이지도 않으세요. 그저 “그 인물이 왜 그랬을까?” 하고 물어봐주시죠. 선배님의 말투가 아닌 나에게 맞는 말투로 옷을 입혀주세요.같은 인물이라도 윤여정이 하는 그 역할과 박순천이 하는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주시죠.
"가정에 충실하지 못할 거면 미혼으로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여배우에게 가장 좋은 조건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뒤 이혼한 상태라고 해요. 그 조건도 저는 싫어요. 신랑도 좋고 애들도 좋거든요"
인간적으로 닮고 싶은 배우는 없나요? 고두심 선배님요. 작품에 임하는 태도와 엄마로서의 모습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그게 참 어려운 일인데 두 가지 모습이 다 이상적인 분이세요. 선배님은 아이들에게 해준 것이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제가 아는 선배님은 확고한 교육관이 있으세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 적이 있어서 가족 같은 관계예요. 어릴 때 지켜보면 아이들에게 꿰맨 옷과 꿰맨 양말을 입히세요. 그 바쁜 와중에도 손수 꿰매고, 또 그걸 입는 아이들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남편을 대하는 모습도 가히 존경스러워요. 뭐랄까, 조선시대 여인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선배님에게는 촌놈의 의리라는 게 있어요. 어지간해서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어요. 감정의 선이 늘 세련돼 있으세요. 저와 딱 10살 차이가 나는데 제가 스무 살 때 서른 살의 선배를 보면서 ‘나도 서른이 되면 감정을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안 되더라고요. 선배님은 가짜가 없어요. 전부 진짜예요. 그 모습이 가장 좋아요. 그래서 저는 선배님을 언니라고 부르지 않아요. 평생 옆에서 붙잡고 있고 싶어서요. 언니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할지도 모르니까요.
어떤 배우로 남고 싶어요? 색깔 있는 배우요. 어떤 역할이든 박순천이 하면 독특한 연기의 느낌이 더해지는 배우이고 싶어요. 저는 연기를 할 때 상상 이상으로 행복해요. 이기적일 수 있는데 시청자들을 위해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제가 행복해서 연기를 놓을 수가 없죠. 배우가 아닌 저를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다시 태어나면 당연히 배우를 할 것이고, 노래 잘하는 배우이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배우는 뭐든 잘해야 하는데 노래 실력이 꽝이거든요.(웃음)
순간 가장 행복한 표정을 보았다. 천생 배우다. 그녀가 본 고두심도 진짜지만 기자가 본 그녀도 진짜다. 그녀도 누군가에겐 멘토인 사람이고 배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