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고 신나게’라는 저희 집 가훈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재밌고 신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아이들과 함께 해볼 생각입니다.
지웅이, 하은이가 방송을 시작하면서 뜻하지 않게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웬만하면 결석은 막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스케줄상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가지 못하는 날이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아직은 시험 보는 과목이 많지 않아 다행히 시험 성적은 곧잘 나오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도 지웅이의 기말고사 성적이 나왔습니다. 국어와 수학에서 한 문제씩 틀렸더라고요. 지웅이 목소리가 풀이 푹 죽어 있었습니다.
저는 ‘한 문제 틀린 것 가지고 아이가 왜 저렇게 풀이 죽었을까’ 싶어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틀린 문제 두 개가 모두 15점짜리’여서 그렇다는군요. 저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아이를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미는 겁니다. 결국 피아노학원에서 데리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이 한 문제에 15점이라고 한 건 그게 정말 중요한 문제라서 그런 것 아니니? 차근차근 끝까지 읽어보고, 생각하고 풀어야지!” 지웅이를 보니 벌써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뭘 잘했다고 우니?” 참을성 없는 엄마가 물색없이 다시 아이를 다그쳤습니다. 그랬더니 지웅이가 “엄마, 나도 속상해. 엄마가 나만큼 속상해? 문제를 제대로 안 읽은 건 내 잘못이지만 나도 엄청 속상하다고!” 하면서 소리 내어 엉엉 우는 겁니다. 차 안은 한동안 조용해졌고, 저는 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문득 제 중학교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시험 성적이 잘 안 나온 날, 속상한 마음에 “왜 난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성적이 이런 거야” 하면서 엄마 앞에서 울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사실 아이들 키우면서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한 말은, 저도 크면서 어른들에게 들었던 말이죠. 아이 방을 치우면서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으면 왜 제자리에 가져다 놓지 않니? 책도 한 권 읽고 나서 꽂아놓고 다른 책 꺼내 보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해?”라고 말하다가, 속으로는 ‘예전에 내가 많이 듣던 소리네’ 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그땐 저도 엄마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목소리만 큰 엄마라며 투덜댄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군요. 그렇게 입장이 바뀌고 나서야, 저는 20년 만에 엄마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아이들의 입장과 마음도요. 저도 이제야 엄마 말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어린 아이에게 “내 말 좀 들어라”고 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조금씩 반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먼센스>에 솔직한 제 이야기를 쓰면서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생각보다는 고해성사를 하는 듯한 마음이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 엄마거든요. 제가 한 행동을 돌아보고, 아이와 있었던 일을 되짚어보며 반성하고, 스스로 배우는 게 더 많던 시간이기도 하고요. 또, ‘영재의 비법’이라는 타이틀로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보다 부담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지웅이가 영재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저희 집에 비법이라는 것이 있을 리 만무하거든요. (아마 연재를 꾸준히 읽으신 분들은 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실 겁니다.) 아쉽지만, ‘영재의 비법’ 연재는 이번 회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만약 ‘영재의 비법’이 계속된다면, 저희 다섯 식구 이야기도 꼭 동화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처럼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마무리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그런 바람을 적어봅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글쓴이 김하얀씨는…
탤런트 정은표의 아내. 혼수(?)로 장만한 아들 지웅이가 어려서부터 똘똘하더니, TV 교육 프로그램 <영재의 비법>에서 아이큐 167의 영재로 판명받아 기쁨을 안겨주었다. 둘째 하은이도 아이큐 156. 지난 2년간 아이들을 ‘영재’로 키운 일상을 독자들과 공유했다. 평범한 부모의 비범한 교육법을 담은