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의 탄생
‘스시’라고 하면 신선함이 우선인 식품이라 생각하지만, 그 시작은 생선을 장기간 보존할 목적으로 생선과 전분을 같이 넣고 발효시킨 데에서 유래한다. 스시의 기원과 관련해 다양한 설이 있지만, 생선을 밥과 함께 절여 상당 기간 발효시켜 먹던 ‘나레스시’를 초밥의 원형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어나 붕어 같은 민물 생선을 소금에 절인 뒤 밥 속에 묻어 누름돌을 올려놓고 수십 일 또는 수개월 발효시켜 밥보다 생선을 주로 식탁에 올렸다.
이렇게 힘들게 해먹던 초밥을 간편하게 요리하게 된 것은 ‘니기리스시’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니기리’는 손으로 쥐어 만든다는 뜻으로, 1820년대에 요리사 하나야 요헤이가 처음으로 밥을 식초와 비빈 뒤 손으로 쥐어 생선 조각을 얹어내는 오늘날의 초밥을 창안한 것. 식초를 첨가한 그의 조리 방식은 초밥의 준비 기간을 최소 한 달에서 단 몇 분으로 줄인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지금의 도쿄가 개발되면서 성격 급한 도쿄 사람들에 의해 니기리스시는 더욱 발전했고 이후 두 차례의 큰 재난을 거치며 스시는 일본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나는 간토대지진으로 당시 도쿄에 몰려 있던 스시 요리사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면서 스시의 대중화를 부추겼다. 두 번째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종전 후 일본에 진주한 연합군 사령부가 식량 공급을 통제하기 위해 식당의 정상 영업을 금지하고 손님의 쌀 1홉과 초밥 10개의 물물교환만 허용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화의 길을 걷는다. 이후 냉동·냉장 기술의 발달은 참치와 다양한 어패류 사용을 가능하게 해 초밥은 지금의 화려한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왜 회전초밥인가?
일본에서 회전초밥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 하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가 1990년대 들어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한 접시에 1백~2백 엔 하는 회전초밥이 다시 인기를 얻었다. 기존 초밥은 일본 사람들도 자주 맛보기 힘든 비싼 음식이었던 것. 일식집에 비해 가격도 싸고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을 수 있는 회전초밥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회전초밥집의 레일 시스템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회전 레일이 계속해서 돌아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초밥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레일 위 접시 위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므로 빠진 접시 채우기를 반복하면 초밥의 신선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이유로 초밥 접시가 사람들 눈앞에서 회전하면 시각적으로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초밥의 종류
초밥은 요리법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쌀밥에 식초를 뿌려 새콤하게 조미한 다음 김으로 싼 ‘노리마키’, 생선 조각과 해물을 꼭꼭 뭉친 밥에 얹은 ‘니기리스시’, 두부 조각을 기름에 튀긴 유부를 조미해 주머니처럼 벌리고 그 안에 맛나게 조미한 밥을 넣은 ‘이나리스시’ 등이다. 특히 니기리스시는 부재료인 해산물에 따라 수십 가지로 나뉘는데, 등 푸른 생선, 흰 살 생선, 붉은 살 생선, 생선을 제외한 해산물, 생선 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등이 푸른빛을 발하며 윤기가 나는 생선을 ‘히카리 모노(등 푸른 생선)’라 하는데 대체로 육질이 부드럽고 지방이 많은 것이 특징. ‘시로미(흰 살 생선)’는 다랑어와 연어 같은 ‘붉은 살 생선’에 대한 상대적인 분류로 살이 붉지 않은 생선과 등 푸른 생선을 제외한 나머지를 가리킨다.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해 가장 먼저 먹으면 좋다. ‘아카미(참치의 붉은 살)’는 일반 참치 초밥보다 기름 부위가 적고 육질이 부드럽다. 그 밖에 오징어, 문어, 새우, 게, 조개로 만든 초밥과 청어알, 연어알 같은 생선 알로 만든 초밥 등이 있다.
초밥집 매너
미리 자기가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말하면 좋다. 좀 더 품위 있게 즐기고 싶다면 요리사에게 일임하는 ‘오마카세’를 선택하면 좀 더 세심한 데까지 신경 써준다. 먹는 순서는 담백한 맛부터 먹기 시작해 진한 맛으로 옮겨가는 것이 재료 각각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간장은 생선에 찍어 먹는데, 밥에 간장을 찍으면 간장 맛이 강할 뿐 아니라 밥알이 흐트러져 먹기 불편하기 때문. 초밥은 젓가락으로 먹는 방법과 손으로 먹는 방법이 있다.
고급 초밥집에 가면 일반 물수건이 아니라 ‘데부키’라는 작은 물수건이 나온다. 여기에 손을 닦아가면서 손으로 초밥을 집어 먹으면 된다. 스시바에서는 손으로 초밥을 먹어도 흉이 되지 않는다. 밥이 적은 초밥을 먹고 싶다면 요리사에게 미리 밥을 조금만 넣어 달라고 주문한다. 초밥에서 밥만 젓가락으로 떼어내고 먹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 그리고 간혹 스시바에서 잘 아는 사이라고 셰프에게 악수를 청하는 손님이 있는데, 계속 손을 물에 씻어가면서 초밥을 만들기 때문에 서로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
회전초밥 10배로 즐기는 포인트
초밥은 원래 만든 뒤 빠른 시간 안에 먹어야 한다. 공기와 접촉해 수분을 빼앗기면 그 맛도 함께 잃어버리기 때문. 그래서 회전초밥집에서는 초밥 위에 특수 필름 같은 투명한 덮개를 씌우거나 비싼 재료의 경우 실제 초밥 대신 모형을 올려놓기도 한다. 요리사 앞쪽의 벨트가 돌아가는 방향에서 조금 옆에 앉으면 방금 만든 초밥을 재빨리 먹을 수 있다. 회전초밥집은 요리사와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도 맛있는 초밥을 즐기는 비결. 요리사에게 그날 가장 좋은 생선을 물어보거나 참치 뱃살 등 비싼 재료로 만든 초밥이 먹고 싶을 때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초밥을 먹을 때는 된장국보다 차를 마시면 각 재료 고유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또 좋아하는 순으로 먹는 것보다 기름기가 적고 맛이 담백한 흰 살 생선부터 먹기를 추천한다. 즉, 광어나 도미를 먼저 먹은 다음에 기름기가 많은 참치나 고등어를 먹는 것이 좋다. 익힌 생선인 장어나 단맛이 강한 달걀말이는 마지막에 먹자. 각각의 초밥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하나를 먹은 뒤 생강절임을 먹어 앞에 맛본 생선 맛을 없애는 것이 좋다.
MORE TIP
알아두면 좋을, 초밥집 용어
가리 얇게 썬 생강을 단 식초에 절인 것으로 초밥 먹을 때 다음 코스로 넘어가기 전에 입안을 헹구기 위해 먹는다. 샤리 초밥에 사용되는 초로 맛을 낸 밥. 하얗고 가늘어 불가의 사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네타 식초밥이나 김을 제외한 스시의 생선 등의 재료를 뜻한다. 재료라는 뜻의 일본어는 ‘다네’지만 앞뒤 글자를 바꾸어 은어처럼 사용되다가 완전히 네타로 정착되었다. 무라사키 간장을 의미. 과거 간장이 고가여서 귀한 색인 무라사키(보라색)를 가져다 붙였다는 설과 일본 간장의 색이 보랏빛을 띠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사비 와사비. 교쿠 가다랑어 우린 물이 들어간 계란말이. 아가리 우리나라 말로 마지막, 마무리란 뜻으로 마지막에 나오는 차를 의미한다. 오아이소 ‘계산서’를 의미한다.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스시집
가수 김정민의 일본인 아내 루미코는 한국의 한 스시집에서 맛본 초밥은 일본에서도 맛보지 못한, 평생 기억에 남을 맛이라고 했다. 유명한 맛집 블로거는 맛없는 초밥이 어디 있느냐며 초밥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초밥 한 알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초밥 마니아들이 엄선한 맛 좋은 초밥집 리스트.
일본 정통 회전초밥 스시로
좌석마다 자동 주문 터치 패널이 부착되어 원하는 스시를 주문하면 새로 만든 스시가 레일을 따라 자리까지 도착한다. 스시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접시에 전자 칩이 달려 있는데, 350m(약 30분) 이동한 접시는 자동으로 폐기되어 자칫 상하기 쉬운 스시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시스템.
shop info 가격_접시당 1천7백~3천6백원 주소_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20-9 문의_02-516-7715
캐주얼한 스시바 스시시로
신선한 재료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 스시시로 초밥의 포인트. 기본은 지키면서 광어에는 성게알 가루, 오징어에는 소금과 유자가루 등 색다른 풍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특이하게 스시 표면에 간장을 미리 발라 내는데, 손님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추면서 셰프와 직접 소통하는 다이의 진정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shop info 가격_런치 세트 2만~4만원, 디너 세트 3만~6만원 주소_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8-25 문의_02-336-8353
명불허전 호텔 일식 스시조
전망 좋은 호텔 20층에서 최고의 서비스와 맛을 경험할 수 있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호텔 스시집. 스시를 담는 접시만 봐도 고급스러움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흰 살 스시부터 붉은 살 스시로 이어지는 흐름과 중간중간 나오는 구운 생선, 매생이가 들어간 맑은 국, 마지막 디저트까지 전체적으로 밸런스 좋은 코스를 완성한다.
shop info 가격_모둠 스시 10만8천9백원, 프리미엄 모둠 스시 13만원대. 주소_서울시 중구 소공동 87 웨스턴 조선호텔 20층 문의_02-317-0373
맛으로 한 번, 향으로 두 번 반하는 구루메스시
스시 자체는 물론 유자가루, 차조기 잎 등으로 스시의 향을 강조하는 것이 구루메 스시만의 특징. 그중 백미는 오리지널 수제 훈제연어로 입안에서 코끝까지 퍼지는 깊고 진한 풍미가 인상적이다. 또한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는 셰프가 엄선한, 스시와 어울리는 추천 사케를 함께 마시는 것도 좋다.
shop info 가격_런치 세트 3만~5만원, 디너 세트 4만~6만원 주소_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43-1 문의_02-517-0709
리얼 도쿄 스타일 긴자
일본인 셰프의 정통 도쿄식 스시. 스시 위에 무엇을 올리고 더하면서 요란하게 꾸미는 것보다, 스시 자체는 심플하면서 전체적으로는 그림 같은 한 접시를 완성한다. 최상의 재료와 최고의 솜씨로 스시가 입안에서 녹고, 밥알이 부드럽게 흩어지는 만화 같은 이야기를 직접 느낄 수 있다.
shop info 가격_런치 세트 5만5천원, 디너 세트 6만6천원 주소_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697-11 문의_02-537-0890
아이들도 좋아하는 스시노미찌
레일 위를 빙글빙글 도는 회전 스시. 목동의 인기 있는 맛집으로 회전이 빠르고 신선한 재료를 넉넉하게 사용해 퀼리티 높은 스시를 맛볼 수 있다. 스시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롤, 튀김, 우동이 있어 어린아이들의 입맛에도 잘 맞아 가족 외식을 하기에 적당하다.
shop info 가격_접시당 1천3백~1만1천원(VAT 10% 별도) 주소_서울시 양천구 목동 917-9 1층 문의_02-2647-7070
동부이촌동의 스시 양대산맥 기꾸&우메
기꾸의 셰프가 독립해 바로 옆에 우메를 오픈했다. 그래서 메뉴 구성이나 맛은 거의 같고, 우메가 후발 주자인 만큼 기꾸보다는 가격이 약간 저렴한 편. 각각 다른 종류의 스시가 20여 가지나 나와 스시만으로도 배부를 만큼 양과 질이 모두 만족스러운 편. 두 곳 모두 좌석이 넉넉하지 않아 미리 예약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shop info 가격_런치 세트 기꾸 5만원·우메 4만5천원, 디너 세트 6만원씩 주소_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301-160(기꾸)·301-162(우메) 문의_02-794-8584(기꾸)·02-794-3121(우메)
오감 만족 스시타츠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최상의 재료로 만든, 정성이 가득 담긴 스시 한 점 한 점이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스시뿐 아니라 신선한 해산물, 구이, 소면 등 작은 부분까지 최고의 맛을 자랑하며 셰프의 친절한 설명 등 모든 손님을 VIP로 대접하는 최상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shop info 가격_런치 세트 6만원대~11만원, 디너 세트 19만8천원 주소_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8-6 문의_02-514-3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